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유가 폭락의 원인은 수요 감소 때문만은 아니다. 원유 시장 지배를 두고 민간 기업들과 국영 기업들 간에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중상주의 원유 시장의 전쟁인 셈이다. 국영 기업들은 지배권을 되찾으려고 싸움에 나섰고, 힘이 부족한 민간 기업들은 고전하고 있다.
현재 미국 셰일 산업의 민간 기업들이 원유 시장에 대한 지배력이 커졌고, OPEC의 국영 기업들은 힘이 빠졌다. 민간 기업들이 무고한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생산 원가와 주주 및 투자자들의 요구에 의해 움직인다. 국영 기업들은 훨씬 덩치가 크지만, 시장 점유율을 잃은 상태에서 전 세계 원유 소비자들의 의지에는 어쩔 도리가 없다.
(유가 하락 추세)
사우디아라비아는 OPEC를 통해 국영 기업들이 유가를 통제하고 안정화시키길 원한다. 러시아는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유럽 시장을 더 장악하길 원한다. 그들의 앞길을 막는 있는 장애물은 기술과 외부 자금 조달을 통해 원유 생산을 늘린 셰일 산업의 민간 기업들이다.
표면적으로는 사우디와 러시아의 싸움이지만, 그 와중에 이들 민간 기업들이 나가떨어지고 있다. 수요 충격으로 유가가 급락하면서, 국영 기업들에게는 시장 점유율을 되찾아 오고, 낮은 생산 원가와 높은 재정 능력을 무기로 민간 기업을 몰아낼 기회가 생겼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계획할 수 없었던 일일지 몰라도,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 원유 감산에 대한 러시아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사우디의 증산으로 대응했다. 러시아에게 시장 지배력이 어떤 것인지 가르치려는 듯 말이다. 이런 사우디와 러시아의 싸움으로 미국 셰일 산업의 등이 터지고 있다.
이들 민간 기업은 공격적인 헤지 프로그램을 갖춰두고 있다고 하지만, 높은 생산 원가와 부채 부담으로 취약성이 크다. 현금 보유량이 충분하고 차입 여력이 있는 기업만이 비록 단기적이라 해도 저유가를 견뎌낼 수 있을 것이다. 하이일드 시장에서 차환과 자금 조달을 한 기업들이 사상자가 될 것이다.
(유가 급등과 급락 사례)
(주요 산유국의 시장 점유율)
이 모든 것이 OPEC의 중상주의에 도움을 받고 있는 국영 기업들이 원유 시장을 지배해 온 결과물이다. 국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민간 기업들에게는 공정한 싸움이 아니다. 하지만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중상주의자들의 행동에 놀아날 것이 아니라, 혁신과 기술을 이용해 국가 통제의 매듭을 끊는 것이다.
(WTI가 20% 이상 급락한 경우와 현재의 사례)
자료 출처: mrzepczynski.blogspot.com, “Geopolitical battle for oil - The other sh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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