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레이더 정재훈 씨(37세)에게는 트럼프-김정은의 정상회담 결렬이 호재였다. 이후 시장 변동성이 급증하면서 짭짤한 수익을 올렸기 때문이다.
2월 28일 장마감 몇 분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 위원장의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될 것이라는 소식에 소위 평화 테마주(북한과의 경제 협력으로 혜택이 예상되는 주식)의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정재훈 씨는 기회라고 생각했고, 이들 주식을 사들였고, 다음 거래일에도 비중을 좀 높인 다음, 이후 반등 시에 매도했다. 전체적으로 약 3억 원 정도를 투자했고, 10% 정도의 수익을 올렸다.
그는 전화 인터뷰에서 “암호화폐 시장과 거의 비슷합니다. 평화 테마주라고 알려진 주식이 적어도 100종목이 넘습니다. 대부분이 주가가 낮은 동전주입니다.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일생일대의 수익을 기대하면서 관련 정보도 거의 없이 이들 평화 테마주를 거래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들 주식은 일반적으로 북한과의 사업 여부에 대한 추측으로 움직인다. 지난달 트럼프와 김정은이 만난 것 같이, 양국 간의 관계를 전하는 뉴스가 많아질 때마다, 주가 변동성도 커지고, 거래량도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평화 테마주 중 대형주에 속하는 주식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아래 차트에 나타난 것처럼, 북한 관광사업 개발권이 있는 회사의 지분을 갖고 있는 현대 엘리베이터의 거래량은 지난해 5월 이래 최고 수준으로 급증했다.
철도 관련주 현대 로템은 지난해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두 번째로 많이 거래된 주식이었다. 현재 엘리베이터와 현대 건설 역시 거래량 상위 10위 안에 들었다.
정재훈 씨가 거래한 주식에는 현대 엘리베이터 외에도 미국 투자자 짐 로저스가 사외이사로 있는 리조트 사업 업체 아난티와 2016년까지 북한 개성공단에 공장을 운영했던 좋은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는 이들 평화 테마주를 매도한 후, 전과 반대로 한화 에어로스페이스 같은 방산주 또는 전쟁 테마주를 매수했다.
북한이 조만간 미사일이나 로켓 발사를 준비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온 후 평화 테마주의 주가 변동이 심해졌다. 현대 엘리베이터의 주가는 1%가량 상승한 후 다시 0.9% 하락한 한편, 현대 로템은 0.9% 상승한 뒤 그보다 더 하락했다. 벤치마크 코스피 지수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평화 테마주에 투자한 투자자들에게는 롤러코스터장세였다. 과거 2017년 유엔이 북한에 추가 제재를 가하자, 북한은 미국의 괌 기지를 공격하겠다는 위협으로 대응했고, 미사일 발사 시험을 했다. 그러자 전쟁 테마주의 주가는 상승했고, 평화 테마주는 급락했다.
2018년 2월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과 고위급 당국자들이 북한 선수들이 참가하고 있던 동계 올림픽을 방문하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후 4월 한국 문재인 대통령과의 역사적인 정상회담, 5월 북한의 핵 실험장 폐쇄, 6월 김정은과 트럼프의 첫 번째 정상 회담으로 이어진 일련의 긍정적인 상황이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한껏 높였다. 지난해 트레이더들이 평화 테마주에 달려들기에 충분한 이유였다. 하지만, 전반적인 한국 주식 시장은 반도체주와 더불어 하락세를 보였다.
삼성증권 유승민 수석 전략가는 이렇게 말한다.
지난해 이후로 한국 주식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만한 테마가 부족했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은 평화 테마에 뛰어들었다. 북한과의 핵 협상 타결 여부는 불확실한 반면, 그 과정의 언론 보도에 따라 평화 테마주의 주가 변동성은 계속 높아지게 될 것이다.
자료 출처: Bloomberg, “How a Day Trader Cashed In on the Trump-Kim Summit Collapse”
※ 한국 기자의 글이지만, 차트를 옮기다는 의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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