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항공기 이야기, 보잉 737 Max의 문제를 보여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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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의 737 Max 항공기가 두 차례나 추락하는 사고로 세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그러면서 전 세계 하늘을 가장 많이 날고 있는 기종 중 하나가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대부분의 사람들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도마에 오른 737 Max의 규제 문제와는 대조적이었던 다른 항공기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이야기는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항공기 운항은 ETOPS(Extended Twin Engine OperationS)에 의해 규제되고 있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엔진이 두 개인 항공기의 경우, 한 개가 작동이 정지되면, 해당 항공기는 60분 안에 가장 가까운 공항에 착륙해야 한다. 달리 말하면, 엔진이 2개인 항공기 노선에는 반드시 근처에 60분 안에 도착할 수 있는 비행장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대서양과 태평양 횡단 노선은 엔진 하나가 고장 날 경우 승객들의 안전을 이론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엔진이 두 개 이상인 항공기의 몫이 되었다. 이런 이유로 1966년 아메리칸 에어라인이 양쪽에 엔진이 두 개씩 효율적으로 배치되어 있는 광폭동체 항공기를 주문했고, 항공기 제조사 록히드 및 맥도넬 더글러스는 3엔진 설계는 어떠냐고 답했다. 나중에 L-1011과 DC-10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아이러니하게도, ETOPS의 규정에 맞추기 위한 이 두 미국 항공기 제조사의 노력이 반대편 유럽에서 에어버스 컨소시엄을 출연시키는 계기가 되었고, 결국 미국 항공기 최대 항공기 제조사 보잉의 숙적이 되게 만들었다. 록히드와 맥도널 더글러스가 아메리칸 에어라인의 요구에 정확히 부응하지 못했고, 에어버스는 미국의 요구에 정확히 부합하는 2엔진 A-300을 내놓았다.

하지만 당시 에어버스의 앞날은 불투명했다. 결국 미국은 에어버스 버전이 아닌 DC-10을 주문했고, 에어버스는 영업 중단을 피하기 위해 유럽 정부들에게 막대한 투자를 요구했다. 추후 아메리칸 에어라인을 포함해 여러 국가 항공사들의 에어버스 A-300의 고객이 될 것이었지만, 록히드와 맥도널 더글러스가 지적했듯이, 미국에서 장거리 노선의 효용성은 ETOPS 규정에 의해 제한되었다.

당시 보잉은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2세대 동체 개발에 힘쓰고 있었고, 이윽고 747 점보 제트기라는 신기원을 내놓았다. 이로 인해 비로소 경쟁에서 한 발 앞서가게 된 동시에, 그로 인해 록히드와 맥도넬 더글러스는 금융난에 휩싸이게 되었다. 하지만 에어버스의 과감한 도전에 손놓고 있을 상황은 아니었다. 따라서 미국 사양에 맡으면서 A-300과 직접 경쟁할 수 있는 두 기종 757과 767을 선보였다.

A-300과 보잉 767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는 날개였다. A-300는 날개가 작아 빠르게 날 수 있었다. 이는 당시 콩코드와 다른 초음속 항공기(SST)가 여전히 독자생존 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시대를 대변해 주는 것이었다. 시장의 추세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던 보잉은 767을 더 큰 날개로 설계했다. 그 결과 속도는 느리지만 효율성은 더 높아졌다. 날개에 연료를 더 많이 실을 수 있어 운항 거리도 더 길다는 게 부수적인 이점이었다.

당시 대서양을 횡단하던 초대형 항공사 중 하나였던 트랜스월드 에어라인(TWA)는 보잉 및 연방 항공청(FAA)과 협력을 통해 767 기종의 ETOPS 범위를 최대 90분으로 늘리도록 노력했다. 60분과 90분의 차이가 중요한 이유는 그래야만 767 기종이 대서양 횡단 노선은 물론, 하와이 노선도 운항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FAA 및 다른 국가의 규제 당국은 항공기 제조사와 항공사 모두에게 신규 항공기를 장거리 상업용 노선에 배치할 경우 1년 이상 운항을 시험해 충분한 안전성을 입증하는 등 일련의 시험을 거치도록 요구했다. 보잉과 TWA는 그러한 요구를 쉽게 통과할 수 있었고, 이후 보잉 767이 1990년대와 2000년대 초까지 대서양 횡단 노선을 지배하게 되었다.

물론 에어버스의 대응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A-330과 A-340으로 맞불을 놓았다. 이 두 기종은 대의 항공기는 A-340이 4개의 엔진과 운항 거리가 훨씬 더 길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동일했다. A-330으로 보잉 767과 직접 경쟁하고, A-340으로는 태평양 횡단 노선같이 훨씬 더 긴 노선을 개척한다는 것이 주된 의도였다.

