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과 양
제약 업계는 음과 양 또는 명과 암의 이중성을 갖고 있는 가장 좋은 사례다. 제약 업계는 어떤 다른 산업보다 인류 복지에 더 큰 기여를 했다. 하지만 최근, 연구 중심 제약 회사들의 비즈니스 모델이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
R&D 투자 대비 수익률이 지난 수십 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유럽의 백신 반대 운동처럼 전 세계적인 평판 또한 그 어느 때보다 악화되어 있다. 이런 성장 잠재력 저하와 평판 하락으로 인해, 이 분야 투자자들의 우려는 점점 더해가고 있다.
현재 제약 업계의 비즈니스 모델과 평판
제약 회사들의 현재 비즈니스 모델이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1950년 이래, R&D에 투입된 10억 달러 당 승인된 신약의 숫자는 약 9년마다 절반으로 감소했다. 이렇게 (더 적어진) 제품들의 예상 수익 또한 2010년 10.1%에서 현재 3.7%로 크게 감소했다.
평균적으로, 30곳의 크고 작은 제약 및 생명공학 회사들이 지난 5년간 개발한 신약으로 얻어낸 매출은 2017년 총매출의 11%에 불과했다. 연간 전 세계적으로 의료 산업 (의료 장비 및 서비스, 제약, 생명 공학 및 생명 과학)에 지출되는 돈은 약 10조 달러에 달하며, 이 중 연간 1,400억 달러가 제약 R&D에 쓰여, 연간 단 30 내지 40종의 신약 승인으로 이어진다.
2016년 8월 갤럽 조사에 따르면, 제업 업계만큼 미국인들의 존경받지 못하는 산업도 없었다(지난 16년 만에 최악이었다). 조사 대상 중 하위 5개 산업 모두 긍정적보다 부정적 평가를 받았고, 하위 3개(연방 정부, 제약 및 건강관리 산업)은 절반 이상에게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새로 나온 분석(2018)에 따르면, 제약 업계에 대한 여론, 신뢰 및 평판이 나빠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제약 회사들의 투명성, 개방성, 진위성에 대한 대중의 인식도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이런 부정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제약 회사들은 사회에서 중요한 긍정적 역할을 한다. 그리고 모든 이야기에는 양면이 있기 때문에, 진실은 언제나 그 중간 어디쯤에 있다. 제약 업계에는 언제나 이상적이고 열정적인 사람들이 모여 건강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왔지만, 동시에 제약 시장의 현실 상 기업 범죄에 대한 유혹이 급격히 심해지고 있다.
이런 부패와 투명성 결여에도 불구하고, 제약 업계의 주요한 문제는 그 보수적인 특성상 디지털 혁명, 급속한 기술 진보가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데이터 재현성 부족 같은 다른 문제들과 더불어 혁신 부족으로 단순히 더 이상 쓸모없게 된 기존의 신약 개발 과정에 집착하고 있다.
사실, 데이터 재현성 부족에 대해, 제약 업계에는 무언의 규칙이 존재한다.
제약 업계를 혁신으로 이끌고 나가야 할 학계의 모든 생물의학 연구 중 절반이 궁극적으로 실패로 판명될 것이다.
2011년 이런 이유로 바이엘의 연구진은 이 규칙을 시험해 보기로 했다. 당시의 신약 개발 프로젝트 67건을 살펴본 결과, 75% 이상의 사례에서 발표된 데이터를 사내에서 재현해 낼 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무책임한 사이비 저널에 발표된 연구들이 아니라, 사이언스, 네이처, 셀 등과 같은 저명한 저널에 실린 블록버스터급 논문들이 그랬다는 것이다. 실제로도, 의학 논문의 내용을 업계 종사자들이 신뢰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흥미로운 점이라면, 화학자, 물리학자 및 공학자들이 자기 업계의 문헌을 가장 신뢰한다고 한다.
