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에서 어리석음과 현명함은 백지 한 장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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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라면 목돈으로 한 번에 투자하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매달 소액을 정기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나을까? 일반 개인 투자자들이 흔히 하는 질문이다. 간단하지만, 광범위한 함의가 담긴 질문이다.

개인 소액 투자자들 주로 대하는 투자 상당사들은 정기 투자(소위 “정기 정액 투자(cost averaging)”)이 더 좋은 방법이라고 주장하곤 한다. 즉, “시장 상승뿐만 아니라 하락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매달 정액을 투자하게 되면, 시장 하락 시에 좀 더 많은 주식을 매수하게 된다.”라는 말이다.

과연 그럴까?

우리에게 “경제학 콘서트(The undercover economist)”로 유명한 경제학자 팀 하포드(Tim Harford)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정기 정액식으로 투자하는 것보다 목돈을 한 번에 투자하는 편이 수익률 면에서는 더 낫다는 말이다. (참고 자료: Financial Times, “The case for drip-feed investing is plausible, but costs more”)

하포드는 최근 파이낸셜 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수익률만 놓고 본다면 정기 정액식 투자는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라고 한다. 그의 설명은 이렇다.

정기 정액 투자 방법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연중 절반은 60달러에 거래되고, 나머지 절반은 120달러에 거래되는 주식이 있다고 가정한다. 그렇다면 600달러로 6개월 동안은 10주를, 나머지 6개월 동안은 5주를 매수할 수 있게 된다.

연말까지 총 7,200달러를 투자해 90주를 갖게 되는 셈이다. 주당 평균 매입가는 80달러다. 고가 120달러보다 저가 60달러에 더 가깝기 때문에 훌륭한 투자 방법이다.

직관적으로 이 방법이 바람직해 보이지만, 이론 상으로나, 역사적 데이터를 통한 백테스팅 상으로나 그렇지 않다.

이론 상의 문제점은 이렇다. 주가 변동을 위의 가정에서처럼 단순히 상승과 하락만으로 설명하기란 곤란하다는 것이다. 만일 주가 위 가정처럼 움직인다면, 주가가 60달러일 경우에만 투자하고, 120달러일 경우에는 투자하지 않는 게 훨씬 좋은 투자 방법이다.

무작위 행보((random walk)를 보이면서 우상향 추세를 보인다는 것이 주식 시장에 대한 보다 현실적인 설명이다. 무작위 행보란 주가가 평균으로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어떤 시점 주가가 어느 방향으로 나갈지 말할 도리가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즉, 주가 120달러가 되면 하락이 예상되고,, 60달러가 되면 상승을 예상할 수 없다는 걸 의미한다.

우상향 추세(즉, 주가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는 단순한 사실)란 말은 투자를 시작할 때 목돈을 한 번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함을 의미한다. 때문에 정기 정액식 투자는 우상향 추세를 중간중간 단절시키는 역할을 하고, 수익률을 떨어뜨리게 된다.

이렇게 이론 상으로 정기 정액식 투자가 바람직한 투자 방법이 아니라면, 역사적 증거는 무슨 말을 해줄까? 역사적으로 목돈 투자와 정기 정액식 투자 중 어느 방법이 더 높은 수익률을 올렸는지 알아보면 된다.

결과는 놀랍지 않다. 시장이 하락장일 경우에만 정기 정액식 투자의 수익률이 더 높았다. 그리고 시장은 하락하는 경우보다 상승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목돈 투자가 더 나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하락장에서 정기 정액식 투자가 더 좋은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하락장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그보다 더 좋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물론 상황이 끝난 다음에 살펴본 것이지만 말이다.

이렇게 하포드는 정기 정액식 투자가 이론 상으로 좋지 못하고, 실제로도 좋은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투자 조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이렇다.

정기 정액식 투자가 바람직한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매달 월급이 들어오는 직장인 투자자들의 상황에 딱 맡는 투자 방법이기 때문이다. “정기 정액식 투자”는 목돈이 없고, 정기적으로 소득이 생기는 이들에게 마법 같은 투자 방법이라고 찬사를 보내는 이들도 있다. 정기 투자가 마법이라고는 할 수 있지만, 분명한 이점이 있다.

그동안 정기 정액식 투자의 이점을 알아보기 위해 진행된 많은 백테스팅은 일단 투자가 목돈을 가지고 있다는 전제하에, 이 돈을 한 번에 투자하는 경우와 정기적으로 나눠 투자하는 경우를 살펴본 것이 대부분이었다.

생각만 해도 즐거운 꿈이다. 따라서 만일 통장에 1백만 달러가 들어 있다면, 생각할 필요 없이 전부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투자 즉시 주가가 하락할 위험이 걱정될 수도 있다. 하지만 학계의 연구에 따르면, 정기 정액식 투자가 이 위험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아니라고 한다. 그런 생각이라면 주식 시장을 멀리하는 편이 더 낫다. 위험 없이는 수익도 없다.

정기 정액식 투자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분들은 먼저 스스로에게 과연 계속해서 이 방식을 고수해 나갈 수 있는지 물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아마 답이 그리 간단하지 않을 것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소액 투자자들은 대체로 두 가지 실수를 곧잘 저지른다고 한다. 너무 잦은 매매로 손실을 보며, 고점에서 매수하고 저점에서 매도하는 경향 말이다. 너무 기술적 분석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마치 수익이 목적이 아니라 매매가 목적인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정기 정액식 투자는 이런 실수를 없애줄 수 있다.

글 머리에서 가정한 것처럼 시장은 시계 추처럼 앞뒤로만 흔들리는 것이 아니다. 지난 몇 주 동안 경험한 것처럼, 훨씬 더 크게 움직인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에게 이런 변동성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마음을 안정시키고, 저점에서 파는 일을 막아 준다는 면에서, 정기 정액식 투자 방법이 바람직할 수 있다.

옥스퍼드 리스크(Oxford Risk)의 행동 금융 전문가 그레그 데이비스(Greg Davies)는 정기 정액식 투자를 “아주 큰 손해를 입지 않기 위해,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아주 적절한 표현이다. 그리고 다른 분야에서도 이렇게 소위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함으로써’ 혜택을 볼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어떤 규칙이 모든 경우에 다 맞지는 않더라고, 규칙을 고수해 나가는 편이 훨씬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투자에서 어리석은 행동과 현명한 행동은 백지 한 장 차이다. 비록 정기 정액식 투자가 현명한 행동은 아닐지 몰라도,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않게 해주는 훌륭한 선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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