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킹이 유니콘 뿔 시장을 정복했을 때

중세 시대 사람들은 유니콘이 진짜 있다고 믿었습니다. 성경에 그렇게 쓰여있었기 때문입니다. 믿지 않는 이들은 이단으로 몰려 교수형에 처해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게다가 유니콘이 있다는 증거는 어디에나 있었습니다. 좀 배운 사람에게 물어봐도 있다고 말했으며, 부유한 이들은 자신이 지니고 있던 유니콘의 뿔[알리콘(alicorn)이라고도 함]을 기쁜 마음으로 보여주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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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황제 이반 4세(폭군 이반)에게는 알리콘으로 만든 지팡이가 있었습니다. 부르고뉴의 찰스 공작(용담공 찰스) 또한 손잡이가 알리콘으로 된 칼을 갖고 있었습니다. 오스트리아 합스부르그 왕가의 보석 왕관의 틀에 알리콘이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덴마크 왕좌의 지지대도 알리콘으로 만들어졌고, 주교와 대주교들도 알리콘이 들어간 주교장을 짚고 다녔습니다.

1577년, 마틴 프로비셔(Martin Frobisher)는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아주 진귀한 물건을 선물했습니다. 전설의 북서 항로를 개척하던 중 우연히 발견한 바다 유니콘의 뿔이었습니다. 여왕은 이것을 소중히 생각했고, 보석 왕관과 함께 보관했습니다. 그리고 험프리 길버트(Humphrey Gilbert) 경이 여왕에게 선물한 또 하나의 유니콘 뿔은 경매에 붙여져 1만 파운드를 호가하는 금액에 낙찰되기도 했습니다.


어림잡아도, 성 하나를 살 수 있는 금액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유니콘 관련 물건이 없는 왕가는 구닥다리 취급을 받았습니다.

오늘날, 과학 덕분에 우리는 유니콘이 존재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때문에 옛날이야기를 들으면서, 당시 부자들의 어리석은 행동을 비웃어 넘기기 쉽습니다. 하지만 풀리지 않는 질문이 몇 가지 남아 있습니다. 유니콘의 뿔이라고 했던 것들은 다 어디에서 온 것일까요? 무엇 때문에 그런 귀한 대접을 받은 것일까요? 왜 그렇게 비쌌을까요?

답을 알아보려면, 10세기 후반으로 돌아가서 바이킹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합니다.

에이리크의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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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킹이 그렇듯이, 붉은 에이리크(Erik the Red)도 주변을 부산하게 돌아다녔습니다. 그는 950년 노르웨이에서 태어났습니다. 그가 10살 때 가족은 노르웨이를 떠났습니다. 그의 아버지 토르발트가 과실 치사로 추방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가족은 아이슬란드에 정착했고, 여기서 에이리크는 붉은 에이리크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지게 됩니다. 그의 머리카락 색 때문이었거나, 그 유명했던 성마른 성질 때문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982년 에이리크는 자기 노예 몇 명을 살해한 ‘더러운 에이이올프’라는 남자를 죽였습니다. 그 벌로 3년 추방형을 받았습니다. 아이슬란드를 떠나기 전 에이리크는 연인 트조드힐드와 결혼했고, 아이슬란드의 왹스니 섬으로 떠났습니다.

얼마 후 그는 이웃과 재산 다툼이 일어났고, 결국 칼부림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문제가 해결될 즈음, 3년 동안의 추방 기간이 끝나가고 있었습니다.

바이킹 무법자들은 카우보이 무법자들보다 훨씬 더 거칠었습니다. 법으로 그들을 어찌할 수 없었습니다. 따라서, 누군가가 복수심을 품고 고문으로 죽이는 것이 알맞은 보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면, 아무도 말릴 사람이 없었습니다.


너무 많은 죄를 저질렀다고 생각한 에이리크는 인구가 적은 곳을 찾아 떠나기로 했습니다.

지구가 평평하다는 믿음을 고집했던 대부분의 유럽인들은 아이슬란드가 지구의 끝이며, 그 너머는 낭떠러지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에이리크는 군 브죄른 울푸손의 이야기를 들어 잘 알고 있었습니다. 900년 경 갑작스러운 폭풍우를 만난 울푸손은 항로를 바꿔 아이슬란드 북서쪽에 있는 거대한 섬을 발견했습니다. 실제 맑은 날 아이슬란드 최고봉인 스내펠에 올라가서 보면 지평선 위로 이 섬이 분명하게 보입니다.

따라서 무법자 에이리크는 오늘날 그린란드로 알려진 섬을 찾아 항해를 시작했습니다. 다행히도, 섬의 서쪽 해안에 상륙했습니다. 그곳은 섬에서 유일한 영구 동토도 빙하도 아닌 지역이었습니다.

이후 에이리크는 3년 동안 그곳을 탐험하면서 보냈습니다. 그리고 놀라운 일은 괴혈병에 걸리고도 죽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그린란드 바이킹의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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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리크는 아이슬란드에서 추방된 후, 그린란드를 정복한 영웅이 되어 돌아왔고, 이어 다시 그린란드로 돌아갈 여행을 계획했습니다.

