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시(banksy)” 하면 풍자와 익살이 넘치는 거리 그래피티 예술로 아주 유명하죠. 이번에 뱅크의 작품 ‘풍선과 소녀’가 소더미 경매에 나왔습니다. 경매 결과 전화로 참여한 사람에게 104만 파운드(약 15억4천만원)에 낙찰됐습니다.
여기까지라면 뱅크시에게도 낙찰자에게도 해피엔딩이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진행자가 낙찰봉을 내리쳐 경매 종료를 알리는 순간, 액자 속의 그림이 아래로 내려오면서 갈기갈기 잘려져 버리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놀라는 참석자도 있었지만, 스마트폰으로 장면을 찍으면서 재미있어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현장에서는 누군가 액자 안에 세절 장치를 설치했고, 경매 종료 시점에 맞춰 리모컨으로 그 장치를 작동시킨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고, 뱅크시 본인의 짓이라는 소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건의 내막은 곧 드러났습니다.
뱅크시라는 인스타그램 계정에 현장 사진과 함께 “더, 더, 끝(Going, going, gone…)”라는 글을 올라온 것입니다. 이를 두고 소더비의 관계자는 “뱅크시 당했다(Banksy-ed)”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다음날 뱅크시라는 계정은 인스타그램에 액자에 세절 장치를 설치하는 모습과 그림이 세절되는 현장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했습니다. 동영상에는 “몇 년 전, 그림이 경매에 나갈 것을 대비해 액자 안에 몰래 세절 장치를 설치했다”는 글이 담겨 있었습니다. 거기다가 해당 글에는 “파괴하려는 충동은 곧 창조의 충동”이라는 피카소의 말을 인용해 놓았습니다.
한편, 이 ‘풍선과 소녀’는 2002년 런던 쇼디치 근교의 그레이트 이스턴 스트리트에 처음 등장했으며, 2014년 지워진 바 있습니다. 지난해 영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예술 작품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소녀가 하트 모양의 빨간 풍선을 하늘로 날려 보내는 건지, 아니면 놓친 건지 의견이 갈리기도 했는데, 뱅크시 대신 작업을 사진에 담아온 마틴불은 ‘떠나야 할 때는 호들갑 떨지 말고 조용히 떠나라’는 메시지라고 밝혔습니다.
갈갈이 잘린 작품을 사게된 불운한(아주 부자일테지만) 낙찰자의 기분은 어떨까요? 소더비측에서는 신분을 밝히지 않았지만, 파이낸셜 타임스에 보낸 성명서에서 “이 사건에 대해 낙찰자와 얘기를 나눴고, 추후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만 밝혔습니다.
가디언지는 이번 사건으로 ‘풍선과 소녀’의 가치가 사라질지 아니면 오히려 더 높아질지 두고볼 일이라고 전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액자와 세절된 그림 자체로 더욱 가치가 높아진다는데 걸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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