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통화의 역할 - 미국 달러의 문제 1부

지난 5월, 트럼프 행정부는 JCPOA(Joint Comprehensive Action Plan), 즉 이란의 핵 협정에서 탈퇴했다. 이와 때를 같이해, 미국은 이란에 새로운 제재를 가했다. 미국의 목표는 올 11월까지 이란의 원유 수출 물량을 0배럴로 줄이는 것이다.

중국, 러시아, EU 및 이란 같은 다른 협정 당사국들은 미국의 결정에 불만을 나타냈다. EU는 미국 금융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지불 결제 구조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 계획에 따라 이란과 EU 사이의 무역 관련 지불 결제를 처리하게 될 특수 목적 회사가 차려지게 될 것이고, 이는 현재 스위프트(SWIFT; 국제은행간 통신협정) 시스템의 대안이 될 가능성이 잇다. 스위프트의 본거지가 비록 유럽이긴 하지만, 미국 금융 시스템의 지배를 받고 있다. 바로 미국 달러가 지닌 준비 통화라는 지위 때문이다.

미국이 적대적이라고 보이는 나라에는 금융 제재를 가하곤 하기 때문에, 미국 달러 기반 무역의 대안이 요구되어 왔다. 대안 시스템이 생겨도, 참여한 나라들 중 일부는 미국 금융 시스템을 병행해 사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미국의 제제를 피해 갈 수 있을지는 분명치 않다. 그럼에도, 미국의 달러 “무기화”에 대한 우려로 새로운 글로벌 준비 통화를 만들자는 요구가 나타나고 있다.

이 보고서의 1부에서는 준비 통화의 특징에 대해 알아보고, 준비 통화가 된다는 것의 이점과 비용에 대해 논의해 보고자 한다. 이어 2부에서는 스위프트 시스템을 간단히 알아보고, 네트워크와 국제 금융의 중요성을 살펴볼 예정이다. 이를 통해, 미국 달러의 잠재적 경쟁 통화와 국제 무역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 잠재적 시장 파급 효과에 대해 알아본다.



공공재로서 준비 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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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들이 정의하는 공공재란 정부가 제공해야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말한다. 왜냐하면 민간 시장에 맡기면 제공하지 않거나, 최적 수준 이하로 제공하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준비 통화 보유국이 공공재로서 해야 할 역할은 다음과 같다.

  1. 최후의 소비자(수입자) 역할.

  2. 글로벌 거시 경제 정책의 조정.

  3. 안정적 환율 시스템 지원.

  4. 최후의 대출자 역할.

  5. 경기에 대응한 장기 대출 제공.

  6. 벤치마킹 목적의 AAA 등급의 무위험 자산 제공.

  7. 강하고 예측 가능한 금융 시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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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산 거품 연구로 유명한 경제학자 ‘찰스 킨들버거’ 교수가 처음 5가지 공공재적 역할을 짚었고, 알리안츠의 경제학자 모하마드 엘-에리언이 나머지 두 가지를 덧붙였다.

실용적인 측면에서, 이러한 역할은 무슨 의미일까? 간단한 사례를 들어보자.

파라과이의 초콜릿 업체가 코코아 원두 1톤을 사고 싶다고 가상해보자. 코트디부아르의 판매상에게 가격을 요구한다. 판매상은 톤당 2,070달러를 부른다. 파라과이의 초콜릿 업체는 미국 달러는 없고, 파라과이 과라니만 있다고 말한다.

판매자는 파라과이 통화를 받을 수도 있지만, 널리 사용되지 않는 통화라는 이유로 거부할 수도 있다. 그의 선택은 두 가지 중 하나다.

첫째, 과라니를 받고 코코아 원두를 판 다음, 이 과라니로 파라과이에서 물건을 사는 것이다. 물물 교환보다 이 거래가 조금 더 좋지만, 파라과이에 원하는 물건이 없을 수도 있다. 아니면 받은 과라니를 파라과이 금융 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 하지만 파라과이 금융 시장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둘째, 코코아 판매상이 달러를 받고 코코아 원두를 팔 수 있다면,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통화를 얻는 셈이고, 이를 통해 다른 여러 나라의 물품과 서비스를 살 수 있다. 그리고 이 달러를 투자하게 된다면, 강하고 규제가 잘 된 미국 금융 시장의 보호를 받게 된다.

그러면 이 사례를 좀 더 들어가, 파라과이의 초콜릿 업체는 어떻게 달러를 구해야 할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초콜릿을 미국 구매자에게 수출해 대금으로 달러를 받은 다음 이 달러로 코트디부아르에서 코코아를 사는 것이다.

미국은 준비 통화국이며, 준비 통화인 달러는 전 세계적으로 널리 통용된다. 때문에, 다른 나라들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흑자를 늘려 달러를 축적해 둘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다른 나라에서 수입한 물품 대금을 지불하기 수월해진다.