그는 다른 이들에게 자신이 온 곳에 대해 설명하면서, 같이 가서 그곳에 새로운 식민지를 건설하자고 설득했습니다. 그는 그곳에 그린란드라는 이름을 붙여, 아이슬란드인들에게 더 친숙하게 들리도록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많은 아이슬란드 농부들이 어렵게 농사를 지어먹고 살고 있었고, 새로운 땅이 있다는 에이리크가 약속을 듣자 쉽게 거절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985년 봄 에이리크는 25척의 배를 이끌고 그린란드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얼음덩어리가 떠나니는 700마일에 이르는 덴마크 해협을 건너기는 일이 쉬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얼음덩어리와 빙산을 피해 무사히 그린란드 해안에 도착한 배는 단 14척 또는 15척에 불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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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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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은 기원전 5세기 자연사를 연구하던 그리스 학자 크테시아스(Ctesias)의 책에서 “인디카(Indika)”라는 이름으로 처음 등장합니다. 그는 유니콘을 인도에 있는 발이 빠른 외뿔 야생 당나귀라고 설명했습니다. 의심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페가수스 같은 그리스 신화의 창조물은 아니었습니다. 중세 학자들은 크테아시스의 말을 법처럼 따랐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유니콘의 전설은 옮겨지는 과정에서 의미가 바뀌는 전형적인 사례일 수 있습니다. 인도에는 유니콘 같은 전설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의 일부 유물을 보면 황소의 옆모습이 등장하곤 합니다. 따라서 황소의 뿔 중 하나만 보이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 뿔은 황소의 머리에서 직선으로 뻗어나간 모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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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 나오는 유니콘도 비슷한 짐승을 가리키는 것일 수 있습니다. 오리지널 히브리어 성경에서는 이를 ‘리엠(re’em)’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리엠은 4세기에 나온 라틴어 성경인 벌게이트 역본(Latin Vulgate Bible)에 드디어 유니콘이라고 불리게 됩니다. 보다 최근 번역본에서는 유니콘이 야생 황소로 대체되어 있습니다.

유니콘 전설에서 재미있는 부분 중 하나는 유니콘의 뿔 알리콘의 마법적이고 의약적인 특징입니다. 식탁에 오르는 컵과 칼붙이류가 종종 “뿔”로 만들어지는 이유는, 뿔에 독을 중화시키는 능력이 있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알리콘을 갈아먹으면 우울증, 광견병, 전염병 등등 온갖 종류의 병이 나을 수 있다고 합니다. 당시 약사들은 발기 부전을 한 방에 끝낼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소문에 따르면, 죽은 사람도 부활시킬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1546년 마틴 루터도 세상을 떠나기 전 알리콘을 찾았다고 합니다.

한편 그린란드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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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독한 기후에도 불구하고, 그린란드는 바이킹 식민지로 번성했습니다. 인구는 2,500 명에서 5,000명으로 증가했고, 붉은 에이리크가 우두머리로 다스렸습니. 어쩌면 무법자였던 그에게 아주 잘 어울리는 자리였을지도 몰랐습니다.

에이리크의 아들 레이프는 탐험 도중 벌레에 물려 세상을 떠났습니다. 짧은 생애에도 불구하고 그는 1000년 경 북아메리카에 처음으로 유럽 식민지를 개척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에이리크도 레이프와 탐험을 같이 하려고 했지만, 배에 오르던 중 말에서 떨어졌습니다.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조짐이 안 좋다는 생각에 그린란드에 남기로 했습니다.

2년 후 그린란드에 새로 들어온 정착민들이 병을 같이 가져왔고, 전체 인구에게로 병이 전염되었습니다. 레이프가 정복자로서 귀환할 수 있었다면, 에이리크는 이 병에 굴복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린란드 바이킹이 지배권을 넓혀가고 있었지만, 바이킹의 전통은 이미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용감한 탐험가였던 레이프도 기독교로 개종했습니다. 새로운 신에 대한 믿음이 바이킹들 사이에 바이러스처럼 퍼져 나가면서, 바이킹의 문화는 종말을 향해 달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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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 고래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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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에릭이 괴혈병에 걸리고도 죽지 않은 사실을 기억하십시오. 에릭이 살아남았던 수수께끼를 풀다 보면, 여러 곳에 흩어져 있던 조각들을 한데 모을 수 있게 됩니다.

괴혈병에 걸리는 이유는 비타민 C 결핍 때문입니다. 그리고 북극권 근처에서는 감귤 나무가 자라지 못합니다. 어떤 형태로든 비타민 C를 섭취하지 못했다면, 에릭은 괴혈병 증상이 나타난 후 몇 달 만에 죽었을 것입니다.

물론 그 당시 바이킹은 비타민이 뭔지도 몰랐을 것입니다. 영국 왕립 해군도 1795~1800년까지는 선원들이 감귤 주스를 마셔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비타민이라는 말은 1912년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렇다면, 에릭은 어떻게 살아남았을까요?

