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던 일이라도 언제나 일어나기 마련 - 그리고 이에 대비할 수 있는 방법

스탈린그라드 전투는 사상 최대의 전투였습니다. 그 전투 상황 속에서 사람들이 위험을 어떻게 대하는지 배울 수 있는 아주 좋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때는 1942년이었습니다. 독일 전차 부대가 도시 외곽 초원에 주둔해 있었습니다. 전투 최전선에서 전차의 도움이 긴박해지자 모두를 놀라게 만든 일이 일어났습니다. 주둔해 있던 전차 상당수가 움직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104대 전차 중 움직일 수 있던 전차는 20대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 원인에 대해 역사학자 윌리엄 크레이그는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최전선에서 물러나 몇 주 동안 기동하지 않은 상태에서, 들쥐들이 전차 안에 집을 차리고, 전기 장치를 덮고 있던 단열재를 물어 뜯어 버렸던 것이다.”

당시 독일 전차는 세계에서 가장 훌륭했습니다. 하지만 들쥐에게 졌던 것입니다.



이런 일을 당한 독일군의 심정이 어땠는지 충분히 상상이 갑니다. 그런 일이 생길 거라고는 결코 예상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전차를 만들면서 들쥐에 대한 예방 대책을 마련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니까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고, 때문에 누구도 대비하지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란 일들은 언제 어디서나 일어납니다.

위험은 예언자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역사가들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모든 위험에 대비할 수 있습니다. 다만 머리속에 담기에는 너무 미친것 같은 일들을 빼곤 말입니다. 하지만 그런 미친것 같은 일들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자주 일어납니다. 그리고 그런 일에 대해서는 좀 처럼 대비하지 않기 때문에 그로 인한 해악이 가장 크게 됩니다.

대부분의 직종에서는 이제까지 일어난 일의 공통 분모를 연구함으로써 위험을 관리합니다. 투자와 기업을 다룬 책들을 보면, 약간씩 다르긴 하지만, 대체로 위험을 10가지 정도로 나누고 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역사를 통해 우리가 연구할 수 있는 위험은 실제 우리가 경험하는 위험에 비해 턱없이 작다는 것입니다. 일단 일어나고 나면 엄청난 위험이긴 하지만, 일어나지 전까지는 심각하게 고려하거나 데이터를 수집해 연구할 만큼 일반적인 일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마치 전차를 못쓰게 만든 들쥐의 경우처럼 말이죠.

뉴욕 타임스의 이전 기사에서 “전례없는(unprecedented)”이란 단어와 “일반적인(common)”이란 단어를 검색해 보면, 전자가 후자보다 10분의 1 수준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탠포드 대학 스콧 세이건 교수의 말처럼,

“전에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던 일이라도 언제나 일어나기 마련이다.”

1 년 전 워런 버핏은 자기 자리를 대신할 사람을 찾는다고 발표했었습니다. 후보자에게 필요한 기술은 이러했습니다.

한 번의 큰 실수를 저질러도 장기간의 성공을 통해 상쇄시킬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필요로 하는 인재는 전에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위험을 포함해, 모든 심각한 위험에 대비해 해쳐나갈 수 있게 타고난 사람입니다.

일전에 만난 한 스타트업 창업자에게 전에 경험했던 해결하기 어려운 위험들과 그 원인이 무엇이었는지를 물은 적이 있습니다. 그중 스타트업을 경영하면서 겪게 되기 마련인 위험을 제외하고 재미있는 내용은 다음 같았습니다.

  • 수도관이 터져 사무실에 홍수가 남

  • 회사가 세 차례나 털림

  • 생산 공장에서 퇴짜를 맞음

  • 한 고객이 매장에 개를 데리고 들어오나 다른 여성 고객이 보건부서에 항의 전화를 걸어 매장이 폐쇄됨

  • 공들여 진행한 자금 조달 과정에서 CEO의 이메일이 도용당함

  • 창업자가 신경 쇠약에 걸림

이러한 일 중 몇은 이 회사의 존립과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예상할 수 없던 일이었습니다. 어느 것도 주변의 비슷한 회사에서 일어난 적이 없던 일이었습니다. 어느 것도 쉽거나, 미리 알 수 있거나, 해법을 준비해 놓을 수 있는 거이 아니었습니다. 누구도 미리 준비하거나,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이것 바로 실제 위험입니다.

