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자들의 우드스탁 페스티벌’
오마하가 자본주의의 중심이 되는 주말이 다시 한 번 돌아왔다.
지난 토요일 세계 각국의 수만 명의 주주들이 워런 버핏과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주총회를 함께하기 위해 오마하의 CHI 헬스 센터(이전의 센추리링크)를 가득 매웠다.
지난 수십 년 동안에 걸쳐, 내셔널 인뎀니티의 레스토랑에서 소규모로 열리던 주주 모임이 이제 ‘자본주의자들의 우드스탁 페스티벌’로 불리는 일주일 동안의 대형 이벤트가 되었다.
가장 큰 행사는 버핏과 찰리 멍거와 함께하는 마라톤 Q&A 시간으로, 버크셔의 사업에서부터 경제 그리고 정치 분야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대한 그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
팀 슬로안과 웰스 파고
버핏과 멍거는 웰스 파고의 유령 계좌, 부당한 수수료 및 불필요한 상품으로 고객들을 기만한 행위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버크셔는 이 은행의 상당한 지분을 가지고 있다. 질문자는 버핏이 1990년대 초 트레이딩 스캔들에 휩쓸렸던 살로먼 브라더스만큼 웰스 파고에 비판적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버크셔는 살로몬에도 상당한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이 질문에 버핏은 “문제를 발견하면,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하고, 웰스 파고에서도 그 지점에서 실수가 빚어졌고, 살로먼에서도 그랬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또한 웰스 파고의 고위 간부가 일부 은행의 부정행위를 다룬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초기 보도를 간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군가 그 기사를 무시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멍거는 지난 3월 웰스 파고 CEO에서 물러난 티모시 J. 슬로안을 어느 정도 지지하면서, “팀 슬로안이 아직 그 자리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버핏은 슬로안이 “피냐타”였다고 덧붙였다.
대형 은행의 통제에 대해
버크셔는 웰스 파고, 뱅크 오브 아메리카 및 J.P. 모건 등 여러 대형 은행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현재 규제 당국이 대형 은행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있느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버핏과 멍거는 규제가 불쾌할 수도 있지만, 필수적이라는데 동의했다. 그러면서 버크셔의 가장 큰 사업 중 하나인 보험 사업이 오랫동안 규제 대상이었다고 지적했다. “규제가 일반적으로 귀찮을 수 있지만, 수많은 사기꾼들이 보험에 들길 원치 않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멍거는 은행들이 예금 보험을 통해 암묵적인 정부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규제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 “돈에 대해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크래프트 하인즈에 대해
버핏과 멍거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브랜드 선호도가 어느 정도 떨어진 상황에서, 크래프트 하인즈의 장기적인 잠재력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냐는 질문을 받았다.
버핏은 질문에 직접적인 대답 대신, 코스트코의 커클랜드 시그니처 같은 소매 업체의 독자 브랜드와 크래프트 하인즈 같은 생산자 브랜드 간에는 끊임없는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면서, 일부 소매 업체, 특히 아마존, 월마트 및 코스트코가 “어느 정도 브랜드 파워를 얻어냈다.”라고 답했다.
버크셔는 브라질의 민간 투자 그룹 3G 캐피털과 손을 잡고 2013년 하인즈에 투자했고, 2015년 크래프트와 합병시켰다. 버크셔는 합병된 회사의 지분 27%를 보유하고 있다.
3G의 과감한 비용 절감 전략이 수익 감소로 나타나면서 지난해 크래프트 하인즈는 크게 비틀거렸다. 그 결과 버크셔의 2018년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크래프트 하인즈에 대한 비판 중 하나는 3G 캐피털이 움직이는 경영진이 변화하는 시장에 발맞춰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마케팅과 신제품 개발에 충분한 자금을 투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멍거는 “그들이 연구 조사를 중단한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면서 비판을 반박했다.
멍거는 올해 초 버핏이 버크셔와 3G가 크래프트에 너무 많은 돈을 지불했다고 말했음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버크셔는 크래프트 하인즈가 새로운 두통을 앓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버크셔의 1분기 실적에 크래프트 하인즈의 실적에 반영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크래프트 하인즈가 아직 증권 거래 위원회에 연간 재무 결과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크래프트 하인즈의 버크셔 지분은 지난해 말 140억 달러에서 106억 달러로 줄었다.
지난 2월 크래프트 하인즈는 증권 거래 위원회로부터 회계 문제 조사와 관련된 소환장을 받았다고 밝혔다.
버크셔와 3G의 향후 파트너 관계
버크셔가 3G 캐피털과 손을 잡고 2013년 하인즈 인수에 나선 후부터 양자의 관계는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따라서 크래프트 하인즈의 불행을 고려할 때, 버핏과 멍거에게 다시 양자의 관계에 대한 질문이 나온 것도 놀랄 일은 아니다.
버크셔 주주들은 3G의 경영 방식이 버크셔와 어울리는지 종종 의문을 제기해 왔다. 버핏은 버크셔가 인수한 기업들이 최대한 간섭 없이 경영될 수 있도록 허용해 왔고, 상당 규모의 구조조정도 요구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3G는 무자비할 정도의 비용 절감으로 악명이 높다.
