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년 전 최초로 아폴로 11호가 우주 비행사를 달 표면에 내려놓았다. 달에 남은 버즈 올드린의 발자국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인류가 달에 다녀왔다는 것이 완전히 사기라고 주장하는 음모론자들도 많다.
이들이 대는 근거 중 하나는, 당시 영상을 보면 비행사들이 달에 꽂아 놓은 미국 국기가 흔들리는 모습이 보이는데, 달에는 바람이 없기 때문에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달 착륙은 사기”라는 음모론은 미국 대중의 관심을 이끈 최초의 음모론 중 하나였다. 그 이후로 음모론은 마치 토끼처럼 엄청난 번식력을 자랑했고, 문명이 있는 곳이면 어떤 곳이건 휩쓸고 지나갔다.
2001년 9월 11일 테러가 있은 후, 일부 비주류 활동가들은 알카에다가 아니라 미국 정부가 공격을 계획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의 관계에 관한 각종 음모론들이 진짜 뉴스와 경쟁하고 있다. “피자 게이트” 음모론자들은 힐러리 클린턴이 D.C.의 한 피자 가게에서 아동 성착취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이를 믿은 한 사람이 해당 가게에 총을 쏘기도 했다.
흔히 음모론자들을 뇌를 조종당하지 않도록 은박 모자를 쓴 이들로 폄훼하기 쉽다. 하지만 음모론이 정치적, 사회적 담론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할 때, 심각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연구에 따르면, 올바른 상황에서도 많은 이들이 음모론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고 한다. 사람들이 음모론을 믿는 것이 비논리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세상을 이해하고 싶은 논리적 욕망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암스테르담 자유 대학의 사회 심리학자 얀-빌렘 교수에 따르면, 인류는 일어난 사건에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하나의 종으로써 번성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음모론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유는 두려운 일이나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날 때마다 그 이유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음모론을 믿는 이뉴는 이야기의 편안함과 선명성 때문이며, 이를 통해 진실인지 아닌지 의문에 시달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음모론을 믿는 이들은 종종 그 음모론의 모순을 상당히 너그럽게 생각하기 때문에 반대되는 증거를 무시하곤 한다.
영국 켄트 대학의 한 연구에 따르면, 오사마 빈 라덴이 미국의 습격 전에 죽었다고 말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그가 아직 살아 있다고 말하고 싶어한다고 한다. 상충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두 이야기 모두 빈 라덴이 미군의 급습 중에 사망했다는 오바마 정부의 보고서를 믿지 않는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또한 음모론은 사람들의 자아를 자극해 끌어들인다. 음모론을 믿는 이들은 스스로를 선택된 그룹의 일원으로 여기면서, 속고 있는 대중들과는 달리, 자신은 실제 벌어지고 있는 일의 전모를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독일 요하네스 구텐베르크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대중과 차별화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서 음모론에 대한 믿음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또한 “음모론적 사고방식”을 가진 이들일수록, 조사에 참여한 이들 중 소수에 드는 편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음모론에 더 큰 믿음을 나타냈다고 한다.
사회에서 배제되었다고 생각하거나, 어려움에 처한 이들이 음모론을 더 잘 믿는 경향이 있다. 음모론을 자신감을 높여주거나, 자기 상황을 정당화시키는 구실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얀-빌렘 교수는 실업자나 극단주의자들 같이 세상에 불만이 있는 이들이 음모론에 빠지기 쉽다면서, “사람들이 만족스러운 상태일수록, 음모론에 빠질 가능성이 낮다.”라고 말한다.
음모론은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왔지만, 기존의 지식을 거부하는 이들이 보상받는 정치적 시기에 더 극성을 부려왔다. 마이애미 대학의 정치학자이자 음모론을 연구하는 조셉 유신스키 교수는 “음모론이 전 국민적 대화에 일부가 되고 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음모론이 대중의 의식 속에 뿌리내릴수록, 정부와 시국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를 갉아먹는다. 악순환이 반복되면, 더 많은 음모론이 나타나는 비옥한 토대가 된다.