물론 학계에도 무언의 규칙이 있다. 의사들이 결정에 참조하는 학술 논문 중에는 발행 주체도 모호하고, 막후에서 은밀히 발행되며, 의제도 명백하지 않은 것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일부 논문은 독립성과 과학적 정확성을 나타내기 위해 학계 인사의 이름으로 발행되지만, 제약 회사에서 고용한 상업 작가(유령 작가)가 작성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논문 중에는 저자가 데이터 수집이나 초안 작성에 거의 또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학계와 제약 업계가 데이터 재현성에 관해 “서로 너 때문”이라고 논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제약의 기술 혁신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단세포 생물학이 예상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 분야에도 슈퍼컴퓨터, 인공지능 및 블록체인을 도입해 생명 과학의 복잡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방법이 신약 개발의 혁신을 촉진하는데 최선일 것이다.
신약 개발: 현황
신물 개발은 일단 실험실에서 유효성이 확인된 선구 화합물을 사용해 시장에 시판할 수 있는 새로운 약물로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실험실에서 선별해 낸 화합물 10,000개 중, 단 250개 만이 보다 더 엄격한 전임상 연구를 통과한다. 최종적으로 이 250개 중 5개 화합물이 규제가 엄격한 임상 시험(1단계에서 3단계)을 통과한다.
이 결과 중 (전체 신약 개발 프로그램의 31%를 차지하고, 전체적인 성공률이 5.1%인) 항암 약물을 제외하면, 임상 시험을 통과해 FDA 승인까지 이어지는 성공률은 11.9%이다. 신약 개발의 전 과정은 10 내지 15년이 소요되며, 시장에 나오기까지 26억 달러가 투자된다.
제약 업체가 신약 개발 과정 전반에서 생산한 수 테라바이트 상당의 데이터가 방화벽 뒤에 묻혀있다(공개되지 못한 빅 데이터다). 부분적으로는 엄격한 규제 및 준수 기준 때문이며, 부분적으로는 회사들 간의 아주 치열한 경쟁 환경 때문이다.
대부분의 메시 데이터는 저장 장치에서 잠자고 있으며, 회사들도 장기간 동안 회귀 분석에 사용해 볼 생각을 하지 않는다. 경영진 또한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
여기서 신약 개발을 화합물 발견, 전임상 및 임상 이렇게 3가지 상자라고 생각해 보자. 전체 신약 개발 과정에서 각 상자는 서로 간의 불신 때문에 아무런 소통도 없이 서로 떨어져 있다.
3가지 상자에서 생산된 데이터는 대개(50~70%) 재현성이 부족한 반면, 빅 데이터는 공개되지 않고 남아 있다. 화합물 발견 상자는 규제 없이 남아 있고, 전임상 상자는 다소 규제되며, 임상 상자는 완전히 규제된다.
발견(그리고 혁신)은 일반적으로 엄격한 규칙과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일어나곤 하지만(실제, 항생제는 우연히 발견되었다), 규칙을 완전히 없애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한계를 없애버리는 순간 “난장판”이 시작될지도 모른다.
전임상 상자의 경우, 후보 약물은 일부 지하실과 무균 환경의 우리 속에서 소형 동물을 대상으로 시험이 진행되는 반면, 인간은 일반 환경에서 일반적인 생활을 한다. 인간은 공기 입자, 오염 물질, 바이러스 그리고 매일 접촉하는 모든 것에 이른바 “노출”되어 있다는 말이다.
임상 상자의 경우, 후보 약물은 실험실 내에서 잘 설계된 방식으로 인간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이제 이 임상 상자에 많은 작은 상자들이 담겼다고 생각해 보자. 작은 상자 각각은 한 환자 또는 한 실험실을 나타낸다.
이 작은 상자 각각은 제약 회사에 의해 엄격하게 관리(규제) 된다. 각 상자 내부에 있는 수백만 개 변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그리고 이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모든 매개 변수를 모니터 하기 위해서다.
즉, 상자 외부의 XYZ 매개 변수를 모니터하고 안정화시킴으로써, 각 작은 상자의 내부 안정성이 “통제”된다. 즉, 각 작은 상자 안에 ABC 매개 변수는 실시간으로 (실제) 모니터 되지 않는다.
