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증 편향”, 가장 위험한 인지 편향 - 바로잡을 수 있는 건 자신뿐

닉이 전 여친 미셸에게 문자를 받은 건 핼러윈 날 아침이었다.

​”오늘 밤에 뭐 해?”
“별일 없어, 왜?“
“나 위자 보드 해보고 싶은데, 같이 안 할래?”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위자 보드(Ouija board)”는 (일반적으로 10대들이) 보드를 매개로 영적 세계와 “대화”하는 미국 게임이다.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과 “귀신”의 대화는 아래 사진에서 하트 모양의 화살표 바늘을 통해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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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은 이렇게 답했다.

​“위자 보드를 해본 적은 없지만, 원한다면 해보지 뭐.”

​물론 닉은 위자 보드를 믿지 않았지만, 전 여친이 다시 찾아오겠다는데 못할 것도 없었다.

​그날 밤늦게 미셸이 위자 보드를 들고 나타났다.

“휴대전화는 물론 불도 전부 꺼야 돼.”
“그래.”
“집 초 같은 거 없어?”
“초는 없고, 플래시는 있는데.”

​상상해 보라. 깜깜한 어둠 속. 내 원룸. 천장을 향하고 있는 플래시 불빛. 닉과 미셸은 탁자를 두고 마주 앉았다. 그리고 화살표에 손을 얹었다. 미셸이 먼저 입을 열었다.

​”닉이 먼저 얘기할래? 아니면 내가 할까?”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그래, 그럼 내가 할게.“

귀신아, 거기 있니?

답이 없었다. 1분이 흘렀다. 미셸이 다시 물었다. 2분이 흘렀다. 고요. 침묵. 이윽고 닉이 말했다.

​”미셸, 아무 효과도 없는 것 같은데?.”

​3분, 4분. 미셸은 계속해서 물었다. 아무런 답이 없었다. 닉은 다시 말했다.

​”아마, 촛불이 없어서 그런가 봐.”
“아니야, 오늘이 핼러윈이잖아. 오늘 밤에 귀신이 나타날 가능성이 가장 높아.”

​5분. 아직 아무것도 없었다.

이 시점이 되자, 닉은 어떻게 끝날지 궁금해졌다. 닉은 마음이 산만해졌고, 실수로 화살표를 움직였다. 거의 알 수 없는 약간의 흔들림였다. 그러자 미셸이 외쳤다.

“어머나, 세상에나! 움직였어.”
“아, 미안, 내가 그런 거야. 실수였어.”
“아니, 내 눈으로 똑똑히 봤어. 넌 움직이지 않았어.”

​닉은 다시 사과했다. 하지만 미셸의 믿음은 더 강해졌다. 닉은 희미한 불빛 속에서 미셸을 바라봤고, 일이 어떻게 된 건지 깨달았다. 미셸은 진실을 바라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귀신의 존재를 믿고 싶었던 거였다. 닉은 모른 채 미셸이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놔뒀다.

​그런데 갑자기 “귀신”이 나타나서 질문에 답을 하기 시작했다. 미셸이 물었다.

​”내 이름이 뭐야?”

​화살표는 “M-I-C”로 옮겨갔다.

​”내 나이는 어떻게 돼?”

​화살표는 “2-5”라고 대답했다. 미셸은 이 일을 10분 정도 더 한 다음 끝냈다.

​닉이 보드를 박스 안에 넣는 순간, 미셸은 눈에 띄게 기겁을 했다. 닉이 괜찮냐고 묻자, 그녀는 그냥 집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공포도 없었다. 스릴도 없었다. 그저 행복한 핼러윈 밤이었다.

다음날 미셸은 자기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귀신” 함께한 경험을 늘어놓았다(그것도 여러 페이지에 걸쳐, 모두 글자로). 닉은 기분이 좀 나빴지만, 전날 밤에 대한 가장 믿을 수 없었던 상황이 기억이 났다. 어느 순간, 닉이 화살표를 움직이지 않게 단단히 누르고 있었지만, 미셸이 계속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가 움직이는 모습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귀신에 대한 미셸의 믿음이 자신의 행동을 깨닫지 못하게 했던 것이다.

​이 이야기는 미셸을 놀리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귀신을 믿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는 미셸과 비슷한 모습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미셸이 귀신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못한 것처럼, 우리 모두는 마음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믿음을 버릴 수 없다. 이런 사실을 부정하면 부정할수록 더 그런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이것이 바로 확증 편향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인지 편향인 이유다. 자신의 믿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떤 믿음을 받아들이고, 어떤 생각을 마음속에 간직할지 정하는 건 자기 자신이다. 마음은 자기 자신만이 다스릴 수 있다. 자신이 마음의 문지기임을 명심해야 한다.

​확증 편향에 대한 많은 글을 읽어본 사람이라도, 자신이 얼마나 확증 편향에 빠져있는지 깨닫지 못할 수 있다.

​해군 군의관이었던 제임스 린드의 경우를 보자. 그는 1747년 괴혈병을 앓고 있던 선원 12명을 2명씩 6개 그룹으로 나눈 다음 실험을 진행했다. 각 그룹에게는 각기 다른 성분으로 이루어진 약을 지급했다. 다섯 그룹은 아무런 약효도 보이지 않았지만, 오렌지와 레몬을 나눠준 그룹은 완전히 괴혈병에서 회복했다. 린드는 어떻게 생각했을까? “거의 모든 사생활의 역사”에서 빌 브라이슨은 이렇게 말한다.

놀랍게도, 린드는 결과의 중요성을 무시한 채, 괴혈병의 원인은 소화 능력이 부족해 체내에 독소가 쌓여서라는 개인적인 믿음을 끈질기게 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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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사회개혁가 에드윈 채드윅도 있다. 그는 콜레라와 다른 질병들이 악취와 대기 오염으로 발생한다고 생각했다. 1876년 로베르트 코흐라는 독일 의사가 박테리아가 콜레라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결정적으로 증명한 후에도, 채드윅은 자기 믿음을 바꾸지 않았다. 빌 브라이슨은 “채드윅은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냄새를 없애는 것이라는 믿음으로 평생을 살았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일들은 역사적인 일화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The Behavioral Investor”에서 다니엘 크로스비는 사람들이 “자기 의견과 일치하는 글을 읽는 데 36%의 시간을 더 쓴다.“라고 강조한다. 자기도 그러는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더 많이 알거나, 더 완숙해진다고 해서, 이런 편향과 더 잘 싸울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 자기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은 결국 자기 자신뿐이라는 사실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 확증 편향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인지 편향이며, 자기 자신 밖에는 확증 편향을 다스릴 사람이 없다. 이점을 정말 명심하기 바란다.

자료 출처: Of Dollars and Data, “Beware the Gatekee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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