하지만 버크셔가 앞으로도 3G와의 관계를 유지할 것이냐는 질문에 버핏은 “앞으로 어떤 거래에서든 불가능한 파트너는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버핏은 3G와 버크셔의 관계를 옹호해 왔다. 또한 버크셔와 마찬가지로 3G 역시 기업을 인수해 사업을 구축하는 것뿐만 아니라 보유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3G와 버크셔가 비용 절감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갖고 있지 않으며, 추구하는 거래의 종류가 차이 날 뿐이라고 주장했다. 버핏은 3G가 “많은 불필요한 비용을 제거할 기회가 있는” 기업들을 인수해 왔고, 버크셔는 대체로 비대한 기업에 대한 투자를 피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3G가 버크셔보다 부채를 동원해 기업을 인수하는 일을 더 잘하고, 기회다 싶으면 더 높은 가격을 부를 의지도 있으며, 어떤 경우에는 버크셔보다 더 나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턴어라운드가 필요한 기업을 인수하는 3G의 전략이 버크셔가 대규모 인수에 고전하고 있던 시기에 새로운 형식의 대형 거래를 제공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기술주에 대해
아마 가장 유명한 가치 투자자인 버핏은 오랫동안 이해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기술 기업에 대한 투자를 피해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그런 입장이 진화한 모습이다. 버핏은 금요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버크셔가 아마존에 주식을 사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버크셔는 또한 약 400억 달러 상당의 지분을 보유한 애플의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버크셔가 지난 10년 동안 거느리고 있는 두 명의 투자 매니저 토드 콤스와 테드 웨슬러 중 한 명이 기술주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버핏은 버크셔의 아마존과 애플 투자를 믿고 있지만, 누가 담당하고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버핏은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아마존에 일찍 투자하지 않은 이유를 질문받았다.
“사실은 처음부터 아마존을 지켜보고 있었고, 제프 베조스가 기적에 가까운 일을 해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내가 무언가 기적처럼 생각되는 곳에는 투자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멍거 역시 올해 주주총회에서 이 점을 재차 확인했지만, 버크셔가 초기에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의 주식을 사지 않기로 한 결정이 이제는 “우리를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나는 열렬한 자본주의자’
미국에서 사회주의에 대한 지지가 커지면서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한 주주는 평생 민주당 지지자였던 버핏이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버크셔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 알고 싶어 했다.
버핏은 이렇게 답했다:
“버크셔는 내 정치적 신념을 펼치는 곳이 아닙니다.”
이어서 이렇게 덧붙였다:
“나는 열렬한 자본주의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 점에서 내가 변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또한 자본주의는 규제가 수반된다고 생각합니다. 뒤처진 이들을 돌봐야 합니다.”
멍거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처럼 번영한 나라에서 우리 모두는 어느 정도의 정부 사회 안전망에 찬성합니다.”
버크셔의 자사주 매입에 대해
버핏에게 던져진 첫 번째 질문은 버크셔의 자사주 매입에 관한 것이었다.
버크셔가 1분기 동안 17억 달러의 자사주를 매입했지만, 주주들은 자사주를 더 매입하지 않은 이유를 알고 싶어 했다.
버핏은 직접적인 답변은 하지 않았지만, 버크셔의 자사주 매입에 대한 전반적인 견해를 밝혔다.
“우리는 버크셔의 내재가치를 보수적으로 추정해 주가가 그 아래에서 거래될 때 자사주 매입에 나설 것입니다. 언제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이 이전보다 더 나을지를 확인하려고 합니다.”
버핏은 버크셔의 자사주 매입을 크게 피해왔다.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대기업 인수 가격이 점점 높아졌고, 버크셔의 현금 보유고가 불어나면서, 자사주 매입 거부감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버크셔의 자사주 매입 요건이 완화된 후 2018년 후반기 6개월 동안 13억 달러 상당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버크셔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감세 조치로 1.5조 달러 상당의 현금이 추가로 생긴 미국 기업들이 2018년에만 8,060억 달러 상당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자사주 매입은 유통 주식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주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기업들은 주주들에게 자본을 환원하는 것보다 더 나은 일이 없다고 생각할 때 자사주 매입에 나서곤 한다.
자사주 매입 급증을 비판하는 이들은 기업이 그 돈을 사업 확장과 임금 인상에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향후 버크셔의 자사주 매입 활동은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멍거는 “우리가 자사주 매입에 좀 더 자유로워질 것으로 예상합니다.”라고 밝혔다.
버크셔의 현금 보유를 활용할 수 있는 한 가지 아이디어
한 질문자가 버크셔가 보유 중인 1,100억 달러가 넘는 현금을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면 어떻겠냐는 질문을 던졌다. 지난 10년 동안의 강세장에 그렇게 했다면 상당한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었을 것이다.
버핏은 앞으로도 타당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질문을 일축하지 않았다. 하지만 버크셔가 그냥 1,000억 달러가 넘는 현금을 가지고 있으면, 앞으로 큰 투자 기회가 나타날 때 더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사람들이 투자를 하지 않으려고 할 때, 투자 기회가 뭉텅이로 나타날 것입니다.”
