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행동주의 투자자 헤지 펀드 서드 포인트의 대니얼 러브는 야후의 CEO 스콧 톰슨의 왜곡된 이력서를 폭로했고, 이후 톰슨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일부 사설탐정 회사 또는 컨설턴트들은 돈 만 되면 그 어떤 일이라도 할 것이다.
한 소규모 탐정 회사의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이 업계에는 수천 개의 소규모 업체들이 CIA, MI6, 모사드 또는 기타 관련 기관의 전직 요원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이들은 정보기관에서 터득한 바를 바탕으로 기업들을 조사한다. 무슨 일이든 하는 더 작은 조직들도 많다.
엘리엇의 경영진은 클라인펠드 사건에서 이웃을 탐문 조사했는지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외부 컨설턴트를 직접 고용하던 데서, 제3자 회사에 아웃소싱을 주어 더 광범위한 조사를 하고 있음을 인정했다.
현재 엘리엇에서는 제3자 조사기관에게 엄격한 규칙 준수를 요구하고 있으며, 모든 활동은 법무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엘리엇 측에 따르면, 새로운 정책이 아니라, 아테나 투자 이전부터 시행되고 있었으며, 부시를 감사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또한 언론에 정보 제공 여부도 부인했다.
6월 6일 첫 번째 기사가 데일리 메일에 실린 후 11일 만에 부시는 CEO 자리에서 내려왔다. 부시를 지지해온 오랜 아테나 투자자 한 명은 기사의 배후에 엘리엇이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엘리엇은 끔찍하게 더러운 행동을 한 것이고, 사실 여부를 떠나, 아테나 이사회는 그들을 CEO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부시가 완벽하지 못한 건 사실이며, 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행동주의 투자자의 역할이다. 하지만 아테나를 성공으로 이끌어 온 혁신 정신은 결국 훼손되게 될 것이다. 미래에 대한 투자는 이제 과거의 일이 될 것 같은 느낌이다.
회사는, 노동자, 고객 그리고 사회보다는, 오로지 주주의 이익에 봉사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지난 30년 동안 재계를 지배해 왔다. 따라서 행동주의 투자 분야가 점점 더 커지면서, 많은 투자자들이 체질이 허약하거나 잘못 운영되어 온 회사를 찾아 개선한다는 원래의 사명에서 벗어나고 있다.
그 대신 일부 행동주의 투자자는 프록터 & 갬블, 애플, 펩시콜라 같은 재무 구조가 탄탄한 대기업에도 손을 뻗쳐왔다. 미국 비영리 경제 조사기관 ‘콘퍼런스 보드’ 산하 ‘거버넌스 센터’의 상임 이사 더글러스 치아는 “오늘날 모든 회사가 자신들도 취약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언제 공개매수 당할지 모른다는 공포에 싸여있다.”라고 말한다.
치아 이사는 최근 행동주의 투자와 다른 단기적인 압박이 증가하면서 미국 재계의 건강이 위태롭게 될지 모른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많은 실적 좋은 회사에 행동주의 투자자가 찾아와서, ‘당신 회사는 현금을 너무 많이 보유하고 있으니, 우리에게 좀 나눠주시오.’라거나, ‘당신 회사는 실적은 좋지만, 우리가 회사를 쪼개면 더 훌륭한 실적을 올릴 수 있을 것이오.’라고 말하곤 한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일자리의 아웃소싱, 연구 개발 축소, 자금 차입을 통한 자사주 매입같이 주가 부양에 효과적인 조치를 바라지만, 미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전술은 점점 더 정밀한 조사를 통해 발전하고 있다. 반면, 최근 수십 년 동안 가장 성공한 기업 중 일부는 투자자들이 단기적 압박을 하지 않고, 불확실성과 실험을 견디면서 참을성 있기 기다려준 덕분도 있다. 아마존의 설립자 제프 베조스는 초기 투자자 서신에서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투자자 여러분이 참을성 있게 실험을 기다리고, 실패를 받아들이고, 씨앗을 심고, 묘목을 보호해 주셔야 한다.”라고 썼다.
오랜 기간 수익을 내지 못하던 아마존은 이제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이 좋은 회사 중 하나가 되었다. 베이커리-카페 체인 파네라 브레드의 설립자 론 샤이크는 최근 회사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주주들의 끊임없는 요구에 들어줘 왔다면 결코 지금의 파네라를 만들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이렇게 말한다.
