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자동차와 리튬, 그리고 남북 경제 협력

전기 자동차 시대는 생각보다 더 빨리 다가올 것으로 보입니다.

세계 도로를 굴러다니는 10억 대의 자동차 중 전기 자동차는 아직 2백만 대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이 수치는 곧 바뀌게 될 것입니다. 생산 비용이 줄고, 점점 더 많은 정부가 탄소 배출량 및 대기 오염 저감을 위해 전기 자동차 도입을 장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블룸버그의 보도에 따르면, 2040년이 되면, 전체 신차 판매량 중 54%가 전기 자동차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수백만 대의 새로운 전기 자동차가 원유 수요를 크게 줄어들게 할 것이고, 매일 8백만 배럴의 연료(휘발유 및 디젤)를 대체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전기 자동차가 생산하기 위한 필수 요소는 리튬 이온 배터리입니다.



블룸버그에서는 2020년대 후반이 되면 배터리 가격이 싸져서 전기 자동차 생산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핵심은 리튬입니다. 이 “백색 석유”는 세계에서 가장 수요가 많은 광물이 되고 있습니다.

리튬 채굴 업체 파워 메탈의 조나단 모어는 이를 “현 세대” 최고의 원자재 호항이라고 부릅니다. “전 세계적인 배터리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리튬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점점 더 많은 리튬 배터리가 전기 자동차에 필요할 것입니다. 실제로, 토탈 같은 메이저 원유 기업들은 2030년 전 세계적으로 2천 만대의 전기 자동차가 운행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2억 대의 휴대전화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서도 충분한 배터리가 필요할 것이비다. 그러기 위해서는 120만 톤의 리튬이 필요하며, 이는 현재 생산 수준의 6배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미래의 에너지는 원유와 천연가스가 아니라, 리튬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금은 카포칼립스(Carpocalypse)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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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자동차가 처음 생산되기 시작했을 때, 많은 회의론자들의 비웃음을 샀습니다. 전기 자동차 시장은 작았고, 고급차 시장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모든 것이 바뀌고 있습니다.

2018년 3월, 유럽에서는 40,000대가 넘는 전기 자동차가 판매되어, 작년 동기 대비 41%나 증가했습니다. 올해의 총 판매량은 2017년 대비 37%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볼보 같은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는 전기 자동차에 집중하고 있으며, 2025년 전체 자동차 판매량 중 50%를 전기 자동차 및 트럭에 할당할 계획입니다.

포르쉐는 2023년 50%를 전기 자동차로 바꿀 것이고, 제너럴 모터스와 도요타는 2025 년 연간 100만 대의 전기 자동차 판매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세계 전기 자동차 시장의 진짜 괴물은 중국입니다. 현재 운행 중인 전기 자동차 중 절반이 중국에서 달리고 있습니다. 중국은 향후 5-7년 동안에도 주요 전기 자동차 시장으로 남아 있을 것이고, 수요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전기 자동차 판매량은 2017년 120만 대에서 2018년 160만 대, 2019년 2백만 대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2025년까지 신차 판매량 중 15%를 전기 자동차가 되도록 정해놓고 있습니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의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전기 자동차가 내연 기관 자동차의 시장 점유율 50%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기 자동차 회의론자건, 테슬라의 광팬이던 상관없이, 전기 자동차가 기존 자동차 시장을 바꿔놓고 있으며, 모든 전기 자동차 배터리의 핵심 요소인 리튬의 수요를 크게 증가시키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백색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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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 이온 배터리가 없는 전기 자동차는 상상할 수 없습니다. 테슬라의 CEO 엘론 머스크가 네바다 사막에 매년 수천 개의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기가팩토리”를 세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전 세계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17년에 51억 달러였지만,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2024년이 되면 588억 달러 시장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배터리 생산 비용은 점점 더 싸지고 있지만, 리튬 공급을 얼마나 적절하게 확보하느냐가 관건입니다.

계속해서 새로운 리튬 광산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미국 온타리오주의 패터슨 레이크에는, 남미에서 생산되는 염수 리튬 화합물과는 전혀 다른, 암반 성상인 “페그마타이트 (pegmatite)”에 수천 톤의 리튬 스포듀민이 함유되어 있다고 합니다.

