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인 상황에서 기업 경영진이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중단하는 것은 미래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하거나, 주가가 고평가되었다고 생각한다는 뜻으로 해석되는데, 보통 투자자들에게는 좋은 신호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이상하게도, 심각한 타격을 입은 에너지 분야의 주요 원유 메이저들의 주가가 크게 상승하고 있다. 자사주 매입과 설비 투자를 중단하면서, 가장 중요한 배당금은 유지할 것이라고 발표한 때문이다.
셰브론은 유가 폭락에 대한 강력한 대응으로 2020 회계연도 설비 투자 비용을 20억 달러에서 16억 달러로 20% 삭감하고, 4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쉐브론은 경영진이 배당 프로그램은 그대로 유지한다면서, “아주 안전한” 상태임을 재차 확인시켰다.
셰브론의 CEO 마이클 워스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배당은 우리의 최우선 과제다. 배당을 위한 현금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지금 상황이 단기적으로 원유 생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배당금 보호를 비롯한 재정적 우선순위를 지켜나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셰브론의 주가는 화요일 오후 12시 16.8%까지 급등했다. 셰브론의 주가가 연초 대비 거의 50% 하락하면서, 배당 수익률은 9.52%로 높아져, 30여 년 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셰브론의 배당 동향
(출처: MacroTrends)
셰브론은 현재 회계 연도에 배정된 50억 달러 상당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 중 1분기에 17.5억 달러를 집행한 것을 끝으로 더 이상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않을 예정이다. 한편, 설비 투자 비용 삭감 중 대부분은 셰브론의 생산 증가의 핵심 엔진인 퍼미언 배신에서 이뤄질 것이다. 셰브론은 이 배신의 생산량을 20%(일간 125,000배럴 감산) 줄일 것으로 예상하며, 이 배신의 현재 총생산량의 2.5%에 해당한다.
하지만 셰브론은 시추에 대한 지출은 줄이겠지만 전 세계적인 생산량은 전년도와 비슷하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 셰일 기업들이 더 효율적으로 시추 방법을 개발했다는 증거다.
셰브론의 업스트림 부문 부사장 제이 존슨은 “우리는 유연한 자본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단기 투자를 연기하고, 아직 진행되지 않은 프로젝트의 속도를 조절하면서 지금 같은 예상치 못한 시장 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우리는 향후 몇 년 안에 생산을 시작할 이미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완성에 초점을 맞추는 한편, 퍼미언 배신을 등지의 단기 활동을 늦추고 있다가 유가 회복 시에 다시 능력을 보존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셰브론은 코로나19와 공급 과잉의 충격을 안타까워하면서도, 향후 수익을 예상해 볼 수 있는 가이던스는 내놓지 않았다.
원유 메이저 중 확고한 긴축 조치를 실시한 곳이 셰브론 만은 아니다.
유럽의 대형 원유 회사인 이탈리아의 에니 SpA, 프랑스의 토털 SA, 노르웨이의 에퀴노르 ASA가 실시한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 중단에 뒤이어, 로열 더치 셸도 화요일 같은 조치를 취했다.
쉘은 향후 12개월 동안 운영 비용을 30~40억 달러 줄이고, 2020 회계연도 설비 투자 가이던스를 기존 약 250억 달러에서 200억 달러까지 축소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쉘은 1분기까지 자사주 매입을 완료했고, 향후 프로그램을 중단했으며, 시장 상황에 따라 현 회계 연도에 100억 달러 이상의 투자 축소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한때는 자사주 매입의 수호자로 여겨졌던 유럽의 대형 원유 회사들도 저유가로 인해 에너지 시장이 붕괴되면서 이제 자사주 매입을 중단하고 자본 지출을 줄이고 있다. 이들 회사는 부채 부담이 크고, 대부분이 투자를 크게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쉘의 주가는 화요일 오후 12시 50분에 21.2%나 급등했고, 현재 배당 수익률은 14.0%를 기록하고 있다.
출처: CNN 머니
밀물이 들어오면 모든 배를 들어 올린다는 말처럼, 에너지 부문의 주식들의 주가도 함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상원이 2조 달러의 경기 부양책을 곧 통과시킬 것이라는 희망으로 화요일 벤치마크인 XLE( Energy Select Sector SPDR Fund)는 13.5% 상승했다.
경기 부양책으로 달러가 풀리면 달러가 약세로 돌아설 것이란 기대감으로, 4월 인도분 WTI 선물은 배럴당 24.56달러로 5.1% 상승했고,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28.08달러로 3.9% 상승했다.
서방 1위 원유 메이저 엑손 모빌은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이 없고, 아직 이번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대책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자본 지출이 가장 많은 기업 중 하나로서, 야심찬 투자와 배당금을 지급할 현금 흐름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유가가 배럴당 77달러는 돼야 한다. 하지만 엑손 모빌의 주가는 이 글을 쓰는 순간 11.3% 상승했다.
자료 출처: Oilprice.com, “Here’s Why Big Oil Stocks Are Rally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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