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에서 룰렛 게임을 한다고 상상해보자. 갑자기 행운의 여신이 미소를 짓는 모습이 떠올라 칩 절반을 빨간색에 걸었다. 하지만 공이 검은색에서 멈춰 섰다.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대응하시겠는가?
a) 다시는 절대 룰렛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집으로 돌아간다.
b) 나머지 저녁 시간 동안 계속 소소하게 베팅하면서 손실의 일부라도 되찾으려고 한다.
c) 이판사판이라는 생각으로 다음 판에 남은 칩 전부를 걸어 손실을 한 번에 만회하려고 한다.
냉철한 상태라면, 우리 대부분은 아마도 a)나 b)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 게임에서 져서 발끈한 상태라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c) 같은 방식으로 반응한다.
이런 현상을 손익 분기점 효과(break even effect)라고 부른다. 지난 주말 열린 모나코 그랑프리에서도 이 같은 행동 현상을 볼 수 있었다. 이런 손해를 한 번에 만회하려는 행동은 심각하게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도박사, 운동선수 그리고 투자자 모두에게 마찬가지다.
지난 주말 모나코에서 열린 F1 그랑프리 대회는 한 해 동안 열리는 F1 경주들 중 가장 어려운 코스 중 하나로 평가된다. 경기장이 아닌 실제 도로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경주가 열리는 거리는 구불구불하고 좁다. 자동차의 운신의 폭이 아주 좁다. 특히 시속 200km 이상으로 달리는 경우에는 말할 것도 없다.
모나코는 1929년부터 F1 그랑프리를 개최했으며, 자동차 경주의 “트리플 크라운” 중 하나가 되었다(나머지 두 곳은 인디 500과 르망 24다). 이 경주에서 승리하는 것이 모든 F1 드라이버의 꿈이다.
도로의 구성상 다른 어떤 F1 경주보다 앞 차를 추월하기가 어렵다. 지난 20년 동안 그랑프리가 주최한 모든 서킷의 레이스 당 추월 횟수 면에서 모나코가 평균 12회로 가장 낮았다. 이에 비해 상하이 그랑프리의 경우 52회였다.
모나코 그랑프리라고 해서 추월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다른 어떤 경주에서보다 출발 위치가 중요하다. 예선에서 1위를 기록해 제일 선두에서 출발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고, 우승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년 동안 모나코 그랑프리에서 3위 이하로 출발해 우승한 경우는 없었다.
따라서 출발 위치를 결정하는 토요일의 예선 경기가 드라이버들에게 결정적인 요소였다. 페라리의 2번 드라이버 샤를 로끌레르는 연습 시간에 훌륭한 기록을 세웠기 때문에 팀에서는 이번에는 메르세데스 팀을 누르고 선두에서 출발할 수 있으리란 희망이 커졌다.
모든 것이 데이터
모든 F1 팀은 경기 전과 도중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사용한다. 예선 경주에서 가장 중요한 데이터 중 하나는 각 세션의 예상 ‘컷오프’ 시간, 즉 Q1에서 Q2까지의 랩타임(이 시간 순으로 가장 느린 6대가 탈락함)과 Q2에서 Q3까지의 랩타임(상위 10대만이 Q3에 포함됨)이다.
토요일 로끌레르는 첫 번째 연습에서 좋은 기록으로 피트에 들어왔다. 페라리 팀에서는 각 팀의 기록을 잰 후 Q1의 예상 컷오프 시간을 계산하고, 로끌레르가 안전하게 컷오프를 통과할 만한 시간을 더했다. 그리고 팀에서는 Q1에서 타이어를 교체하고 이후에까지 계속 사용하는 대신, 타이어 교체는 Q2와 Q3에서 하기로 했다. 따라서 로끌레르는 Q2까지 피트에 있게 되었다.
