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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고 흐릿한 영상과 잘 들리지 않는 소리로 보아 3편의 짧은 동영상은 몰래 촬영되었다는 인상이 짙었다. 동영상에 등장하는 세 사람 중 두 명은 가죽 재킷을 입은 남성이었고, 한 명은 우아한 빨간 코트를 입은 여성이었다. 이들은 크레디트 스위스 그룹의 취리히 본사 로비에 있었다. 동영상을 찍고 있는 남성 역시 가죽 재킷을 입고 있었고, 동영상 여기저기에서 그의 팔이 등장한다. 남성들은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날아온 이들이었고, 여성은 도미니카 출신 스위스 시민권자로 통역을 맞고 있었다. 때는 2017년 가을이었다.
두 편의 동영상에는 남성들이 서류를 획획 넘기면서 크레디트 스위스의 사무원에게 넘겨주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문서는 도미니카 로사리오 가문 수천 명이 크레디트 스위스의 금고와 스페인의 산탄데르 은행에 남겨진 수십억 달러 상당의 재산의 상속인이라는 증거가 담겨있었다. 로사리오 가문의 도전은 변호사 조니 포르토레알 레예스(Johnny Portorreal Reyes)가 주도하고 있었다. 포르토레알이 동영상에 나온 남성 중 한 명이었다.
세 번째 동영상에서는 네 명이 로비에서 별도의 공간으로 안내받는 모습이 나온다. 그들은 전시 중인 골동품 상자 쪽으로 걸어간다. 포르토레알과 함께 간 남성 두 명이 각각 상자 양쪽에 자리 잡는다. “이 상자가 하신토 로사리오(Jacinto Rosario) 시대 것이야.”라고 포르토레알이 스페인어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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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사리오 가문의 후손들이 찾고 있는 보물이 바로 하신토와 그의 아버지 셀레도니오(Celedonio)가 모아들인 것이라고 한다. 가문에 내려오는 구전에 따르면, 하신토와 셀레도니오는 도미니카에 금광을 소유하고 있고, 180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정기적으로 스페인에 황금을 보냈다고 한다. 황금 중 일부는 왕에게 바치고, 나머지는 은행에 넣어두었다. 이후 스페인 내전이 터지자 황금 대부분을 스위스로 옮겼다고 한다.
상자에 잠시 머물던 일행은 좁은 복도를 따라 내려가면서 작은 문을 열고 들어간다. 포르토레알이 그 방을 훑어보면서 카메라에 대고, “여기가 우리 사무실이네. 은행에서 로사리오 가문을 위해 내준 방이지.”라면서, 자기들을 세계에서 가장 부자로 만들어 줄 “아름다운 곳”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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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기자는 넬슨 페냐(Nelson Peña)라는 45세의 뉴저지 남성에게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그는 내가 나온 파산한 운동선수들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본 후 내 기사에 주목해왔다고 말했다. 페냐는 자신이 도미니카 출신이며, 자기 가문이 스위스에 남겨진 위대한 유산을 받아내길 기다리고 있지만, 스위스 은행에서 그 사실을 잡아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일에 능통한 변호사를 찾을 수 있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페냐는 로사리오 가문 출신이 아니라, 구즈만 가문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의 말도 비슷했다. 그는 구즈만 가문의 전설에 의하면, 상인이자 선주였던 조상 호세 에우제니오 구즈만 곤잘레스(José Eugenio Guzmán González)가 하신토 델 로사리오가 몇 십 년 후 한 것처럼 1700년대 말에 이미 도미니카의 황금을 스페인으로 옮겼으며, 일부는 왕에게 바치고 나머지는 은행에 넣어두었다고 설명했다.
오랫동안 기자로 일하면서 온갖 데서 전화를 받아봤지만, 왜 이 전화의 내용을 추적해보기로 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페냐는 맨해튼 미드타운에 있는 작은 회사에서 고객 관리자로 일하면서 연봉 5만 달러를 받고 있었다. 그의 아내 제시는 수술방에서 일하는 간호사였다. 부부는 네 명의 자녀를 두고 있었다. 가난하지 않았지만, 아직 집이 없었고, 구식 자동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페냐의 말은 충분히 흥미가 생길만했다. 그의 가문이 스위스에 있다는 황금 중 일부라도 돌려받을 공산은 낮았지만, 만일 실현되다면, 엄청난 일이었다. 그는 가문의 전설이 진짜임을 의심하지 않았다. 자라면서 평생 동안 그 이야기를 들었다. 어린 시절부터 페냐의 어머니와 형제들이 그 이야기를 해왔다. 유럽 변호사들이 퀸즈의 아파트를 방문해 어머니가 상속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한다. 다만 스위스에 갈 형편이 못되었기 때문에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페냐(우)와 사촌 형 호세(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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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냐의 사촌 형 호세 비엔베니도 구즈만(José Bienvenido Guzmán)은 1990년대 초반 어퍼 맨해튼에서 운영하던 식당을 팔고, 가문의 전설을 입증할만한 기록을 찾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아내와 이혼하고, 모은 돈도 거의 다 써버렸지만, 구즈만 가문이 스위스 은행과 접촉해볼 만큼 충분하다고 느낄 만큼 많은 조상의 정보를 얻었다.
나는 페냐에게 마이클 하우스펠드 변호사를 소개해 주었다. 그는 1990년대 후반 스위스 은행들이 비밀 보호법을 이유로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의 재산을 후손들에게 돌려주지 않고 있던 사건을 맡아 원고 측을 대리해 스위스 은행들을 고소했었다. 1999년 스위스 은행들은 13억 달러를 지급했다. 곧이어 스위스 정부는 법률을 개정해 휴면 계정을 누구나 쉽게 열람할 수 있게 만들었다.
하우스펠드의 로펌 소속 변호사들이 페냐의 사건을 약 1년 동안 검토했다. 하지만 2014년 4월 페냐는 좋지 않은 소식을 받았다. 페냐가 이메일로 알려준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하우스펠드에서 보내온 보고서에 따르면, 전문가들이 조사에 나섰지만 우리 조상 호세 에우제니오 구즈만 곤잘레스가 재산을 남겼다는 사실을 찾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 사건은 공식적으로 종결되었고, 옴부즈맨이 구즈만이란 이름에 대한 더 이상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얘기를 나눴습니다. 우리는 최종 답변을 얻었습니다. 게다가 우리 가문이 돈을 얻었다고 해도, 더 많은 슬픔과 더 많은 문제를 낳을 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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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것으로 끝인 것처럼 보였다. 2018년 1월, 페냐는 보물 찾기를 다시 시작했다는 흥분된 메시지를 보내왔다. 사촌 형 호세가 전화를 걸어와 한 변호사가 구즈만 가문의 재산을 찾아줄 수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었다.
사촌 형의 변호사 이름이 조니 포르토레알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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