다음 두 가지가 이런 상황을 타개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1. 단일 고장점 없애기

#

  • 단일 고장점(single point of failure, SPOF)이란 시스템 구성 요소 중에서, 동작하지 않으면 전체 시스템이 중단되는 요소를 말함.

모든 것은 언젠가는 고장나게 마련입니다. 따라서 여러 가지가 단 한 가지에 의존하게 되면, 그 한 가지가 고장나 엄청난 재앙을 닥칠 날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단일 고장점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납니다. 무언가에 영향을 받는 모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즉, 다른 여럿을 더 효과적으로 만들어 주는 어떤 하나가 바로 단일 고장점입니다.

항공기의 경우, 중요한 시스템에는 백업이 있고, 이 백업에도 백업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대 제트기에는 4개의 중복 전기 시스템이 있습니다. 한 대의 엔진으로도 비행 할 수 있고, 엔진 없이도 기술적으로 착륙이 가능합니다. 모든 제트기는 엔진 추동력이 없는 상태에서도 브레이크만으로 활주로에서 정지할 수 있습니다. 현수교의 경우, 상당수의 케이블이 끊어져도 무너지지 않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기업에게 있어 실패의 원인이 되는 최고의 단일 고장점은 부채와 평판입니다. 하지만 이 두 가지는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요인입니다. 그리고 배고픈 들쥐가 갉아 먹는 곳은 어느 누구도 모르는 곳입니다.

기업에서 어느 누구도 모르는 단일 고장점을 찾아내는 재미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매월 직원 전체의 이름을 각각 종이 써넣어 담은 바구니에서 한 명을 뽑습니다. 뽑힌 직원은 이후 10일 동안 휴가를 떠나고, 그 직원에게는 누구도 일체의 연락을 해서는 안 됩니다.

직원들이 휴가의 쌓아놓고 사용하지 않는 경향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단일 고장점을 찾을 수 있는 테스트이기도 합니다. 한 직원이 예기치 않게 자리를 떠나 연락이 닿지 않게 되면, 그 직원에 대한 기업의 의존도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게 됩니다.

기업에서 중요 프로그램의 암호를 한 직원만 알고 있거나, 중요 납품업체와 거래를 한 직원이 담당하고 있을 경우, 결국 해당 직원이 들쥐의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그 직원이 자리에 없고 연락이 닺지 않음을 알게 되면, 그 때는 이미 늦게 됩니다.

2. 과거의 실수에서 배울 수 있는 겸손

#
대니얼 커너먼은 이렇게 말합니다

예상치 못해 저지른 실수로부터 배워야 하는 이유는 세상이란 예상하기 어려운 곳이기 때문이다. 뜻밖의 일에서 배워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세상이란 뜻밖의 일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향후 같은 문제가 다시 생길 가능성이 있는 만큼만 안전하게 됩니다. 하지만 아주 드문 문제를 해결하고 잘못된 자신감을 갖게 되면 전반적인 위험을 다시 키우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금융 위기에서 벗어난 은행들이 교훈을 얻었답시고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서는 폐쇄했지만, 서브 프라임 자동차 대출 부서를 늘리는 것처럼 말입니다.

뼈아픈 실수를 저지른 후 구체적인 교훈을 얻는 것도 중요합니다만,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을 폭넓게 열어두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렇게 되면 과거에 저지른 실수를 다시 저지르지 않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생각지도 못한 실수를 저지르는 않는데도 도움이 됩니다. 아마도 들쥐가 있을 것이라고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 쥐덫을 놓아두는 것이라고나 할까요..

<출처: Collaborative Fund, “Nobody Planned This, Nobody Expected It”>


This page is synchronized from the post: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던 일이라도 언제나 일어나기 마련 - 그리고 이에 대비할 수 있는 방법’

Your browser is out-of-date!

Update your browser to view this website correctly. Update my browser now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