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글이 불편하신 분들을 위해, 결론은 다음과 같다.
목돈이 있는데 일시불로 투자할지, 아니면 정기 적립식으로 투자할지 고민이 된다면, 지금 당장 일시불로 투자하는 편이 더 낫다. 위험 조정 기준으로 마찬가지다.
다양한 자산, 기간 및 어떤 주가 수준에서도 다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자금을 투자하기 위해 더 오래 기다릴수록, 최악의 상황에 처하게 될 가능성이 더 커진다.
“일반적으로”라는 단서를 단 이유는 정기 적립식 투자가 더 효과적인 유일한 경우는 하락장에서 평균 매수 단가가 낮아지는 때뿐이다. 하지만, 하락장에서 꾸준히 투자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락장이 정기 적립식 투자에 가장 좋은 시기인데도, 자기감정과 싸우기 어려운 시기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이 전략을 고수할 수 없을 수 있다.
만일 일시불로 투자해 놓고 걱정이 떠나지 않는다면, 그것은 일시불 투자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보다 위험이 더 큰 포트폴리오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포트폴리오를 보다 보수적으로 바꾸고, 다른 생활에 더 집중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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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재정에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언제 투자할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가진 돈이 10달러, 10만 달러 혹은 1,000만 달러든 상관없이, 지금 당장 일시불로 투자하느냐, 아니면 시간을 나누어서 일부씩(정기 적립식) 투자하느냐가 문제다.
일시불 투자란 무엇이고, 정기 적립식 투자는 무엇인가?
일시불 투자(LS): 가용한 자금 전부를 한 번에 투자하는 행위. 투자되는 돈의 액수는 중요하지 않고, 전액을 즉시 투자해야 한다.
정기 적립식 투자(DCA): 가용 자금을 나눠서 시간차를 두고 투자하는 행위. 얼마를 어느 정도 기간을 두고 투자하느냐는 자신에게 달려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접근법은 특정 기간에 걸쳐(예를 들어, 12개월에 한 차례씩) 동일한 금액을 투자하는 것이다.
정기 적립식으로 투자할 경우(즉, 연금 계좌를 통해 2주마다), 실제로는 그때마다 일시불로 투자하는 셈이 된다. 아래 차트는 12,000달러를 일시불로 투자한 경우와 12개월에 걸쳐 매달 1,000달러씩 투자한 경우를 알기 쉽게 나타낸 것이다.
정기 적립식 투자가 불리한 이유(사고 실험)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기 적립식 투자는 대부분의 자산에서 일시불보다 저조한 성과를 올리게 될 것이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다소 터무니없어 보이는 사고 실험을 해보자.
100만 달러가 계좌에 있다고 상상해보자. 향후 100년 동안 이 돈의 구매력을 지키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일시불 투자와 정기 적립식 투자(100년 동안 매년 1만 달러씩)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 어느 방식을 택하겠는가?
투자한 자산의 가격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승한다고 가정할 경우(그렇지 않다면 투자할 이유가 없다), 지금 투자하는 것이 100년 동안의 평균보다 나을 것이 분명하다. 100년 동안에 걸쳐 투자한다는 것은 구매력에도 좋은 일이 아니다.
같은 논리로 100년 보다 훨씬 더 짧은 기간을 상정해 볼 수 있다. 즉, 100년이 아니라, 100개월 또는 100주로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평균적으로 성과는 더 나빠질 것이다. “시작하기 최고의 시기는 어제였다. 다음번 최고 시기는 오늘이다.”라는 말처럼 말이다.
이 개념을 파악하면 이 글의 나머지 부분도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일시불 투자에 비해 정기 적립식 투자의 성과는 얼마나 저조할까?
적립식 투자의 저조한 성과의 크기는 시간에 따라, 자산에 따라, 투자 기간을 얼마로 잡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제 정기 적립식 투자 기간을 24개월(2년)로 상정하자.
투자 기간을 더 짧게 잡는다면(예를 들어, 12개월), 저조한 성과의 크기가 작아질 것이고, 더 길게 잡는다면(예를 들어, 36개월), 저조한 성과의 크기가 더 커질 것이다.
우선, S&P 500에 24개월 동안 적립식 투자한 경우와 일시불 투자한 경우를 비교해 보자. 1997년 이후, 모든 24개월 기간 중 78%에서 일시불 투자보다 적립식 투자가 더 저조한 성과를 보였고, 평균 4.8% 저조했다.
이 차트를 만들기 위해 24개월 동안 적립식 투자 포트폴리오의 성과에서 일시불 투자의 성과를 뺐다.