주주들이 회사에 사업을 발전시켜 나갈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차세대 아마존, 차세대 애플로 뛰어오를 수 있겠는가? 주주들은 회사가 자라나갈 기회를 주지 않고, 오히려 죽이려 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장기적 비전 부족은 경제를 변화시키며,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함의가 있다. 기업은 국가의 고용과 부를 창출하는 엔진이다. 회사를 키우고, 직원을 훈련하거나, 새로운 설비를 들여오는데 쓸 돈이 오로지 주주들의 주머니로 들어가게 해서는 안된다. 그렇게 되면 결국 안전한 일자리가 줄어들고, 불평등이 심화되고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기업사냥꾼의 표적이 된 회사들과 함께 일해온 왁텔 립턴 로젠 앤 카츠(Wachtell, Lipton, Rosen & Katz)의 설립 파트너 마틴 립턴은 이렇게 말한다.
지난 30년 동안 대다수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이 저조한 반면, 소수에게만 엄청난 보상과 이익이 돌아가는 상황에서는 안정된 민주주의를 유지할 수 없다.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일이다. 결국 포퓰리즘을 낳기 마련이다.
부시가 아테나를 떠나고 일주일 후, 기자는 그의 보스턴 집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카고 바지와 티셔츠에 맨발로 면도도 하지 않은 채 돌아다니고 있었다. 피곤해 보였다. 며칠 전 먼저 언제쯤 만날 수 있는지 전화를 걸었다. 그의 대답은 “내 빌어먹을 인생의 나머지 동안은 모든 시간이 자유입니다.”였다.
우리는 꽃으로 둘러싸인 뒤뜰 간이 의자에 앉았다. 잔디밭에 축구 골대가 놓여 있었다. 부시는 사무실에서의 마지막 날을 들려주었다. 술에 취해 임직원들에게 보낼 마지막 편지와 고별인사를 적고 있었다고 한다.
자신보다 더 큰 무언가를 위해 일하는 것이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일이라고 믿습니다. 가족, 조직, 회사, 국가는 인간을 규정해주고 목적을 부여합니다. 이들 없이 인간은 그저 미미한 존재일 뿐입니다. 물론 자신보다 더 큰 무언가의 단점은 섬기는 사람을 뜻과 다르게 갈아치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기본적인 규정입니다. 후자의 단점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전자 혜택도 얻을 수 없습니다.
아테나는 엘리엇이나 다른 인수자에게 곧 매각될 가능성이 크다. 부시와 함께 일하던 임직원 중 상당수가 미래를 불안해하고 있으며, 다른 일자리를 찾고 있다.
부시는 자유 시간을 이용해 수상 비행기 조종을 배우고, 아이들의 스포츠 경기에 더 많이 참석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리엇과의 전투에서 큰 상처를 입은 건 사실이다. 그는 “더럽다고 느꼈다.”라고 말한다. 회사를 잃었고, 서둘러 정리 해고와 기타 변화를 통해 싱어를 달래지 못한 점을 후회하고 있다. “가치가 있는 것을 찾아, 지옥에서 꺼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올바른 방법이 아니었다.”
우리는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도우미가 가져다준 신선한 입스위치 조개 수프와 페스토를 먹었다. 사람들은 왜 엘리엇을 두려워하고, 이 펀드의 요구에 대항하지 않는 이유가 뭐 같냐고 묻자, 포도주 한 잔을 따르더니 “내가 그 사례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언론의 입에 오르내리고 싶어 하지 않는 일을 지니고 있잖아요?”라고 답했다.
대화는 다시 부시가 당했던 주제로 돌아왔다. 그는 싱어같이 다른 이가 만들어 놓은 자산을 가져다가, 마치 퍼즐 조각 맞추듯 뺏다 끼우면서, 자기 주머니에 돈이 들어오게 만드는 투자자가 나라에 얼마나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얘기했다.
그는 나라가 건강하려면 경제 생태계가 다양해야 한다. 다양한 규모의 기업이 혁신을 추구하면서, 아무런 구애 없이 장기간 사업을 펼쳐나갈 수 있어야 한다. 부시는 불균형하게 큰 힘을 손에 쥐고 있는 월스트리트 투자자들이 이 모든 것들을 방해하고 있으며, 경제와 그 안에서 활동하는 모든 이들을 점점 더 허약하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
<출처: The New Yorker, “Paul Singer, Doomsday Inves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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