국제 결제 은행(BIS)에 따르면, 무역 관련 신용장 중 80% 이상이 미국 달러로 표시되며, 2위 준비 통화인 유로의 경우는 10% 수준이라고 한다. 이는 곧 국제 무역 대부분이 달러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말이다.



본질적으로 준비 통화국은 국제 무역에 유동성을 제공하기 위해 일정한 무역 및 경상 수지 적자를 운영해야 한다. 따라서 금융 언론에 나온 전문가들이 종종 말하는 것처럼, 미국은 “달러가 부족하기” 때문에 무역 적자를 감당하지 못한다고 한다. 엄밀히는 맞는 말이지만, 이에 반해 다른 나라들은 달러가 남게 되고, 남은 달러는 수출의 형태로 다시 미국으로 돌아온다.

만일 미국이 지속적으로 무역 흑자를 지속했다면, 세계적인 통화 긴축 정책 역할을 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세계 시장에서 달러를 끌어들임으로써, 국제 무역 시스템은 유동성 공급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만일 준비 통화국이 세계 시장에 충분한 자국 통화 공급을 거부하게 되면, 세계 무역은 물물 교환 또는 연계 무역(수출을 조건으로 한 수입)으로 줄어들게 되고, 쌍방 무역 관계만이 남게 될 수 있다.

위의 사례에 적용하면, 파라과이 초콜릿 업체는, 코트디부아르 판매상이 파라과이에 원하는 교환 물품이 있는 경우에만, 그로부터 코코아 원두를 구입할 수 있게 된다. 간단히 말해, 준비 통화를 이용할 수 없게 되면, 세계 무역은 급격히 감소할 것이라는 뜻이다.

경제학자 로베르 트리핀은 1960년대 준비 통화국의 문제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준비 통화가 세계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때문에, 준비 통화국은 지속적으로 경상 수지(무역 수지) 적자를 운영해야 한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준비 통화국이 흑자를 운영하게 되면, 세계적인 통화 긴축 정책 역할을 하게 된다. 하지만, 적자라도 “감당할 수 있을 수준” 이어야 한다. 적자 수준이 너무 높아지면, 외국 투자자들이 무위험 자산이 정말 무위험인지 의심하게 되어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

준비 통화국의 또 다른 중요한 역할은 세계 금융 위기를 관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은 1980년대 후반 “브래디 채권(Brady bond)”을 발행해, 미국 은행들이 달러 표시 금융자산으로서 악성 채권이나 악성화되고 있는 채권과 교환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조치로 미국 은행들의 압박을 경감시켰을 뿐만 아니라, 신흥 국가 경제에 신규 대출이 장려됐다.

미국은 1994년 페소 위기와 1997년 아시아 경제 위기에도 개입했다. 또한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당시에도 세계 중앙은행들에 달러 스와프를 제공함으로써, 연준을 세계의 중앙은행으로 만들었다. 아래 차트는 연준의 달러 지원 수준을 개괄적으로 보여준다.



준비 통화 제공으로 얻을 수 있는 이점이 훨씬 간단하다. 통화를 대가로 세계로부터 제품과 서비스를 받는 것이다. 실제 미국은 달러를 수출하고, 제품과 서비스를 수입한다. 그리고 외국인들은 받은 달러로 미국의 제품과 서비스를 살 수도 있고, 아니면 이를 사용해 다른 나라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살 수도 있다. 달러를 바로 사용하고 싶지 않으면, 미국 금융 자산으로 보유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들의 투자는 미국의 금리를 낮추고, 다른 금융 자산의 가치를 높이는 경향이 있다.

그 비용은 주로 수입 경쟁 산업에서 부담한다.



위 차트는 미국의 경상 수지(GDP 대비 %) 대비 제조업 고용을 보여준다. 적자가 확대되면, 제조업 고용도 줄어드는 모습이다. 사라진 일자리가 모두 무역 적자 때문인 아닐 것이다. 일부는 업무 자동화로 인해 없어졌다. 하지만 무역 적자의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다.

준비 통화국의 ‘최후의 수입자’ 역할은 필히 경제를 왜곡시키고, 소비를 증가시키게 된다.



미국의 경우, GDP 대비 소비는 약 68%이다. 준비 통화국 역할을 하지 않았으면, 64% 이하였을 것이다. 소비 증가는 인플레이션이나, 소비자 부채 수준을 증가시키는 경향이 있다.



위 차트는 미국의 가계 부채(GDP 대비 %)와 미국을 제외한 세계 수입 및 수출 지수를 병기한 것이다. 미국 가구 부채 증가와 더불어 세계 무역이 성장하고, 미국 가계 부채 수준이 완화되면 세계 무역 성장도 정체되는 모습이다.

(다음 주 2부에서는 스위프트 시스템을 간단히 알아보고, 네트워크와 국제 금융의 중요성을 살펴볼 예정이다. 이를 통해, 미국 달러의 잠재적 경쟁 통화와 국제 무역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 잠재적 시장 파급 효과에 대해 알아본다.)

자료 출처: Confluence Investment Management, “The Dollar Problem: Part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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