예를 들어, 2005년 1월부터 24개월 동안 매월 S&P 500에 적립식으로 투자했다면, 같은 기간의 일시불 투자보다 약 10% 저조한 성과를 올렸을 것이다. 위 차트에서 2005년 1월이 -10%인 것도 이 때문이다.
검은색 선이 0% 아래에 있을 경우, 적립식 투자가 일시불 투자보다 저조한 성과를 보인 기간이며, 0% 이상에 있을 경우 우수한 성과를 올리는 기간이다.
분석을 1960년까지 후퇴시켜 봐도, 유사한 결과를 볼 수 있다.
적립식 투자가 일시불 투자보다 우수한 성과를 올리는 유일한 시기는 시장이 붕괴될 때뿐이다(예를 들어, 1974년, 2000년, 2008년 등). 하락장에서 정기 적립식 투자가 평균 매수 단가를 낮춰주기 때문이다.
이에 위의 사고 실험으로 돌아가서, 자산 가격이 상승하면 일시불 투자가 우수한 성과를 올리지만, 하락하면 적립식 투자가 우수한 성과를 올린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자산은 시간이 흐르면서 대부분 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에, 적립식 투자가 일시불 투자보다 저조한 성과를 올리는 이유다.
주식 이외에 다른 자산도 마찬가지일까?
아래 표를 보면 다양한 자산에서도 정기 적립식 투자가 일시불 투자보다 저조한 성과를 올린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보다시피, 시험한 모든 자산과 다양한 출발 시점 모두에서 적립식 투자가 일시불 투자보다 평균 3% 이상 더 저조한 성과를 보였다. 따라서 어떤 자산에 정기 적립식 투자를 하기로 하고 무작위로 출발 시점을 선택한다고 해도, 일시불 투자에 비해 그만큼 저조한 성과를 올릴 가능성이 아주 크다.
또한 위험 조정(샤프 비율) 기준으로, ACWI와 신흥 시장을 제외한 모든 자산에서 정기 적립식 투자가 일시불 투자보다 저조한 성과를 보였다.
아래에서 위험에 대해 더 자세히 다루겠지만, 이 표는 우리 사고 실험의 핵심을 잘 보여준다. 장기적으로 자산 가격이 우상향 한다면(역사적으로도 그래왔다), 상승 도중(정기 적립식 투자) 도중 보다, 상승하기 전에(일시불 투자) 투자해야 한다.
지난 24개월 동안 비트코인에서 적립식 투자가 일시불 투자보다 34%나 더 저조한 성과를 보인 것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물론 비트코인이 현시점부터 장기적으로 상승하지 않으면 어쩌냐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런 생각이면 비트코인에 투자하지 않으면 된다.
양자의 위험은 어떤가?
이제 일각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이 간다. 우수한 성과가 좋은 것이고, 투자하는 목적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성과에만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 위험에도 신경을 쓴다. 따라서 일시불 투자가 적립식 투자보다 더 위험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1960년 이후 이 두 전략의 표준 편차를 비교한 아래 차트를 보면, 바로 그러함을 알 수 있다.
보다시피, 모든 시험 기간에서 일시불 투자의 표준편차가 정기 적립식 투자보다 훨씬 높다(다른 자산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는 투자 기간 동안 항상 부분적으로 현금 비중이 있는 정기 적립식 투자와는 달리, 일시불 투자는 투자 자산에 완전히 노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립식 투자와 비슷하거나 낮은 위험의 포트폴리를 사용하면 더 우수한 성과를 올릴 수 있다.
예를 들어, 60/40(미국 주식/채권) 포트폴리오에 일시불 투자한다면, 대부분의 기간에서 주식에 100%로 정기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것보다 우수한 성과를 올릴 수 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점은 다음과 같이 양자가 거의 동일한 위험을 감수한다는 것이다.
무슨 뜻인지 생각해보자. 24개월 동안 60/40(미국 주식/채권) 포트폴리오에 대한 일시불 투자는 S&P 500에 대한 정기 적립식 투자와 위험 수준은 동일하지만, 더 우수한 성과를 올릴 가능성은 더 높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대부분의 기간에서, 대부분의 자산에서 위험 조정 기준(샤프 비율)으로 일시불 투자의 성과가 더 우수하다.
이 지표를 사용하면, 일시불 투자가 대부분에서 정기 적립식 투자보다 샤프 비율이 높기 때문에, 정기 적립식 투자의 낮은 위험으로 조정한고 해도, 일시불 투자만큼의 위험 조정 수익률을 올리지 못한다.
정기 적립식 투자에서 “남은 현금”을 단기 채권에 투자하면 어떨까?
