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에 태어나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가?

베네수엘라 여행객은 많은 어려움을 겪을 각오를 해야 한다. 비참한 도로, 뎅기열, 납치 위험 등이 그렇다. 가장 힘든 일 중 하나가 바로 돈을 쓰는 것이다.

베네수엘라 통화 볼리바르를 파스텔 색 벽지 대용으로 만들어 버린 하이퍼인플레이션은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것 같이 지극히 평범한 일도 거의 불가능하게 되었다. 급격히 변하고 있는 통화를 왜곡시키고, 비공식 환율은 상거래를 유령의 집 거울처럼 요지경으로 만들었다.

기본적인 문제는 부피다. 베네수엘라에 도착해 한 날 여비에 쓰기 위해 미화 10달러를 환전했다. 내게 돌아온 것은 각각 두께가 거의 1인치나 되는 100, 500, 1,000 볼리바르 지폐 묶음을 11개였다. 할 수 없이 쇼핑백에 넣어 호텔로 가져가야 했다. 가져온 옷들은 전부 이 돈을 넣을 만한 주머니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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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화 10달러로 환전한 베네수엘라 볼리바르의 양

다 이유가 있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이끌고 있으며,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이 OPEC 회원국은 볼리바르의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복잡한 통화 통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에는 몇 가지 주요 환율이 존재한다. 공식 환율은 1달러 당 약 10볼리바르이며, 기업들이 적용하고 있는 디콤(Dicom; Sistema de Divisas de Tipo de Cambio Complementario Flotante de Mercado의 약자) 환율은 1달러 당 3,345볼리바르이고, 또한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암시장 환율이 있는데 이는 빈번하게 바뀌고 있으며 대체로 떨어지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월요일 아침에는 1달러 당 약 38,000볼리바르였고, 월요일 오후가 되지 42,000볼리바르였다.

지역 주민들은 대처 방법을 개발했다. 환율 변동성을 보여주는 “dolartoday.com” 웹사이트를 새로 고친 것이다(정부가 차단하려 했지만, 성공하지는 못했다). 이들은 식료품을 사는데 필요한 지폐를 인출하기 위해 오랜 시간 ATM에 줄을 서고 기다리고 있다. 가능한 경우에는 직접 은행 송금을 통해 값을 치른다. 캐리비안 해변에서는 가게 주인들이 튀긴 생선값 수십만 볼리바르의 송금 신호를 받기 위해 무선 장치를 공중에 흔들어대곤 한다.

베네수엘라에 처음 온 이들에게는 아주 딴 세상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 것이다. 호텔에서 저녁 식사를 마친 후, 기아가 만연한 땅에서 수고하고 있는 웨이터에게 넉넉한 팁을 남기면 온 가족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식사비 빌지를 방으로 가져다 달라고 요청했고, 빌지의 팁 란에 10달러를 적어 넣었다. 그날 비공식 환율로 약 250,000볼리바르에 해당하는 금액이었고, 10개의 아레파 빵을 살 수 있었다. 몇 분 후, 내 방 전화가 울렸고, 한 여성이 이 건물에서는 미 달러를 받지 않기 때문에 팁을 공식 환율로 환전해 주면 어떻겠냐고 물었다.

그렇게 되면 이 호텔이 적용하고 있던 디콤 환율로 10달러는 고작 32,500볼리바르 정도로 비공식 환율로 환전할 때와 비교해 터무니없는 금액이 된다. 따라서 나중에는 청구서 아래에 달러를 포개서 주게 되었다.

거리에서는 모든 거래 가격이 시시각각 변했고, 지폐 다발이 주머니 속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계산이 달랐다. 따라서 가격을 다시 계산하느라 오랜 시간이 걸렸다. 회사 명의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를 사용할 때는 또 아주 달랐다. 이 카드는 미국이 독재 국가로 간주하는 국가에서는 널리 통용되지 않는다. 그리고 괜히 스페인어에 서툰 미국인임을 알려 곤란을 자초할 필요도 없었다. 지방 은행 카드가 없었으므로 해결 방법이 필요했다. 그때 바로 옆에 동료 앤드류 로사티가 있었다.

그는 베네수엘라의 일류 관광 가이드이자 통역사인 것 말고, 돈을 잘 쓰기도 했다. 아침 커피도 그는 샀고, 점심도 그는 샀으며, 럼주도 그가 샀다. 베네수엘라를 떠나기 전 1주일 간 체류하면서 그가 쓴 돈을 미화 150달러에 퉁 치기로 했다.

카라카스를 떠나던 날 아침, 7일 전 공항에서 환전한 볼리바르 중 10%를 썼다. 손으로 센 게 아니라 무게로 달아서 말이다. 나머지는 기념품으로 몇 묶음을 가져왔고, 나머지는 하우스키퍼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방 화장대 위에 쌓아놓고 왔다.

이제 뉴욕으로 돌아와 점심을 먹으면서, 시몬 볼리바르의 찌그러진 얼굴이 내 책상 위에 쌓여있는 모습을 보았다. 오늘 먹은 참치 샌드위치 가격이나 내일 먹을 참치 샌드위치 가격이 같은 나라에 살고 있는 게 얼마나 행운인지 깨닫게 되었다.

<출처: Bloomberg, “How I Accidentally Stiffed My Poor Venezuelan Wa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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