스티븐 해링턴 기자가 지적한 바와 같이, 민주주의의 토대 중 하나는 기본적인 사실에 대한 광범위한 합의다. 그리고 이러한 합의는 그러한 사실의 의미를 두고 열띤 토론이 이뤄질 때도 지켜져야 한다.
하지만 음모론자들은 관련 없는 여러 사실을 마치 관련이 있는 양 교묘하게 엮어 놓고 있으며, 음모론이 거짓이라고 말하는 이들은 무시되거나 이들이 바로 음모론자라고 역으로 매도되곤 한다.
부다페스트 정치 자본 연구소 피터 크레코 소장은 “사람들이 믿을만한 뉴스가 없다고 믿게 될 때, 음모론을 밝힐 만한 뉴스가 사라질 수 있다”라고 말한다.
그레코 소장과 부다페스트 외트뵈시 로란드 대학의 사회 심리학자 가보르 오로쉬 교수는 2016년 음모론에 빠지지 않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의 유용성을 시험했다. 우선, 시험 참가자들에게 유대인, 은행가 및 유럽 연합이 힘을 합쳐 헝가리를 착취하고 있다는 “초 음모론”을 들려주었다.
그런 다음, 세 가지 방식으로 이 음모론에 대응했다. 첫째 음모론을 반박하는 합리적 주장, 둘째 음모론을 믿는 이들에 대한 조롱, 셋째 음모론의 표적이 된 이들의 입장에 서서 공감하는 방식이었다.
합리적 주장과 조롱 모두가 음모론에 대한 참가자들의 믿음을 줄이는데 다소 효과적이었지만, 공감은 거의 효과가 없었다. 이 연구에서는, 음모론에 빠진 이들의 입장에 서서 공감하는 방식은 음모론을 밝히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인종차별, 차별 또는 다른 유해한 측면의 음모론인 경우에는 더 그렇다고 한다.
그렇다면 음모론을 타파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요?
올드린은 달 착륙이 사기라고 비난한 사람에게 펀치를 날린 적이 있지만, 아마도 이 방식이 최선은 아닐 것이다.) 친지 중 누군가가 음모론에 빠져 있다면, 진실을 들려주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가장 쉬운 방법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오로쉬 교수는 “다른 이가 전한 이야기를 스마트폰으로 검색만 해봐도 된다. 일상의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이다. ‘친구야, 사실은 이거야’라고 보여 주면 된다.”라고 말한다. 음모론에 빠진 이들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도, 아닐 수도 있지만, 이를 보고 있던 다른 이들을 음모론에 빠지지 않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음모론에 대해 스스로 예방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뇌에서 논리를 담당하는 부분을 훈련함으로써 음모론에 면역을 가질 수 있다고 한다. 웨스트 민스터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문장 해독 게임을 통해 분석적 사고 능력을 키운 이들이 이후 음모론에 빠질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한다.
음모론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도 있다. 그레코 소장은 학생들에게 몇 가지 특별한 과제를 부여했다. 연관성이 전혀 없는 두 사건(예를 들어, 9/11 테러와 및 북한의 핵 실험)을 마치 관련이 있는 것처럼 그럴듯하게 꾸며 보라고 시켰다. 인터넷에 널려있는 실제 음모론처럼 말이다.
그레코 소장은 “지난 100년 동안 일어난 비극적 사건을 생각해 보고, 구글에서 비극과 ‘유대인’을 검색해 보면, 뭔가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학생들은 음모론을 만드는 연습을 쉽게 해볼 수 있었다. 그레코 교수는 이를 통해 학생들이 앞으로 음모론에 빠지지 않길 희망하고 있다.
음모론을 만들어낸 이들은 자신들이 고귀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음모론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그렇지 않을지 몰라도 말이다. 얀-빌렘 교수는 “음모론을 믿는 이들은 어쩌면 사회의 미래를 크게 우려하고 있는 이들일 수도 있다. 일반인들이 신경도 쓰지 않는 이들을 이해하려고 하고 있으니 말이다.”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유신스키 교수는 음모론을 맹신하는 이들이 크게 바뀔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그들은 다른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에, 다시 되돌리기란 아주 어려운 일이다.”라고 말한다.
<출처: The Washington Post, “Why do people believe the moon landing hoax or other conspiracy theories?”>
늘~~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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