여기까지의 백 테스팅은 정기 적립식 투자에서 남은 현금을 그저 현금으로만 치부했었다. 하지만 적립식 투자를 하면서 나머지 현금은 단기 채권에 투자할 수 있다.
여기서 문제는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이렇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음번 투자할 때까지 단기 채권에 현금을 넣어두지 않고, 놀려두는 편을 택한다.
지난 20년 동안 개인 투자자들의 현금 비중이 평균 22%라는 AAII 자산 배분 조사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그리고 과거로 더 거슬러 올라갈수록 개인 투자자들의 현금 비중은 더 높아진다.
정기 적립식 투자에서 남은 현금을 단기 국채에 넣어두고 이자를 받으면 어떻게 될까? 이 조건에서도 정기 적립식 투자가 모든 자산에서 일시불 투자보다 저조한 성과를 보이지만, 일반적으로 위험 조정 기준으로는 그렇지 않다.
보다시피, 정기 적립식 투자에서 남은 현금을 그냥 두는 경우 일시불 투자 보다 3~5% 저조한 성과를 보이던 데서, 남은 현금을 단기 국채에 넣어두면 저조한 성과가 1~4%로 소폭 감소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비트코인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자산에서 정기 적립식 투자의 평균 샤프 비율이 일시불 투자보다 더 높았다는 점이다.
따라서 만일 하락장에서 정기 적립식 투자를 하고, 나머지 현금은 단기 국채에 투자할 수 있는 원칙을 지킬 수 있다면, 일시불 투자보다 우수한 성과를 올릴 수 있다.
하지만 하락장에서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거나, 나머지 현금을 원칙에 입각해 단기 채권에 넣어둘 수 없다면, 정기 적립식 투자는 재고가 필요하다.
가격이 고평가된 수준에서는 어떻게 되나?
마지막으로,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것들만큼 중요한 것이 있다. 보통 정기 적립식 투자보다 일시불 투자를 권할 때 돌아오는 대답은 “정상적인 시장에서는 이해가 되지만, 가격이 고평가된 수준인데도 괜찮을까요?”다.
그렇다면, 가격이 고평가된 수준일 때는 정기 적립식 투자가 더 좋을까?
그렇지 않다. 이유는 이렇다.
아래는 1960년 이후 미국 주식에 대한 정기 적립식 투자와 일시불 투자를 비교한 위 차트와 같지만, 시장의 PER 배수에 따라 색상을 달리했다(선이 더 붉은색이 될수록 PER 배수/주가 수준이 더 높은 상황이다).
보다시피, 정기 적립식 투자가 일시불 투자보다 우수한 성과를 보이는 기간은 주가 수준이 상위 25% 이내에 있을 경우가 대부분이었다(PER 25배 이상). 하지만 이를 수치로 나타내 보면, 위험 조정 기준으로 정기 적립식 투자가 항상 일시불 투자보다 저조한 성과를 보임을 알 수 있다.
주가 수준이 높아질수록 적립식 투자의 저조한 성과가 줄어들긴 하지만, 일반화시키기에는 표본 크기가 너무 작다.
예를 들어 PER가 30배를 넘었을 경우(2019년 말 수준)만 고려한다면, 정기 적립식 투자는 향후 24개월 동안 일시불 투자보다 평균 2.7% 우수한 성과를 보인다. 하지만 PER가 30배를 넘었던 경우는 닷컴 거품 당시뿐이었다.
미국 주식시장의 PER가 30배를 넘었던 마지막은 2017년 7월이었고, S&P 500은 그 이후로 30% 이상 상승했다(배당금 포함). 물론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때를 기다린다.”라고 한다면,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PER가 처음 30배를 넘어선 때는 1997년 6월이었다. 하지만 닷컴 거품 정점에서도 그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그러므로 만일 지금 시장이 고평가되어 있고, 그리고 경기 침체가 닥칠 것으로 생각한다면, 그때까지 몇 년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주가 수준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라, 어쩌면 예전보다 덜 중요할 수도 있고, 또 주가 수준이 중요하다고 말할 데이터도 충분하지 않다.
주가 수준에 근거해 일시불 투자보다는 정기 적립식 투자가 더 낫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그렇지 않다.”라고 답하는 이유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역사에서 정기 적립식 투자가 주가 수준과는 상관없이 일시불 투자보다 저조한 성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예외적인 시기도 있었으므로, 앞으로의 일은 오로지 시간만이 말해줄 것이다.
자료 출처: Of Dollar and Data, “Dollar Cost Averaging vs. Lump Sum: The Definitive Gu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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