희망적이라면, 환자에게 스마트 헬스케어 웨어러블 기기(내부 센서)를 장착시키는 한편, 실시간 스마트 센서(실험실에서 실험을 진행하면서 내부 파라미터를 모니터함)로 모니터함으로써 이런 문제가 효과적으로 해결되고 있다는 것이다. 분명 지구상 어딘가에서는 이 방식과 관련 기기가 특허 출원되고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현재 신약 개발 과정에서는 과학적 실험 과정과 규제 환경 사이에 혁신이 필요한 상황이다.
약물 혁신: 기술 혁신
다행히도, 현실에서 이런 데이터를 보호하는 동시에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구축되기 시작했고, 그 현실이 바로 블록체인이다. 제약 업계에서 블록체인은 대형 분자 공급망, 약물 안전성(약물 제조 방법), 공공 안전 및 소비자 인식, 리콜 관리, 임상 시험 관리 및 제조 공급망(물류)에서 사용될 수 있다.
엑소체인(Exochain; 블록체인 제약 스타트업)은 블록체인 상에 환자의 건강 정보를 안전한 저장을 관리함으로써, 임상 시험 연구자가 환자들의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블록체인 스타트업 “Qad.re”는 제약 회사가 공급망에서 가짜 의약품 문제(시장에서 약 10%를 점하고 있으며, 이로 1백만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됨)를 처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인공지능을 새로운 분자 설계에 이용할 수 있고, 유전자, 표적, 질병, 단백질 및 약물 간에 축적된 수십억 가지 관계를 기반으로 새로운 가설을 추출해 낼 수도 있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소유하고 있는 런던 소재 AI 회사 딥마인드(DeepMind)는 자사 소프트웨어에 신약 개발을 위한 단백질 배양을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이 회사의 계획은 핵심 기술 중 하나인 알파고를 기반으로 한 알고리즘을 적용해, 궁극적으로 신약을 설계하는 것이다.
보스턴 소재 생물 의약 회사 버그(Berg)는 인공 지능을 사용해, 종양학을 비롯한 여러 분야의 진단 및 치료법을 개발하고 있으며, 알고리즘 및 확률 기반 인공 지능을 적용해 많은 환자의 유전자형, 표현형 및 기타 특성을 분석하고 있다.
바이두 리서치(Baidu Research)는 유방 조직에서 종양 세포를 확인하는 데 있어 인간 병리학자보다 나은 알고리즘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초기 결과 또한 인공 지능이 사람보다 피부 암을 더 정확히 탐지해 낸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엑스탈피(XtalPi)는 의약 연구 및 개발에 양자 물리학과 인공 지능을 통합 적용해, 약물과 같은 저분자 물질을 정확히 설계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물리학과 인공 지능 구동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이 밖에도 현재 115개 스타트업이 신약 개발의 전 단계에서 인공 지능을 활용하고 있다.
구글 브레인(Google Brain) 팀의 연구진은 정확도 94%의 단백질 결정화 확인용 컴퓨터 비전을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단백질 결정화는 세포의 모양을 결정하고 다양한 질병 치료용 신약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IBM 왓슨 헬스(Watson Health)는 퀘스트 디아그노스틱스(Quest Diagnostics)와 합작으로 유전자 염기 배열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는 인지 컴퓨팅과 종양 유전자 염기 배열 기술을 결합해 개인 특유의 암 치료법을 신속히 찾아내는 진보된 정밀 의학 기술이다.
물론 이런 혁신적인 회사의 사례는 끝이 없다. 분명 앞으로 10년 안에 기존의 신약 개발 모델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인공 지능 하나에 위해서뿐만 아니라, 통신/원격 진료 및 인공 지능으로 개선된 빅 데이터(인공 지능 센서 및 전자 의료 기록(EMR)의 결합)와의 통합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본다.
자료 출처: Marina T Alamanou, “When the Pharma Giants Met the Tech Gia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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