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크셔 해서웨이(BRK)의 1분기 13F 보고서에서 골드만삭스(GS)의 지분 약 84%를 처분했다는 소식이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또한 버크셔는 JP 모건 체이스(JPM) 지분 역시 3% 줄였다.
워런 버핏은 지난 몇 십 년 동안,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동안에도 미국 굴지의 은행들에 대해 낙관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따라서 앞으로 어떤 업종이 좋은 수익률을 가져다줄 수 있을지 투자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버핏의 일거수일투족에 주목하고 있는 투자자들에게, 그가 골드만삭스 주식을 매각했다는 사실이 더욱 흥미로워지고 있다. 버핏이 은행에 대한 믿음을 버렸다는 언론 보도와는 달리, 골드만삭스 주식 매각은 전략적 자산 배분 결정으로 봐야 할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버핏은 여전히 은행에 대해 낙관적이다.
골드만삭스 보유 지분을 1,200만 주에서 단 192만 주로 줄였다고 해도, 올해 1분기 말 버핏의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금융 서비스 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37%로 아주 높다.
다만 이 업종의 비중이 2019년 9월 최고치인 47% 이상에서 꾸준히 감소하고 있으며, 골드만삭스 주식 매각은 일차적으로 이런 추세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하지만 버크셔의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은행 등 금융 서비스 기업이 여전히 약 37%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로부터 이 업종의 전망을 낙관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골드만삭스는 경쟁 은행을 따라잡는데 고전하고 있다.
버핏이 은행에 대한 낙관론을 버렸는지 아닌지 분명히 알아보기 위해서는 먼저 골드만삭스의 사업 구조를 살펴보고, 어떻게 운영하고 있으며 수익의 대부분을 어디서 벌어들일 수 있는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 은행은 투자 은행과 세계 시장 사업에 의존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골드만삭스는 1분기에 이 두 부문에서 매출의 약 84%를 창출했다. 이 두 부문의 성공은 세계 자본 시장의 성과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지난 몇 년 동안 이 은행은 소비자 금융 사업도 포함시켜 수익원을 다각화하려고 노력해왔다. 하지만 소비자 대출 포트폴리오의 절반을 기업 대출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골드만삭스의 사업 전략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 은행은 기관 고객에서 소매 고객 중심으로의 변신이 한창 진행 중이며, CEO 데이비드 솔로몬은 2019년 여러 수익 콘퍼런스 콜에서 자기 은행이 마침내 소비자 금융에 더 방점을 두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이는 긍정적인 발전이지만, 동료 은행들도 금융위기의 여파 이후 이러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10년 CEO로 취임한 제임스 고먼의 지휘 아래 모건 스탠리(MS)는 투자 수익률 향상 잠재력이 있는 소비자 금융으로 다각화할 필요성이 있음을 재빨리 파악했다.
골드만삭스는 고금리 예금 계좌와 무담보 개인 대출을 전문으로 하는 온라인 은행 마커스(Marcus)를 출범시키면서, 처음으로 소매 금융 상품에 관심을 보였다. 최근의 움직임 중 하나는 애플과 파트너십을 맺고 2019년 애플 카드(Apple Card)를 내놓은 것이다. 이러한 모든 조치에도 불구하고, 골드만삭스는 의미 있는 속도로 성장하지 못했다. 핵심 성장 지표를 소매 금융의 의존도가 큰 뱅크 오브 아메리카(BAC)와 비교해 보면 문제를 뚜렸해진다.
출처: Eikon
골드만삭스가 순이익 증가율에서는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뱅크 오브 아메리카가 2019년 270억 달러 이상의 순이익을 창출하면서, 84억 달러의 골드만삭스보다 훨씬 큰 기업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 같은 재무 실적의 차이가 이들 두 은행의 시장 성과를 차별화시킨 요인이기도 했다.
하지만 골드만삭스는 소매 금융 산업에서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고, 불과 몇 년 만에 마커스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출처: 투자자 프레젠테이션
향후 몇 년 동안, 이 은행은 신세대에게 맞는 온라인 상품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매 금융 부문 글로벌 공동 대표인 에릭 레인은 지난해 애널리스트들과의 콘퍼런스 콜에서 자기 팀의 목표를 확실히 했다.
우리는 선도적인 온라인 소매 은행이 되길 열망하고 있습니다. 대출에서 시작해서 예금과 카드를 추가했고, 다양한 온라인 상품의 균형을 맞추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소매 금융 부문의 성장은 회사의 수익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자본 비용도 줄일 수 있다. 골드만삭스의 CFO 스티븐 셔에 따르면, 신규 예금 100억 달러 당 자본 비용이 8,000만 달러씩 감소할 것이라고 한다.
이 수치가 말해주듯이, 골드만삭스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 모건스탠리 및 JP 모건을 포함한 경쟁 은행들보다 몇 년 뒤처져 있다. 경기 침체 위험이 현실화되지 않았다면, 향후 몇 년 안에 골드만삭스가 이들 은행을 따라잡을 수 있었을 것이고, 향후 경제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더 나은 조건을 갖출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국이 이미 경기 침체에 빠져 있는 지금, 골드만삭스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은행 중 하나가 될 수 있고, 경쟁 은행들보다 회복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투자 은행 산업은 글로벌 금융위기 동안 입은 손실로 여전히 갈지자 걸음을 걷고 있고, 위축된 신용 사업이 장기적인 매출 하락의 원인이다.
출처: Harvard Business Review
이 산업의 매출 하락은 향후 몇 년 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골드만삭스에게도 고무적인 신호는 아니다.
결론
버크셔 해서웨이가 골드만삭스 주식을 처분한 것을 두고, 일부 투자자들은 버핏이 은행에 대한 관심을 잃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반면, 버크셔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최대 주주이며, 1분기에 PNC 파이낸셜 서비스(PNC)의 지분을 늘렸다. 골드만삭스의 사업 구조를 자세히 살펴보면, 이 은행은 투자 은행 사업의 의존도가 여전히 큼을 알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향후 몇 년 동안 계속 압박을 받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버핏의 골드만삭스 지분 축소는 은행 산업의 어려움을 예고하는 신호가 아니라, 전략적인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
자료 출처: Dilantha De Silva, “Buffett’s Sale of Goldman Sachs Is Not Bad News for Bank Stoc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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