보잉은 다시 한번 다른 전략으로 에어버스를 물리쳤다. 운항 거리가 훨씬 더 긴 777기종을 내놓으면서 ETOPS 규정을 180분으로 늘려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이 통과만 된다면, 에어버스의 A340이 개척한 태평양 횡단 노선에 참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엔진이 2개이기 때문에 4개인 A340보다 효율성 면에서 앞지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바로 여기에 문제가 있었다. 유나이티드 에어라인과 다른 일부 항공사는 777기종에 관심을 보였지만, 도입 시점부터 태평양 노선을 운항할 수 있어야만 했다. 장거리 노선 운항이 가능하기까지 일정 기간 동안 단거리에 투입하고 싶지는 않아 했다. 따라서 A-340 쪽으로 주문할 선회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여기서 보잉의 작업이 들어갔다. 보잉은 FAA 및 다른 규제 당국과 직접 접촉할 팀을 꾸렸다. 목표는 규제 기관들이 요구하는 동체 설계 및 시험을 항공사들의 운항 시험과 동시에 진행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었다. 보잉의 작업은 성공했고, 에어버스는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777기종은 A-340을 뛰어넘는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 또한 도입 직후부터 역사상 가장 안전하고 믿을 만한 항공기가 되었다.

이 모든 이야기의 핵심은 보잉은 777을 하늘에 띄우기 위해 지름길이 아니라 규제 당국에 직접 접촉하면서, 정부의 예상을 뛰어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마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결과물이 훌륭하고 안전하며 신뢰할 수 있는 항공기였다.

문제가 된 737 Max 개발 과정에서 드러난 일들과는 아주 대조적이었다. 보잉과 에어버스는 광폭동체 항공기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지만, 협폭동체 항공기 시장에서는 에어버스가 경쟁에 우위를 점하고 있다. 주로 100~150명의 승객을 태우고 국내 노선 같은 단거리 노선에 맞게 설계된 협폭동체 항공기는 시장의 중요한 부분이다. 에어버스 A320 기종은 보잉의 737 기종과의 경쟁에서 앞서가고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협폭동체 항공기 시장에서는 에어버스가 항상 한 걸음 더 앞섰다는 것이다. 보잉은 737-200을 시장에 처음 선보였다. 이후 1984년 소음과 오염 문제를 해결한 737-300을 출시했고, 1988년 에어버스는 더 효율성을 높인 A-320을 내놓았다. 보잉은 거의 10년 후 차세대 737-600 버전으로 대응했다. 그동안 에어버스는 협폭동체 항공기 시장의 점유율을 늘려나갔다.

물론 에어버스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A320을 몇 차례 업데이트했고, 2010년 새로운 엔진을 장착한 A-320 neo가 가장 두드러졌다. 이윽고 문제의 보잉 737 Max 버전이 선보이게 된다. 하지만 보잉은 이번에는 이전처럼 에어버스가 대응할 틈을 주고 싶지 않았다.

현재 드러난 바에 따르면, 보잉이 777 기종을 개발하면서 FAA 및 다른 규제 기관들 맺은 협력 관계를 악용했었던 것으로 보인다. 보잉이 사실상 787 Max 항공기 인증 절차를 스스로 처리했다는 의심이다. 그 결과 부실한 배터리가 787 기종에 장착되게 되었고, 737 Max의 운항 정지라는 결과를 낳았다.

737 Max에서 발생한 일에 대한 분명한 조사가 있을 것이고, 많은 것이 밝혀질 것이다. 하지만 소위 “규제 포획(regulatory capture; 규제 기관이 규제 대상에 의해 포획되는 현상)”의 한 사례인 것이 명백해지고 있으며, 대중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규제 실패로 2007~2008년의 금융 위기가 초래된 경우가 규제 포획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제 패턴을 볼 필요가 있다. 감시와 감독의 업계의 손에 맡겨두면, 나쁜 일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2007년 규제 당국의 실패로 전 세계는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에 빠졌었다. 737 Max 항공기의 추락으로 수 백 명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일도 규제 포획 때문일 수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반면, 777의 사례는 규제 당국과 업계가 힘을 합해 효과적인 규제 준수를 이뤄낸 훌륭한 사례다.

737 Max의 경우처럼 업계가 선호하는 규제와 777의 경우처럼 업계와 규제 당국이 힘을 합한 적극적인 규제 중 어느 것이 더 좋을지 자문해봐야 한다. 에디오피아와 인도네시아, 그리고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승객들과 항공사들이 737 Max 운항 금지로 불편을 겪고 있는 상황은 737 Max가 777의 길을 따라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해 준다.

자료 출처: Michael Greiner, “Does regulation work? Just ask Boe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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