지역 이뉴이트 족이 고래의 지방 덩어리를 먹는 모습을 보고, 에릭 자신도 먹어봤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뉴이트 말로 마탁인 고래 지방 덩어리가 에릭에게는 생명의 은인이었습니다. 헬기가 정기적으로 운항하는 오늘날에도 그린란드 이뉴이트 족은 고래 지방 덩어리를 통해 대부분이 비타민 C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헤이즐넛 맛이 난다고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최고의 마탁은 북극 바다에 사는 두 종의 고래에서 얻어집니다. 바로 일각 고래와 이들의 사촌인 흰 돌고래입니다. 이 둘 중 일각 고래가 더 영양가가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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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 고래라는 말은 바이킹으로부터 전해진 것입니다. 고대 스칸디나비아 말로 ‘송장 고래’라는 뜻입니다. 일각 고래 표면에 있는 독특한 점 무늬가 그린란드 주민들에게는 시체가 썩어가는 모습을 연상시킨 것입니다.

붉은 에이리크(Erik the Red)는 그린란드에 식민지를 세웠고, 자기 주민들에게만 이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고래를 유럽에 팔 수 있게 했습니다. 흰 돌고래처럼, 일각 고래도 캐나다와 그린란드 사이의 북극해에서 살아갑니다. 하지만 흰 돌고래와 다른 점은, 엄청난 길이의 엄니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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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 고래의 엄니는 위쪽 좌측 송곳니가 입술을 뚫고 길게 자라난 것입니다. 대게 수컷 일각 고래가 이런 긴 엄니를 지니고 있지만, 일부 암컷도 그런 특징을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점은 해양 생물학자들 사이에 의견이 갈리고 있으며, 현재까지 논란으로 남아있습니다.

어쨌든, 그린란드 정착민 중 누군가가 해안을 헤엄치던 일각 고래를 보게 되었고, 유니콘을 떠올리게 되었을 것입니다.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떠오르자, 독특한 교역 기회가 나타났습니다.

일각 고래의 엄니가 유럽으로 팔려나가자, 이를 손에 넣은 독실한 기독교인들 유니콘의 뿔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자연 속에 있는 어느 것도 일각 고래의 엄니처럼 상아색의 나선으로 뿔처럼 보이는 것은 없었습니다. 따라서 누구도 그것이 전설의 유니콘 뿔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었습니다.


시장에서 일각 고래의 엄니는 무게로 평가했을 때 금보다 훨씬 더 비싸게 거래되었습니다.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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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콘 거래는 수백 년 동안 번창했습니다. 심지어 다른 동물의 뿔을 갈아만든 모조품이 진짜 유니콘 뿔로 만든 물품 행세를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1638년, 덴마크의 의사이자 동물학자였던 올레 웜(Ole Worm)이 일각고래를 발견하자,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과학을 통해 진실이 드러나고 있었지만, 그 같은 관행이 완전히 사라지까지 100년이 더 걸렸다. 1746년 말 영국 의사들은 여전히 ​알리콘을 기적의 치료제로 처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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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자연 보전 연맹(IUCN)에서는 일각 고래를 “멸종 위기 종” 목록에 올렸습니다. 하지만 최근 개체 수가 증가함에 따라 “관심 대상 종”으로 상태를 상향 조정했습니다.

이는 국제적으로 엄니 거래는 완전히 금지하고, 일반 고래 사냥 또한 금지해 나간 덕분이었습니다. 현재, 그린란드와 캐나다의 이뉴잇 족도 생계용으로만 엄격한 할당량을 유지하고 있으며, 사냥 가능한 일각고래 숫자를 정해놓고 있습니다.

즉, 일각 고래는 사냥이 금지되어 있는 북극의 빙하 아래에서만 살고 있습니다. 범고래는 등지느러미가 커다래 빙하 밑에서는 잘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에, 일각 고래가 쉽게 도망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후 변화로 인해, 극지방 빙하의 범위가 놀라운 속도로 줄어들고 있는 상황은 일각 고래에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에콜로지컬 애플리케이션(Ecological Applications)의 보고서에는 일각 고래를 기후 변화에 가장 취약한 3종 중 하나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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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에 있던 에릭의 식민지는 1400년대까지 존속되었습니다. 이 식민지가 사라진 이유는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영양실조, 흑사병, 소빙하기의 시작, 이뉴이트 족과의 지속적 충돌, 노르웨이의 지원 부족, 해적들의 약탈 등 여러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식민지의 주요 교역품이었던 바다코끼리 상아의 가격 하락이 주된 원인이었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확실하게 알려진 사실은 17세기 초에 노르웨이에서 그란란드로 파견된 선교사가 단 한 명의 바이킹 족도 발견할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날에도 야심 찼던 에릭의 식민지 시절에 대한 기억은 살아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깨닫지 못할 뿐이지만 말입니다. 우리의 집단 무의식 속에 항상 살아 있으며, 우리가 유니콘이 그려진 그림을 보자면, 일각 고래의 뿔이 반대로 우리를 응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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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Steve Chatterton, “When Vikings Cornered the Market on Unicorn Horns”>

<참고문헌>

  1. Vikings: A History by Neil Oliver
  2. In Search of the Mysterious Narwhal
  3. The Mystery of the Sea Unicorn
  4. How Narwhals 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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