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시장을 이기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이 아닐 때가 있습니다. 벤저민 그레이엄만 봐도 그렇습니다.
그레이엄은 1923~1925년 동안 루이스 해리스와 함께 만든 첫 번째 펀드를 폐쇄한 후 1926년 그레이엄 조인트 어카운트(Graham Joint Account)라는 두 번째 펀드를 만들었습니다. 1926년부터 1928년까지 3년 동안, 이 펀드는 연평균 25.7%의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다우 지수는 20.2%였습니다. 한 마디로 시장을 이겼던 것이죠.
그리고 그 이후 시장은 내리막 길을 걸었는데, 그 와중에서도 그레이엄은 시장을 이겼습니다…
1929년부터 1932년까지, 다우 지수는 80%의 손실을 입었지만, 그레이엄의 펀드는 이 보다 나은 70%의 손실을 기록했습니다(어쨌든 시장을 이긴 것입니다). 상대 수익률로 본다면 분명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레이엄은 자신이 실패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주식 시장에서 최악의 4년을 근근히 버터냈습니다.
당연히 이 기간은 그레이엄에게 오래도록 강한 인상으로 남았습니다. 2008년 열린 그레이엄 & 도드빌 행사에서 제임스 그랜트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James Grant: Graham and Dodd Breakfast Oct. 2008)
가치 투자자들은 레버리지에 대해 뿌리깊은 혐오감을 갖고 있었지만, 그레이엄과 파트너들은 큰 레버리지를 부담한 채 시장 붕괴를 맞이했다. 그레이엄이 밝혔듯이, 자본금 250만 달러로 운용되던 이 펀드는 250만 달러의 롱 포지션을, 이를 위한 헤지 수단으로 250만 달러의 숏 포지션을 구축해 놓고 있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그레이엄은 200만 달러를 추가로 빌려 롱 포지션의 규모를 450만 달러로 늘렸다. 그는 “우리가 구축한 모든 롱 포지션 유가 증권의 내개 가치가 시장 가격보다 더 높다고 확신했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내재 가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우리가 보유한 유가증권 중 대부분은 월스트리트에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지만, 이전에도 비슷한 유가증권이 큰 수익을 안겨주곤 했다.”라고 말한다. 때문에 가치가 보상해 주리라는 믿음으로 상당한 레버리지를 통해 가치주를 쓸어 담았다.
비교 하자면, 다우 지수는 1929년 17%, 1930년 34%, 1931년 53%, 1932년 23%의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4년 동안 전체적으로 80%의 손실을 입은 것입니다.
레버리지(증권 담보 대출) 사용이 1920년대에는 흔했습니다. 모두가 레버리지를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1921년부터 1929년까지 이어진 오랜 상승장은 오히려 레버리지의 사용을 장려한 꼴이었습니다(이 기간 동안 다우 지수는 450% 상승했습니다).
레버리지의 가장 큰 매력은 수익을 더 크게 만들어 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누구도 입에 담지 않는 레버리지의 단점은 손실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것입니다.
4년간 손실을 겪은 후 그레이엄은 레버리지를 사용하지 않기로 맹세했을 것입니다. 물론 그가 얻은 첫 번째 교훈이었겠죠.
그렇다면 두 교훈은 무엇이었을까요? 너무 오랜 상승장에서는 무사안일에 빠지기 쉽다는 것입니다. 그레이엄도 바로 그랬기 때문입니다.
상승장 기간 동안 싸게 산 것들이 큰 수익을 안겨 주었기 때문에, 그의 펀드는 44%의 레버리지를 지고 있었습니다. 같은 상황이 계속 반복되었습니다. 끝날 때까지는 말입니다. 그레이엄의 가치 투자 전략이라도 한계가 있었고, 이 한계는 자기 만족과 레버리지로 더 나 좁아졌습니다.
세 번째 교훈은 더 어렵게 얻어졌습니다. 심각한 손실에서 정신적으로나 재정적으로 회복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레이엄은 스스로 재정적 손실을 극복해 냈습니다. 1935년이 되자, 그와 투자자들은 손실에서 완전히 회복했습니다(이 자체로도 큰 위업입니다).
하지만 정신적인 문제는 또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그레이엄은 합리적이었기 때문에 당시의 경험이 자신을 완전히 바꿔 놓았습니다. 훨씬 더 보수적인 투자가가 된 것입니다. 제임스 그랜트는 이렇게 말합니다.
