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에서 따내 잘 말려 주름지 이 열매는 한때 아주 귀했던 적이 있었고, 화폐로까지 사용되기도 했다. 오늘날 이 향신료는 가격도 그 당시보다 아주 싸졌고, 전 세계 식탁 오르는 거의 모든 음식에 들어간다. 후추의 수요는 여전히 높고, 또 계속 증가하고 있다. 요리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후추 만의 톡 쏘는 맛을 대신할 대체재가 아직 없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최대 후추 수출국은 베트남이다. 베트남 농장에서는 커피 같은 이전에 인기 있던 다른 작물 대신 후추를 재배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생산된 후추는 전 세계에 팔리지만, 인도만의 예외다. 인도 정부가 자국 후추 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다른 국가보다 높은 후추 가격을 책정하고, 수입사 후추에 대해서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만약 인도의 높은 관세와 최소 수입 가격 정책을 우회할 수만 있다면, 베트남산 후추를 인도에서의 가격을 팔아 큰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일부 불법 무역상들이 현재 바로 그렇게 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베트남산 후추를 스리랑카로 가져다가, 라벨 갈이를 통해 인도에 팔아 직수출하는 것보다 높은 이문을 남기고 있다. 인도에서 직수입하면 다시 붙이고, 후추를 좋아하는 큰 국가에 직접 수출했을 때보다 훨씬 더 높은 이익을 위해 인도에서 그것들을 팔았다고 한다.
(국가별 후추 수출 규모)
#
한때 인도 역시 세계 최대 후추 공급국 중 하나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생산량은 증가하지 않은 반면, 수요는 급증했다. 현재 인도에서 생산된 후추는 거의 대부분 내수용으로 쓰이고 있고, 수출할 만한 물량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인도에서 후추는 커피 농장의 2차 현금성 작물로 주로 재배되고 있으며, 커피 농장의 아주 매우 중요한 수입원 역할을 하고 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인도 소비자들의 소득 수준이 낮기 때문에, 다른 국가의 값싼 후추를 쉽게 구할 수 있다면, 가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며, 후추 농가를 보호하려는 인도 정부의 시도는 약화될 것이다. 인도 정부는 베트남, 캄보디아 등 아세안 국가산 후추에는 52%, 브라질, 중국 등 국가산에는 70%의 수입 관세를 부과하기 때문에, 인도 내 소매가격은 톤당 7,000달러 내외로, 다른 국가보다 몇 배나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진취적인 향신료 무역상들은 정책의 허점을 알고 있다. 남아시아 자유무역협정 하에서, 스리랑카산 후추에 부과되는 관세율 8%에 불과하고, 게다가 2,500톤 이하의 선적량에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베트남산 후추는 세계에서 가장 싼 축에 속하며, 특히 대부문의 바이어들이 베트남산 후추와 다른 국가산 후추의 품종 차이를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큰 이문을 남길 기회가 있다. 따라서 후추 무역상들은 베트남산 후추를 스리랑카를 경유해 3배나 높은 가격에 불법 재수출할 수 있다.
한 수출업자는 인도 타임스지와의 인터뷰에서, 스리랑카 당국도 여기에 가담하고 있다고 말한다. 베트남산 후추를 스리랑카 현지에서 생산되었다는 원산지 증명서를 발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도 정부는 원산지 증명서 요건을 엄격하게 요구하면서 이런 시도를 막고 있지만, 여전히 어느 정도의 물량이 여러 가지 허점을 틈타 빠져나가고 있다고 한다. 국제무역 센터에 따르면, 베트남은 지난 10년간 스리랑카에 후추를 수출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베트남산 후추 가격을 안정화시키는 것이 이런 폐해를 없애는데 가장 좋은 방법일 수 있다. 현재, 베트남산 후추 가격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변동성이 크며, 1년에 40% 정도가 오르락내리락할 수 있다. 이 같은 변동성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주로 기후 조건에 휘둘리고, 많은 손길이 필요한 노동집약적이며, 대부분 소규모 농가에서 재배하고 있는 공급망 때문이다.
농가들이 재배 경작지를 늘리더라도, 후추가 생산되려면 적어도 3~4년이 걸린다. 또한 막대한 초기 비용으로 인해, 농가들은 투자 비용을 회수하기까지 오랜 기간 동안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일단 후추가 수확되면, 수집상들에게 넘겨지고, 다시 가공 업체에 넘겨져 일련의 공정을 거친 후 소매용 멸균 제품으로 만들어진다.
이렇게 길고 다단계적인 과정을 감안할 때, 베트남산 후추 가격을 안정시키려는 시도는 지금까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한 상황이다. 싱가포르의 파생상품 거래소에서는 2012년 후추 선물 계약 내놓았지만, 2014년 거래소가 다른 기업에 넘어가면서 거래가 중단된 상황이다.
자료 출처: Quartz, “Why peppercorns are being smuggled by the ton from Vietnam to Sri Lanka”
This page is synchronized from the post: ‘왜 베트남산 후추가 스리랑카에 밀수입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