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건물이 우리의 결정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투자자들이 미-중 무역 전쟁에 대한 우려로 자신의 위험 성향을 재고하기 시작하면서, 시장은 상당한 변동성을 겪어 왔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 위험을 감수하려고 하는 걸까요? 부자가 되고 싶은 욕심 때문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개성 차이 때문에? 성별 차이 때문에? 나이 차이 때문에? 교육 수준 차이 때문에? 인종 차이 때문에?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위에서 언급된 모두가 각각의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또 하나의 놀라운 요인이 밝혀졌습니다. 건물 내의 위치, 특히 어느 층에 살거나 근무하느냐에 따라 위험 감수 성향이 달라진다고 달라진다고 합니다. (연구 논문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세요.)
업무와 환경
스스로 모험을 즐긴다고 말했던 윈스턴 처칠은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우리는 건물을 만들지만, 다시 그 건물이 우리를 만든다.”
처칠이 이 말을 남긴 지 75년이 넘었지만, 우리는 우리의 행동 양식을 결정하는데 건물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충분히 알고 있지 못합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인간 심리와 행동에 대한 이해는 다양한 심리학과 신경과학 분야의 발전 덕분에 급격하게 변해왔지만, 인간과 물리적 환경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는 1970년대 이래 거의 중단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간 일부 연구를 통해 인간과 환경의 상호 작용을 이해하는 데 큰 진보를 이루었습니다.
점점 더 많은 학자들이 사람들의 금융 및 소비 결정에 건축 환경적 요인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고 있습니다. 연구 결과에 따라, “분위기학(atmospherics)”, “감각 마케팅(sensory marketing)”, “서비스 환경(servicescapes)”및 “체화된 인지(embodied/grounded cognition)” 같은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여러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천장이 높은 방에서 더 창의적이 되며, 쇼핑몰의 통로가 좁을 경우 더 다양한 물건을 살펴보고, 추운 방에서는 로맨틱 영화를 더 선호하며, 조명이 밝은 곳에 있으면 자선 단체에 기부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합니다.
이 분야에 대한 논문 발표가 급증하고 있으며, 마케팅, 금융 및 조직 연구 같은 여러 분야에 흩어져서 산재되어 있긴 하지만, 위와 같은 발견은 아주 매력적입니다.
위험을 감수하게 만드는 요인
그렇다면 이런 것들이 위험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안정된 의사 결정을 내리므로, 위험에 대한 태도 역시 자기 성격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싶어 합니다. 자신을 성급한 성격이라거나, 지나치게 소심하다거나, 아니면 그 중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언제나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연구 결과는 위험 감수 성향은 성격만큼이나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합니다. 행동 과학자 대니얼 커너만과 아모스 트버스키 교수는 위험 선호 성향과 행동이 다양한 외부 요인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의사 결정에 관계된 프레임, 의사 결정에 참고할 수 있는 자료의 규모 그리고 사회적 압력 같은 것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위험한 결정을 내리는데 물리적 환경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었습니다. 최근까지 실제로 알려진 유일한 사실은 만성적으로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들은 종종 높은 곳에서 경험하는 것 같은 “스릴’을 추구한다는 것입니다. 스카이다이빙, 번지 점프, 스키 등을 생각하면 됩니다.
그러면 그 반대도 사실일 수 있을까요? 즉 사람을 높은 곳에 대려다 놓으면 지상에서 보다 더 큰 위험을 감수하게 만들 수 있을까요?
최근 소비자 심리학 저널에 발표된 일련의 연구에 따르면, 건물 내 위치, 특히 층수에 따라 사람들의 위험 감수 성향이 급격히 변한다고 합니다.
위험 감수 성향이 높아진고요?
이 연구에서는 총 운용 자산이 5,000억 달러가 넘는 3,000개 이상의 헤지 펀드들의 수익률과 이들 사무실의 층수에 대한 자료를 모아 분석했습니다. 이어 헤지 펀드의 수익률 변동성과 사무실 층수 사이의 상관관계를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헤지 펀드 매니저의 사무실이 있는 층수가 높아질수록, 더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려 했고, 따라서 수익률의 변동성도 더 컸습니다. 이 결과는 총 운용 자산, 펀드 전략 및 다른 여러 변수들을 통계적으로 감안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예를 들어, 운용 자산이 큰 헤지 펀드일수록 임대료가 비싼 곳에 사무실을 차리고 있으며, 임대료가 비싼 사무실은 대게 건물의 최고층에 있습니다.
다음으로, 미국 내 22개 주를 대상으로 4가지 현장 연구를 통해 해발 고도와 위험 감수 성향 사이의 인과관계를 조사했고, 언제 어떻게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지 밝혀냈습니다.
이 연구 중 하나는 말 그대로 “엘리베이터 피치(elevator pitch)”를 수행했습니다. 즉, 엘리베이터를 타고 한 층에서 다음 층으로 가는 시간에 제안을 해본 것입니다. 예를 들어,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에 있는 73층 마천루 빌딩 르네상스 센터의 엘리베이터에서 사람들을 무작위로 만났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 또는 아래로 이동하는 동안 만난 사람에게 투자 결정을 해보라고 제안했습니다. 일정 금액을 저위험 저축 계좌에서부터 고위험 투자 수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위험도의 투자 대상에 어떻게 배분할지 물었습니다.
그 결과, 상층으로 올라가는 중인 이들이 하층으로 내려가는 이들에 비해 (안전한 것보다) 위험한 옵션에 투자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았습니다. 같은 사람에게 한 번은 올라가는 중에 한 번은 내려가는 중에 비교하기 어려운 두 가지 투자 수단에 대해 물었을 경우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연구진은 순서 효과( “order” effect)가 없었음을 확인하게 위해 여러 다른 대조군을 사용했습니다.
다른 연구에서는 실험 대상자를 건물의 1층 또는 3층에 무작위로 배치하고 위험 수준과 그에 따른 보상 정도가 다른 10가지 투자 대상에 대한 결정을 내려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 결과 층수가 높은 곳에 있던 사람일수록 자신이 더 강하다고 생각했으며, 그 결과 위험 추구 행동이 더 강해졌으며, 종종 비이성적이 될 정도였습니다. 이런 결과는 기존의 심리학적 발견과 일치하는 것이며, 자신이 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위험 추구 성향이 더 클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하는 것입니다.
캔자스에는 모험가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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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사람들이 매일 근무하는 건물이 때대로 그들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곤 하지만, 고층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수백만 달러의 투자 자금을 운용하는 이들에게는 그 영향 훨씬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2008년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기, 암호화폐 시장의 엄청난 변동성 또는 올해 1월까지의 기록적인 주식 시장 상승세 모두의 경우에서, 고층에 위치한 사무실이 펀드 매니저들에게 무지막지한 위험을 감수하도록 만든 넛지로서 작용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월스트리트를 맨해튼의 고층 빌딩 숲으로부터 캔자스의 평평한 평야로 옮긴다면 다음번 경기 침체에서 우리를 구원해 줄 수 있다는 말일까요?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점은, 처칠이 말했듯이, 우리를 둘러싸고 건물들이 우리의 의사 결정에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를 만들고,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교묘하게 인도하는 복잡한 방식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과학자들은 거의 수박 겉 핣기 식으로만 접근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출처: Market Watch, “The surprising reason stock-market investors on higher floors take more ris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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