증권 분석가로서 또 투자자로서 그레이엄의 역설적인 상황이 이해가 된다… 그렇게 미스터 마켓은 1929년부터 1932년 사이에 모든 이들의 삶을 망치고도 만족하지 않았다. 1937년 미스터 마켓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얼마나 만만치 않은 존재인지 각인시켜 주기나 하려는 듯 또 다른 교훈을 안겨 주었다.
1937년 또 한 차례의 불황이 찾아왔다. 공황이라기보다 불황이 더 맞는 말이었다. 주식 시장은 다시 큰 폭락을 겪었다. 이때까지 그레이엄은 할만큼 했다. 그는 인간으로서 여러 면에서 훌륭했지만, 또한 필멸의 존재에 불과했고, 도저히 모면할 도리가 없었다. 그도 어쩔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그의 인내심은 1940년대에 들어서면서 조금씩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또한 우리에게 교훈이 된다…
그렇게 그레이엄은 크나큰 시련을 겪었다. 이를 통해 당시 기관 투자자들에게 조언을 남기려는 듯 말이다. 당시에는 신탁 기금, 은행 및 기부금 관리자를 제외하곤 기관 투자자가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레이엄은 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지금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요? 연리 2~3%의 국채를 사야 합니다. 일부 6~8%의 배당금을 지급하는 우량 배당주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관 투자자들은 채권을 살 수 있다면 주식은 피하는게 좋습니다.”
이어 5년 후 채권 금리는 사상 최저치를, 채권 가격은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제 그레이엄도 주식 시장을 멀리했다. 그리고 그 동안 750쪽에 달하는 증권 분석을 펴냈다. 이렇게 그레이엄의 사례에서 배워야 할 점은, 시대에 굴하지 않았으며, 그 또한 인간의 나약함을 지닌 존재인지라 때로 시대에 굴복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월터 슐로스는 1929년 당시의 경험이 그레이엄과 여러 다른 사람 얼마나 큰 영향을 주 었는지, 그리고 투자자들이 참담한 손실을 극복하기가 왜 그리 어려운지 설명합니다. (Walter Schloss: Outstanding Investor Digest 1989)
하지만 그레이엄은 손실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험을 줄이는데 집중했다. 사람들은 이전에 일어났던 일과 상황이 어땠는지 기억하려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투자에서도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다… 사람들은 1930년대에 일어났던 상황도 잊어 버렸다. 그 시대를 살았던 그레이엄은 당시 상황을 기억했고, 다시 그런 상황이 닥칠 것을 두려워했으며,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일이라면 모든 것을 했다.
하지만 그러는 과정에서 많은 기회를 놓쳤다. 우리가 항상 갖고 있는 문제 중 하나도 바로 이것이다. 진정으로 잃지 못하면, 진정으로 얻지도 못한다. 당시를 직접 겪어보지 않았더라도, 당시의 상황을 기억해야 한다. 벤저민 그레이엄, 제리 뉴먼 등을 비롯해 대공황 시절을 살았던 많은 이들의 문제 중 하나는 그게 당신이 항상 가지고있는 문제 중 하나는 당시의 상황이 언제라도 재현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레이엄 조차도 1932년의 상황이 다시 반복된다면 투자할 생각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 불황이야 언제든 찾아올 수 있고, 경기도 나빠질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을 예측할 도리는 없다. 그러려고 했던 이들 치고 엄청난 시장을 놓치지 않은 이가 없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으며, 그러려고 해서도 안된다.
그럼에도 가장 놀라운 점은 그레이엄이 결코 자신의 투자 철학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최악의 4년을 경험했다면, 보통이라면 투자를 그만둘 가능성이 높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레이엄은 아니었습니다. 최근 출간된 서적 “Big Mistakes”에서 저자는 이렇게 요약하고 있습니다. (Big Mistakes: The Best Investors and Their Worst Investments)
다우 지수가 고점 대비 89% 하락한 이후에야, 사람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와 한 세대에 걸쳐 투자자들이 시장에 돌아오지 않은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가 증권 분석이 가치있는 노력이라는 확신을 꿋꿋이 지켜온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 처참한 손실을 기록하긴 했지만, 그레이엄은 훌륭한 결과를 얻는데 가치 투자가 가장 현명한 방법임을 계속해서 지켜 나갔다.
<출처: Novel Investors, “The Rise and Fall and Rise of Ben Graham”>
늘~~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ㄴ^
This page is synchronized from the post: ‘[그레이엄 시리즈] 대공황 시절 벤저민 그레이엄의 교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