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의 혼란과 그 이유 그리고 교훈

버크셔 해서웨이의 회장 워런 버핏은 최근 연례 보고서에서 지난해 버크셔의 한 자회사에서 발생한 사건을 설명했다. 어느 날 밤늦게 이웃 회사에서 난 불이 번져 버크셔 시설이 큰 피해를 입었고,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아무도 다치지 않았고, 피해는 보험으로 보상받게 될 것이라고 한다. 문제는 보상을 할 보험 회사도 버크셔의 소유라는 것이다. 여기서 교훈은 가장 잘 운영되는 회사(그리고 이 회사가 가입한 보험 회사) 라고 해도, 예기치 않은 일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한 위험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지만, 때때로 예상치 못하게 일이 잘못될 때가 있다. 올해 금융 시장의 격동에서 예상치 못한 일은 채권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전통적으로 주식과 채권은 마이너스(-) 상관관계를 보여 왔다. 즉, 하나가 하락하면 다른 하나는 상승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양자가 포트폴리오에서 강력한 조합이 된다.

하지만 올해는 주가가 하락하자, 대부분의 채권 역시 함께 하락했다. 마치 구명보트에 구멍이 뚫린 것과 같았다. 그 이후로 반전되기 시작했지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그리고 어떤 교훈을 배울 수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주가가 흔들리기 시작한 2월 20일로 돌아가 보자. 처음에 채권은 그 특성대로 움직였고, 주식의 하락과 반대로 상승했다. 실제, 2월 20일부터 3월 6일 사이 처음 몇 주 동안 채권 시장은 예상대로 상승했다. 하지만 이후 주식시장의 손실이 심화되자. 채권시장도 하락하기 시작했다. 그 주에만 9% 가까이 하락했다.

채권시장의 일부 부문은 특히 더 안 좋았다. 2월 19일부터 3월 19일 사이, 단기 회사채는 12%, 하이일드 “정크” 본드는 19%의 손실을 보았다. 심지어 지방채까지도 16%나 손실을 기록했다. 아마도 가장 놀라운 일이었을 것이다. 이 기간 동안, 유일한 승자는 미국 국채였으며, 단기 국채는 약 2% 상승했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여러 가지 요인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두 가지는 주식시장 침체 시의 전형적인 예인 반면, 나머지 두 가지는 올해에만 특이한 상황이었다.

◾ 유동성 필요 - 평상시에도 은퇴한 사람이나 대학 기부금같이 포트폴리오에서 현금을 인출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주식시장이 하락하기 시작하자, 이들은 이성적으로 행동하면서 주식 대신 채권을 팔았고, 그에 따라 채권 가격이 하방 압력을 받았다.

◾ 마진 콜 - 증권사들이 돈을 버는 방법 중 하나는 투자자들에게 돈을 빌려 투자하게 하고 이자를 받는 것이다. 시장이 상승 중일 때는 좋은 방법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장이 방향을 바꿔 고개를 숙이기 시작하면,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투자한 투자자들 중 일부는 무서운 “마진 콜”을 받는다. 증권사가 빌린 돈을 갚으라는 요구다. 시장이 하락할 때 마진 콜을 받은 투자자들은 보통 주식 대신 채권을 파는 쪽을 택한다. 이것 역시 채권의 매도 압력에 기여했다.

◾ 두려움 - 일부는 타당했고, 일부는 타당하지 않았다. 이달 들어 광범위한 격리와 폐쇄가 실시되자, 많은 채권 보유자들이 기업과 자치단체에 미칠 영향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이 또한 채권시장의 매도 압박에도 한몫했다.

◾ 바뀐 세법 - 2017년 감세와 일자리 법안으로, 많은 개인, 특히 주세와 지방세를 많이 내는 고소득자에게 세금 인상 효과가 발생했다. 그 결과, 이들 중 많은 이들이 연방 세금 없이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지방채 시장으로 몰려들었다. 그로 인해 많은 지방채 펀드의 규모가 불어나는 결과가 나타났다. 앞서 말한 두려움이 생기기 전까지는 괜찮았다. 이후 두려움이 시장을 강타하자, 채권 뮤추얼 펀드에서 이례적인 자금 이탈이 일어났고, 채권 펀드 매니저들은 가격에 상관없이 비중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각 요인의 상대적 기여도를 계량화하기는 어렵지만, 이들이 합해지면서 지난 40년 동안 볼 수 없었던 모습으로 채권시장을 망가뜨렸다. 다행히도, 달러 인쇄기를 갖고 있는 연방 준비제도 이사회(FRB)가 개입했다. 그러자 채권시장의 대부분의 부문에서, 비록 완전하지는 않지만, 상당한 회복이 나타났다.

어떤 교훈을 배울 수 있을까? 세 가지가 있다. 첫째, 만약을 대비하려는 행동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만 어떤 사건 발생 가능성을 평가할 때 최근의 경험을 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성향인 최신 편향이 문제가 될 뿐이다. 최신 편향이 위험한 이유는 올해까지 미국 주식시장이 11년 동안 거의 매년 상승해왔기 때문이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너무 안심하고 있었다. 올해의 시장 혼란은 약간의 피해 망상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두는 것도 괜찮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포트폴리오의 일부에 머니 마켓 펀드나 단기 국채를 포함해 두는 것이 좋을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곳에도 위험이 상존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수밖에는 어쩔 도리가 없다.

둘째, 수익이 줄어들더라도,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유지해야 한다. 투자에서 또 하나의 진리는 시장은 위기 상황에서 새로운 뭔가를 가르쳐 준다는 것이다. 그것도 고통스럽게 말이다. 지금이 채권시장이 이상하게 만든 것은 4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다음번에는 또 다를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포트폴리오를 최대로 그리고 유일하게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다각화 뿐임을 상기시켜준다. 올해 포트폴리오를 가장 잘 지탱해 준 것이 장기 국채였기 때문에, 비중을 더 늘려야 하나 고민하는 투자자들이 있다. 나쁜 생각은 아니다. 어쨌든 교과서에서는 장기 국채를 “무위험” 자산이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 국채도 무위험을 보장해 주지 못한다. 실제, 2011년 미국 국채의 신용 등급 하락 시를 기억해보면 된다. 물론 지금은 장기 국채가 가장 편안하며, 확실히 스타플레이어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셋째, 천번 재고, 단번에 베어라. 갑자기 모두가 알게 된 회사가 하나 있다. 바로 화상회의 관련 회사인 줌(Zoom; ZM)으로, 올해 주가가 123%나 상승하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성과가 훨씬 더 좋은 또 하나의 줌이 있다. 그것은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지만 수익은 전혀 없는 무명의 중국 회사로 티커가 “ZOOM”이다. 이와 같은 비슷한 이름으로 인해, 그동안 주당 약 1센트에 거래되던 것이 올해 거의 900%나 급등했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지금 같은 스트레스 환경에서 포트폴리오를 바꾸려고 한다면, 천천히 그리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료 출처: Humble Dollar, “Unpleasant Surpr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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