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의 뒷 물결이 다시 앞 물결을 밀어냈습니다.
“유통 공룡” 시어스가 매출 감소와 자금난 끝에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는 소식입니다. 신청서에 명시된 부채는 113억 달러(약 12조 8,176억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지난 126년 동안 백화점 체인으로 명성을 떨쳐오던 시어스의 시대가 사실상 마감된 것입니다.
우편 주문(온라인 주문)를 이용해 성장했다는 점에서 시어스의 당시의 “아마존”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현대의 소매 판매 방식을 발명했고, 시어스의 카탈로그는 미국인들의 삶의 일부였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창고와 가장 큰 건물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정밀한 재고 관리, 올스테이트 보험, 디스커버 신용 카드, 딘 위터 대출 등 유통업의 혁신은 대부분 시어스를 통해 시작되었습니다.
(시어스의 1914년 카탈로그)
1924년부터 1999년까지 다우 존스 지수에 편입되어 있기도 했습니다. 또한 1955년 처음 포천 500 지수가 발표됐을 때, 대표 기업으로 보잉과 제너럴 모터스와 더불어 포함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 지수에서 보잉과 GM은 아직도 남아 있지만, 이미 90%가 사라졌습니다. 시어스 역시 이들과 같은 길을 걷게 된 것입니다.
1886년부터 리처드 시어스가 우편 주문으로 시계를 판매하는 사업으로 시작해, 팔 수 있는 것이면 모든 것을 팔았습니다. 우편 주문으로 집도 팔았으니까요.
(리처드 워런 시어스)
1925년 시카고에 첫 점포를 연 시어스는 백화점 체인 ‘시어스’와 대형마트 체인 ‘K 마트’를 거느렸고, 미국 최대 유통업체로서 우뚝 섰습니다. 1973년에는 당시 세계 최고 높이(108층·442m) 건물인 ‘시어스 타워’를 세우기도 했습니다.
2차대전 이후 늘어난 미국 중산층에 필요한 생활용품을 공급하면서, ‘미국인들의 삶’에서 빼놓을 수 있는 일부가 되었고, 켄모어, 다이하드, 랜즈 엔드 등 자체 브랜드도 보유했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대형할인점 월마트와 홈디포에 손님을 빼앗기기 시작했습니다.
4년 전만 해도 주당 46달러였던 시어스(Sears)의 주가는 오늘 35센트까지 추락했습니다.
시어스의 파산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기도 하지만, 한편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기도 했습니다. 언론에서는 아마존이 이렇게 ‘과거 유물’을 또 하나 보냈다는 식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아마존이라고 해서 그런 일을 겪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태양 아래 영원한 것은 없다는 말이 새삼 떠오릅니다. 하지만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떠오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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