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에 대한 배당금이라고 해서 꼭 현금으로 지급하라는 법은 없습니다. 기업이 원하는 방식으로 주식이나 현물로도 배당을 실시할 수 있습니다. 이미 지난 여러 글에서 위스키를 배당금으로 지급한 사례를 소개 드린 바도 있고요.
이번 글에서는 금괴와 은괴를 배당금으로 지급한 렌처스 사(정확히는 Ranchers Exploration and Development Corp.; 렌처스 탐사 개발)의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렌처스 사에서 생산한 은괴)
우라늄에서 구리, 그리고 은
렌처스 사는 1954년 뉴멕시코에서 설립된 회사다. 뉴멕시코와 유타 여러 곳에 우라늄 광산을 운영했다. 주된 우라늄 광산은 뉴멕시코 그란타 부근의 ‘조니 M 광산’이었다. 또한 유타주 모압 부근의 ‘스몰 프라이 광산’에서는 우라늄을, 애리조나 마이애미 부근의 ‘블루버드 광산’에서는 음극동을 채굴했다.
하지만 다른 두 곳의 광산에서는 귀금속이 생산했다. 알래스카에는 사금을 채취하고 있었고, 유타 남서부의 에스칼란테 은광과 콜로라도 유레이 부근의 리베뉴 버지니어스 은광을 개발했다.
렌처스 사는 창업 후 10년 동안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1966년이 되자 블루버그 구리 광산에서 대량의 구리가 생산되기 시작했고, 1966년 주당 5달러에 불과하던 주가는 1967년 70달러까지 상승했다.
렌처스 사는 주가 상승을 기회로 ‘빅 마이크 사’를 인수해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1970년이 되자, 장외 시장에서 벗어나, 아메리칸 증권 거래소에 상장한 후 14년간 그곳 회원사로 머물렀다. 1963년 40만 달러이던 매출은 1971년 1,500만 달러로, 1978년 3,000만 달러로 급증했다. 1970년 1:2의, 1983년 2:3의 주식 분할을 단행했다.
1980년 에스칼란테 은광에서 은이 발견되고, 은 가격이 이례적으로 오르자, 렌처스 사의 주가도 급등했다. 1979년과 1980년 헌트 형제와 사우디 투자자들이 진행했던 은 시장 매점 사건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은 가격은 1979년 6달러에서 1980년 1월 51달러까지 급등했다가, 3월이 되자 다시 11달러로 주저앉았다.
(은 시장에서 작전을 벌였던 헌트 형제)
(헌트 형제의 작전으로 급등했던 은 가격)
금괴와 은괴를 배당금으로
렌처스 사는 불길한 징조를 감지했고, 현금이 아니라 금괴와 은괴로 배당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한 일환이었다. 이미 1600년대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도 주주들에게 정기적으로 현물 배당을 실시한 바 있기 때문에, 렌처스 사도 그들의 선례를 따르기로 한 것이었다.
1981년 6월 500주 당 2.5그램 상당의 금이 지급되었다. 6,221주를 보유한 주주는 1온스짜리 금괴를 받았다. 소액 주주들에게는 주당 0.0766달러의 현금이 지급되었다. 1981년 9월 배당은 400주당 금 2.5그램으로 높아졌다. 4,997주를 보유한 주주 1온스짜리 금괴를 받았다. 금 가격은 1981년 6월 8일 온스당 600달러에서 1981년 9월 24일 700달러로 뛰었다. 1981년 당시 랜처스 사의 유통 주식은 약 300만 주였기 때문에, 약 600온스의 금을 배당금으로 지불했을 것이다.
12월이 되자 배당금은 금괴에서 은괴로 전환됐으며, 120주당 1온스의 은이 지급되었다. 주주들에게 총 25,000온스의 은이 지급되었다는 뜻이다. 1982년 3월과 6월 120주당은 1온스였던 은 배당금은 1982년 9월 100주당은 1 온스로 올랐고, 1982년 12월 4,977주당 금 1온스로 다시 바뀌었다. 1983년 배당금은 100주당 은 1온스로, 1984년 배당금은 150주당 은 1온스로 지급되었다.
당시 치솟는 인플레이션으로 현금 배당의 가치가 점점 떨어지자, 투자자들은 렌처스 사의 주식으로 몰려들었다. 렌처스 사의 주가는 금과 은의 가격 변동에 따라 함께 오르내렸다. 1981년 4월 65달러로 최고점을 기록한 주가는 1982년 3월 12.50달러로 떨어졌다가, 1984년 4월 53달러(2:3 분할 후 35.2달러)로 올랐다.
(렌처스 사의 주가)
1984년 7월 27일 렌처스 사는 ‘헤클라 마이닝’에 인수되었고, 주주들은 주당 1.55주의 헤클라 마이닝 보통주를 받았다. 현금으로 약 21달러 상당이었다. 이후 헤클라 마이닝은 금과 은이 아니라 현금으로 배당금을 지급했다. 끝으로 궁금한 점은 금괴와 은괴를 배당금으로 받았던 렌처스 사의 주주들 중 얼마나가 아직도 그 금괴와 은괴를 금고 안에 넣어두고 있을지다.
자료 출처: Global Financial Data, “The Company That Paid Dividends in Bars of Gold and Sil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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