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동안, 이탈리아나 그리스 같은 부실한 유럽 국가들이 채권 수요가 판매량보다 4배, 5배 또는 그 이상으로 높아지곤 했다. 중국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FT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상하이 푸동 개발 은행은 70억 달러 상당의 전환사채를 내놓았고, 여기에 1조 달러가 넘는 투자자들의 주문이 밀려들면서 140배 이상의 초과 입찰이 발생하면서, 경험 많은 투자자들에게도 충격을 안겨 주었다.
입찰 금액 1조 달러는 세계 최대 기업인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시가총액에 상당한다. 상하이 선완 훙위안 증권의 리서치 책임자 게리 알폰소는 “말도 안 되는 금액이었다.”라면서, 세계가 얼마나 필사적으로 금리와 수익률을 쫓고 있으며, 현재 시장에 얼마나 많은 과잉 유동성이 존재하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한다.
최근 몇 년 동안 신규 발행 채권에 대한 초과 입찰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았지만, 이 같은 터무니없는 사건은 몇 가지 중국 시장만의 고유한 특징 때문이며, 중국에서 주식 연계 투자 상품 발행이 급증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연초부터 지금까지 중국 기업들은 400억 달러 상당의 기록적인 전환사채를 발행했으며, 2018년 한 해 동안 발행된 규모보다 80% 이상 늘어났다.
투자자가 낮지만 이자를 받을 수 있는 동시에 정해진 가격 이상으로 기업의 주가가 상승하면 주식으로 교환할 권리가 있는 혼합된 특징으로 인해 전환사채가 중국에서 새로운 거품이 되고 있는 모습이다. 기업의 경우, 전환사채는 일반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보다 더 저렴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수단이며, 바로 주주 지분을 희석시키지도 않는다.
홍콩 파트너스 캐피털의 로널드 완 대표는 중국 전환사채가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얻었던 것은 올해 중국 주식시장은 상승세를 거듭한 반면, 부외 또는 취약한 그림자 금융권을 통한 자금 조달을 억제하기 위해 정부가 전환사채 발행을 장려한 덕분이었다고 말한다. 완 대표는 당연하겠지만 전환사채의 성과는 “발행 기업의 재정 상태에 달려있다.”라고 경고한다.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은, 특히 중국의 소형 은행들이 뱅크 런을 겪거나 전면적인 파산을 신청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중소기업보다 대형 은행과 대형 우량 기업을 더 선호한다.
한편 선완의 알폰소는 상하이 푸동 같은 대형 은행은 상장 후 전환사채에 충분한 유동성이 생겼지만, 중소기업의 전환사채의 경우, 주식이 투매되면 심각한 손실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유동성은 나쁜 것인데도, 유동성이 존재한다. 문제는 손에 쥐고 있는 전환사채 가격이 아주 끔찍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매수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팔 수 있을 거란 희망으로 몰려드는 투자자들을 막을 방법은 없다.
중국에서 처음으로 국내 전환사채가 발행된 것은 상하이 증권 거래소가 개설되고 2년 후인 1992년 11월이었다. 주식으로 전환되지 않았던 이 전환사채는 이후 5년 이상 동안 유일한 국내 전환사채였다. 중국의 전환사채가 미국이나 유럽과 차별화되는 특별한 기능을 갖추게 되면서 오늘날의 시장은 달라졌다. 그중 하나는 채권 발행 후 전환 수준을 재설정해, 주식으로 전환할 가능성을 크게 높인 것이다.
하지만 현재 전환사채에 대한 전례 없는 투자자들의 수요가 발생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규제 당국이 호의적으로 지켜보는 경향이 있으며, 전환 전까지는 채권으로 취급되므로 투자자들이 발행 기업이 파산할 경우 원금의 일부라도 주주보다 우선해서 상환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중국 규제 기관의 한 마디에 가격이 얼마나 격렬하게 움직일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
또한 중국 기업들은 주식 상장에 보통 18개월 이상 기다려야 하므로, 전환사채가 신속하게 신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이다. 상하이 무디스의 수석 애널리스트 율리아 완은 “전환사채 승인 과정도 여전히 6개월 정도 걸리지만, 주식 상장이나 추가 상장보다 빠르다.”라고 말한다.
궁극적으로, 재고할 필요도 없이 한 거품에서 다른 거품으로 갈아타는 경향으로 유명한 중국 투자자들이 이제 빠른 가격 상승을 바라면서 전환사채에 몰려들고 있다. 완은 전환사채의 만기는 보통 5년에서 6년이기 때문에, 주식으로 전환하기까지 주가가 상승할 시간이 충분하다고 말한다.
전환사채에 주식 전환 기능이 있기 때문에 투자자는 일반 채권보다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중국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엄청난 초과 입찰이 일어나고 있는 이유를 완전히 설명하지 못한다.
선환의 알폰소는 공급 부족을 또 하나의 이유로 든다. 발행된 전환사채 취득 권리가 기존의 주주에게 우선하기 때문에, 기업이 외부 투자자들에게 판매할 수 있는 규모가 제한적이다.
따라서 원하는 만큼 전환사채를 배분 받고 싶은 투자자들은 언더라이터에게 잘 보일 요량으로 입찰의 양을 배로 하는 수밖에 없다. 결국 투자자들은 자신이 입찰한 양의 일부만 얻을 수 있음을 알고 있다. 그리고 입찰에는 입찰 금액 전부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매수 가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능한 한 많이 입찰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알폰소는 “가능한 한 많이 입찰하고, 최선의 결과가 나오길 희망하는 수밖에 없다.”라고 말한다.
어쨌든, 단점은 없을까?
샤드 캐피털의 빌 블레인은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면서, 지금 중국 전환사채 시장은 1980년대 당시 일본 주식 워런트 시장의 영광스러운 시절을 기억나게 한다고 말한다. 그런 시절이 있었다. 사람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거의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당시 들어본 적도 없는 일본 기업들의 주식 워런트가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더 많이 배분 받기 위해 뇌물 수수가 있다는 소문과 온갖 종류의 수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런 시절이었다.
중국의 전환사채 시장에서도 컨버터블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투자자들은 전환사채가 인기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약간이라고 얻기 위해 입찰 규모를 높이고 있다. 미래는 끝없는 순간이 반복되는 뫼비우스의 띠다.
상하이 푸동의 엄청난 140배 초과 입찰은 사상 최대 규모가 아니다. FT가 지적한 바와 같이, 지난 3월 규제 기관이 한 사람이 여러 계정을 통한 입찰하는 행위를 금지하기 전까지 전환사채에 훨씬 더 엄청난 초과 입찰이 발생하는 일이 드물지 않았다. 그중에서 60억 달러 상당의 차이나 시틱 뱅크의 전환사채 발행에 약 5,500배에 달하는 초과 입찰이 발생했다. 즉, 이 전환사채 입찰에 중국 전체 경제 규모의 약 3배에 해당하는 33조 달러가 몰렸다.
자료 출처: Zerohedge, “”Ridiculous”: $1 Trillion In Orders For $7 Billion Chinese B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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