2020년이 되면, 남미, 호주 및 유럽의 새로운 리튬 생산과 더불어, 캐나다의 리튬 생산이 전 세계 리튬 수요를 충족하고 전기 자동차 생산을 촉진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2015년부터 전기 자동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리튬 가격이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배터리 제조업체들이 능력이 되는 데로 리튬을 사재기 시작하면서 가격을 이끌고 있습니다.

전기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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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 가격은 2018년에도 강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 2년 동안 두 배로 뛰었습니다. 또한 전 세계의 리튬 프로젝트에 자본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그 중 상당 부분이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국인 중국에서 나온 것입니다. 중국 기업들이 전기 자동차 배터리 성장에 필요한 리튬 공급량 확보에 나서면서, 자본이 남아메리카 리튬 광산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 투자 그룹은 리튬 X를 2억 6,500만 달러에 인수하면서, 남미 “리튬 삼각지” 중심에 위치한 이 회사의 아르헨티나 리튬 광산을 품에 안았습니다.

칠레와 아르헨티나는 세계 2위 및 3위 리튬 생산국이며, 아르헨티나의 리튬 생산량은 2019년 세 배(연간 15,000톤 이상)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중국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남미의 리튬 시장에 뛰어들자, 칠레 정부는 한 중국 업체에 자국내 주요 리튬 생산업체 인수 시도를 중단하라고 경고한 바도 있습니다.

북한의 희토류 매장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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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북한의 광물자원 가치는 약 3천조 원 규모이며, 체적 수치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니켈과 리튬, 코발트도 상당량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미국 중앙정보국 홈페이지에 공개된 과거 자료에 따르면, 북한에는 1950년대까지 약 13곳의 니켈 광산, 3곳의 코발트 광산이 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편, 2015년 3월 북한의 국가자원개발성 조사국은 희토류 금속 등 광물자원 매장량을 과시한 바 있습니다. 당시 북한 대외용 웹사이트 ‘조선의 오늘’ 기자와의 질의응답에서 북한 희토류 매장량이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수준”이라고 답했습니다.

이어 “몇년 전 호주의 세계적인 지질학자가 우리 공화국의 희토류 광물자원량이 2억1600만톤이라고 발표한 자료를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며 “2010년도 세계희토류소비량이 14만톤정도였다는데 비해볼 때 이것은 그야말로 대단한 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앞서 같은 해 1월 국제 사모펀드 ‘SRE 미네랄스’는 지난 4일 평안북도 정주에서 희토류를 개발하기 위해 북한의 ‘조선천연자원무역회사’와 합작투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아울러 호주 광물학자 루이스 슈어만은 “정주 희토류 매장량은 단일 세계 최대 규모로, 경제적 가치가 1조 달러로 평가된다”고 밝힌 바도 있습니다.

미국 하와이 동서문화센터 소속 스콧 브루스 연구원도 “풍부한 매장량을 자랑하는 북한 희토류는 이 시장에서 중국의 절대적인 우위를 흔들 수 있을 뿐 아니라 북한이 주요 희토류 수입국인 한국과 일본의 관계 개선에 이를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남북 경제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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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경제협력이 본격화 되면 우리나라 배터리 산업이 수혜를 입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에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과 니켈, 코발트가 많이 매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SDI와 LG화학은 장기 공급계약을 맺거나 직접 광물업체에 투자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원재료 확보에 힘을 쏟고 있지만,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중국이 공급망 장악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상황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남북 정상회담 뒤 본격적 추진이 논의되고 있는 북한 광물 협력사업은 가뭄에 단비같이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남북의 자원개발 협력사업은 노무현 정부에서 활발하게 진행됐지만 이후 관계가 악화하며 사실상 중단됐었습니다. 최근 정상회담 이후 관계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며 다시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지난해 말 북한 광물자원 개발포럼에서 “새로운 차원의 남북 경제협력을 위해 북한의 지하자원을 활용해야 한다”며, “북한 광산개발 노하우를 민간기업에 적극 공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에서 채굴되는 배터리 원재료를 공급받게 되면 수급망을 다변화해 공급 부족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게 되며, 수급 가격 측면에서도 해외에서 수입하는 것보다 유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 광물자원 개발사업의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포스코는 최근 삼성SDI와 LG화학을 고객사로 노려 전기차 배터리 소재사업을 적극 확대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 이후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소외되는 것을 우려해 한국을 대상으로 한 무역 제재조치를 완화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으로 꼽힌다. 중국은 최근 한국 단체관광 금지규제를 추가로 폐지하는 등 사드보복 조치를 점차 해제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진행 상황이 주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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