하지만 페라리 팀의 계산은 틀렸다. Q1 세션이 진행되면서, 도로 상황이 좋아졌고, 드라이버들의 자신감도 커졌다. 그에 따라 시간이 단축되었고, 로끌레르는 자신을 피트에 남겨둔 팀의 결정에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팀에서는 “샤를, 네가 나가야 할 때가 있겠지만, 지금은 아직 아니야.”라고 토닥였다. 하지만 팀에서 로끌레르가 나가야 한다고 깨달았을 무렵에는 너무 늦었다. 로끌레르는 결국 15번째에서 출발하게 되었다.
팀장 마티아 보노토는 경기가 끝난 후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데이터]를 무시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못했습니다. 연습에서 나온 기록으로 계산을 했으면, 그 계산을 믿고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정확한 데이터를 얻기 위해 신중에 신중을 기울였고,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데이터를 얻었습니다. 우리가 어쩌면 너무 안일하게 행동함으로써, 위험을, 그것도 너무 큰 위험을 감수했던 것 같습니다. 오판이고 실수였습니다.”
모나코 그랑프리에서 15번째로 시작한다는 것은 끝까지 앞 차의 꽁무니만 쳐다보다가 끝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모나코에서 추월이 어렵다고 해서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78바퀴를 도는 경주에서 로끌레르의 드라이빙 실력이라면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고, 기회를 잘 활용하기만 하면 톱 10 안에 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드라이버에게나 팀 모두에게 귀중한 포인트를 획득하게 된다.
손익 분기점 효과
우리에게는 큰 손실을 당했을 때 피할 수 없는 행동상의 문제가 있다(페라리 팀과 로끌레르에게는 이번이 큰 손실에 해당한다). 바로 손익 분기점 효과다. 플레이어(예를 들어, 포커 게임에서) 또는 투자자가 큰 손실을 입었을 때 당장 이를 만회하려고 아주 큰 위험을 감수하려고 하는 것이 손익 분기점 효과다.
우리는 손실을 겪은 직후 바로 다음에 손실을 만회할 수 있거나, 손실을 넘어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처음 손실을 당했을 때 감수한 위험보다 훨씬 더 큰 위험을 감수할 준비를 한다.
모 아니면 도
예선에서 큰 낭패를 본 후 로끌레르의 행동이 바로 그랬다. 그는 예선에서 팀의 실수에 화가 났을 뿐만 아니라, 그는 모나코 출신이었다. 홈그라운드 레이싱이었다는 말이다. 그에게는 말 그대로 죽느냐 사느냐의 경주였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로끌레르는 이렇게 말했다.
“내일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도 어떤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추월에 성공할 것입니다. 차가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말입니다.”
전형적인 손익 분기점 효과에 입각한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그런 다짐이 효과가 있었을까? 그는 처음부터 대담하게 몰아붙였다. 처음 몇 바퀴에서 두 차례 추월에 성공했다. 하지만 더 큰 위험을 감수하기로 했을 때, 필연적인 일이 일어났다. 니코 휠켄베르그를 추월하려던 순간 보호벽에 부딪혔고, 타이어에 펑크가 났다. 그는 차를 조심스럽게 몰아 피트까지 당도시켜야 했다. 하지만, 재차 무모하게 추월을 시도했고, 차 바닥에 문제가 생겼을 뿐만 아니라, 결국 폐차로 만들어 버렸다.
그는 너무 무모했다. 자기감정의 노예가 되었고, 그와 팀은 비싼 대가를 치렀을 뿐만 아니라 포인트 획득에도 실패했다. 그는 도를 넘은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손익 분기점 효과는 투자자들도 꼭 알아야 하는 행동 편향이다. 처음에는 “자기 잘못 때문이 아닌 것”으로 시작될 수 있다. 페라리 팀의 경우에는, 데이터가 잘못된 것에서 시작되었다. 그들의 첫 번째 실수는 잘못된 데이터에 의존한 것이었다. 로끌레르가 자신과 페라리 팀에게 대가를 치르게 만든 것처럼, 한 번의 실수로 생긴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더 큰 위험을 감수해 처음의 실수를 가중시키는 것은 결코 합리적인 전략이 아니다.
자료 출처: TEBI, “Beware The Urge To Break 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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