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J. 폴 게티 (J. Paul Getty)는 세계에서 가장 부자였습니다. 1976년 세상을 떠날 당시 그의 재산은 현재 가치로 환산했을 때 약 250억 달러였습니다.
게티는 돈 만 알았던 것으로 악명이 높았습니다. 그의 손자가 유괴됐던 사건을 보면 얼마나 돈에 집착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게티의 손자는 1973년 유괴됐습니다. 유괴범들은 몸값으로 1,700만 달러를 요구했습니다(현재 가치로 1억 달러가 조금 안 됩니다). 게티는 몸값 지불을 거부하면서, 자기 손자가 돈을 빼내기 위한 계략이라고 의심하기까지 했습니다.
약 4개월 후(유괴 사건으로는 꽤 긴 기간 이었습니다), 유괴범들은 우편으로 게티에게 손자의 귀 일부와 새로운 몸값 320만 달러(현재 가치로 약 1,800만 달러)를 제시했습니다. 이어 다시 몸값을 320만 달러에서 300만 달러로 줄였습니다.
게티는 여전히 몸값을 낼 생각이 없었습니다. 아마도 220만 달러(현재 가치로 약 1,200만 달러) 이상은 지불할 의향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당시 최대 세금 공제 한도가 그 금액이었습니다.
게티는 손자의 목숨을 걸고 협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현재 가치로 1,800만 달러라는 돈은 분명 상당한 금액이긴 하지만, 3년 후 게티의 재산이 250억 달러로 추산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손자의 몸값은 당시 게티의 재산의 1천분의 1도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게티는 300만 달러의 몸값 중 세금 공제가 가능한 220만 달러는 자기 돈으로 내고, 나머지 80만 달러를 아들에게 연리 4% 빌렸습니다.
이 유괴 사건은 지난해 리들리 스콧 감독의 손에 의해 “올 더 머니(ALL THE MONEY IN THE WORLD)”라는 영화로 제작되었고, 우리나라에도 올해 2월 개봉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J. 폴 게티의 우선순위를 보여줍니다. 돈이 자기 손자보다도 우선 순위였다는 것입니다. 그의 머릿속에는 “이 만큼이면 돈은 충분하다”라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한 인물이 있습니다. 엄청난 재산을 숨겨 두었다고 추정(?)되면서도 꼼꼼하기 이를 데 없었던 그 사람. 엄청난 재산에도 1억 원 수준의 뇌물도 마다하지 않았고, 변호사 비용마저 대기업에게 떠넘겼으며, 퇴임 후 의료 보험비로 2만 원을 냈다던 그 사람. 가훈이 ‘정직’이라던 두 얼굴을 가졌던 그 사람.
250억 달러가 없는 사람이라도, 필요한 저축액은 정해져 있습니다. 보통 퇴직 시에 연간 생활비 보다 25배가량을 저축해 놔야 한다고 합니다.
J. 폴 게티의 가장 큰 실수는 최종 목표로 돈 자체에 집착했던 것입니다. 돈이 가져다주는 편익이 아니라 말입니다.
다른 무엇보다, 꾸준한 저축과, 저축으로 마련된 자금을 현명하게 투자해 재정적 안정과 그에 대해 궁극적으로 재정적 자유를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끝을 모를 정도로 금액에만 집착하게 되면, 돈의 중요성에만 너무 방점을 두게 됩니다. 반대로, 퇴직, 투자 또는 저축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것도 스스로 미래에 재앙을 자초하는 꼴입니다.
이 둘 사이에 좋은 중간 지대가 있습니다. 저축하고 투자하는 이유를 똑똑히 알고, 자신의 목표를 언제쯤 달성할 수 있을지 헤아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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