테슬라의 보험 사업 성공 가능성
테슬라의 CEO 일런 머스크가 버크셔 주주총회 질문으로 다시 한 번 등장했다.
1년 전 한 주주가 “해자는 절름발이다”라는 머스크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1999년 버핏이 주창한 경제 원칙을 머스크가 비판한 것이다.
올해에는 머스크가 최근 밝힌 것처럼, 테슬라에서 보험 사업을 시작할 가능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너무 걱정하지 않는다는 짧게 답한 버핏은 자동차 회사가 보험 사업에 뛰어들어 성공할 가능성은 보험 회사가 자동차 사업에 뛰어들어 성공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버크셔의 문은 항상 열려있다.
이번 주 초 버크셔 해서웨이는 애너다코 페트롤륨 인수전에 뛰어든 옥시덴탈 페트롤륨을 지원했다.
거래 조건에 따르면, 버크셔는 연간 8%의 배당금이 지급되는 신규 우선주에 100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버핏은 주주들이 그런 거래를 더 기대한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이번 거래가 상당한 자금을 빠르게 조달하고 싶은 기업들에게 버크셔의 문은 항상 열려있다는 증거라면서,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거래를 위해 상당한 자금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금요일 오후 내게 전화를 걸어, 토요일 만날 약속을 잡고, 일요일 거래를 끝마칠 수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브렉시트에 대해
버핏은 브렉시트라고 부르는 영국의 유럽 연합 탈퇴 가능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영국에 대한 기업 투자를 줄이는 있는 모습이지만, 영국에서 빅딜 기회를 타진 중이라고 밝혔다.
“영국인이 아니지만, 탈퇴에 투표하는 것은 실수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긴 해도 영국에서 대규모 인수를 벌이고 싶은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멍거는 브렉시트가 “끔찍한 문제”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국인들을 언급하면서 “그들은 나와 같은 사람들입니다. 그들을 이해합니다.”라고 덧붙였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먹잇감?
‘버핏과 멍거가 떠나고 그들의 보유 주식이 나누어지고 나면, 버크셔가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먹잇감이 될까요?’ (버핏은 자신이 보유 중인 버크셔 주식 대부분을 점진적으로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이전 주주총회에서도 나왔던 질문이다. 버핏은 앞으로 버크셔 스스로가 증명해 낼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그는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라면서, 하지만 앞으로도 버크셔를 함께 유지해 나가는 편이 “훨씬 더 큰 장점이 될 것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멍거는 농담으로 자신이 떠나고 나서도 한참이 지나야 버크셔가 목표가 될 테니까 큰 걱정은 안 한다고 곁들였다.
찰리에게 한 표를
버핏은 88세이고 멍거는 95세인 점을 감안해, 버크셔 주주총회에서 매년 나오는 당연한 질문이 승계 문제였다.
올해 버핏은 이 문제를 재미있는 방식으로 다뤘다. “내가 18살이었다면, 찰리에게 투표했을 것.”과 “검증된 워런에게 한 표를”이란 구호가 적힌 배지를 만들었다.
그리고 멍거가 막후에서 은밀히 반란을 노리고 있다는 농담으로 총회를 시작했다.
버핏은 자신과 멍거와 더불어 아지트 자인과 그렉 아벨을 버크셔의 부회장 자리로 올리자는 논의가 있어왔다고 밝혔다.
버핏은 2018년 초 오랜 기간 버크셔의 경영에 참여했던 이 둘을 버크셔의 기업을 감독하는 부회장 자리로 승진시킨 바 있다.
장부상 수익 증가
워런 버핏은 2018년 투자 서한에서 새로운 회계 규정이 “버크셔의 순이익 수치를 심각하게 왜곡시킬 것이며, 논평가와 투자자를 오도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런 상황이 확실하게 나타났다. 토요일 아침, 버크셔는 회계 규정 변경으로 인해 1분기 수익이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새로운 규정에 따라 버크셔는 보유 중인 주식의 수익과 손실을 수익에 반영해야 한다.
버크셔의 1분기 수익은 전년 동기 11.4억 달러 순손실과 비교해 217억 달러로 증가했다. 지난 분기 수익 역시 거대한 주식 포트폴리오로 인해 151억 달러를 기록했다.
버핏은 주주들이 새로운 회계 규정을 감안해 보험 회사, 에너지 회사, 철도 및 제조업체를 포함해 버크셔 해서웨이의 다양한 계열 기업의 실적에 더 집중해서 봐달라고 부탁했다.
버크셔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한 56억 달러를 기록했다.
버크셔의 현금 더미 역시 계속 커지고 있다. 1분기 말 버크셔의 현금 보유고는 1,140억 달러고, 3년 전 480억 달러 수준에서 크게 증가했다.
버크셔의 현금 보유고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 한, 앞으로도 계속 현금 사용 계획에 대한 질문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자료 출처: The New York Times, “DealBook Special: Berkshire Hathaway Annual Mee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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