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논 램버그는 밀워키에서 북서쪽으로 2시간 떨어진 위스콘신주 워토마의 한 호텔 방에서 시체로 발견되었습니다. 사망 추정 시간은 8 내지 10시간 전이었습니다. 5일 전 월요일, 그는 다른 여느 때처럼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월요일은 램버그에게 엄청난 트라우마를 안겨준 날이었고,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들었습니다. 바로 1987년 10월 19일이었습니다.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짧게 설명하자면, 1987년 10월 19일은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가 22.6% 급락하면서 주식 시장 역사상 가장 큰 일간 하락폭을 보였던 “블랙 먼데이”였습니다. 다우지수는 18개월 전이었던 1986년 4월 7일 이래 최저 수준인 1,738포인트로 마감했고, 5천억 달러 상당의 시가총액이 증발했습니다. 하루 만에 일어났다고는 거의 믿을 수 없는 하락이었습니다.
시장 붕괴로 버논 램버그 개인도 50만 달러 이상의 손실을 입고 시름에 빠졌습니다. 하지만, 그를 망가뜨린 것은 금전적 손실이 아니라,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이었습니다. 램버그가 세상을 뜨고 며칠 후 그의 아들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아버지는 돈 때문에 스스로 생명을 끊은 것이 아닙니다. 그날의 수치심을 어찌할 줄 몰라서 였습니다.
블랙 먼데이의 충격으로 스스로 세상을 등진 이는 램버그만이 아니었습니다. 아서 케인(53세)은 메릴린치 마이애미 지점의 오랜 고객이었습니다. 시장 붕괴가 일어나고 일주일 후 그는 메릴린치 지사에 총격을 가했습니다. 직원 한 명이 사망했고, 또 한 명은 부상을 입었습니다. 그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러한 비극적 사건을 보고 있노라면 “금융 시장에서 트라우마의 원인은 무엇일까?”라는 한 가지 의문이 남습니다.
데이비드 J. 모리스의 책 “The Evil Hours: A Biography of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에서 그 답이 찾을 수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당사자가 무력감을 더 많이 느끼면 느낄수록, 트라우마를 겪을 가능성이 더 커진다. 오늘날까지 변함없는 사실이다.
램버그와 케인 모두 시장 붕괴로 자신이 어쩔 도리가 없었다는 무력감을 느낀건 마찬가지 였지만, 무력감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들었던 근본 원인은 아니었습니다. 실제, 많은 트레이더들은 블랙 먼데이 당시의 일을 서로 이야기하면서, 자신들 역시 그 역사적인 월요일 끝자락에서 무력감을 느꼈다고 토로합니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정상적인 사건과 트라우마를 일으키는 사건을 구분짓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모리스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트라우마를 겪느냐 마느냐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즉, 본질적으로 당사자의 주관적 경험에 따라 달라진다는 말이다. 달리 말해, 스스로 그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달려 있다.
트라우마를 겪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두 요소는 무력감과 상황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입니다. 램버그의 경우, 시장 붕괴로 엄청난 손실을 당한 것이 자기 책임이며, 자신은 패배자라고 생각한 반면, 케인은 메릴린치의 브로커 탓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시장 붕괴 당시를 떠올릴 때마다 그들의 기억 속에 트라우마가 존재했습니다. 모리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트라우마가 없는 정상적 기억은 자신의 이야기 안에 차곡차곡 쌓여간다. 어떤 의미에서 잘 길들여진 가축과 같아서, 쉽게 억누를 수 있고, 또 꺼낼 수 있다. 반대로, 트라우마를 일으키는 기억은 전혀 다르다. 야생의 개처럼 으르렁거리고, 날뛰며, 예측할 수 없다. 이는 정신분석 전문의들이 말하는 “트라우마는 시간의 구조를 파괴한다.”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금융 시장에서 트라우마를 겪게 되는 시간을 “악마의 시간”이라고 해도 무방할듯 싶습니다. 우리는 시장에서 경험한 충격적 사건 때문에 트라우마를 겪게 됩니다. 반복해서 비슷한 상황에서 당시 사건을 떠올리게 되면, 미래의 투자에도 영향을 미치기 마련입니다.
예를 들어, 2008년 이후 실시된 한 연구에 따르면, 투자 자문 종사자들 중 93%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와 일치하는 트라우마를 겪고 있으며, 그러면서 매수 후 보유 투자에 점점 회의적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금융 시장에서 트라우마를 얻은 후 계속해서 이를 떠올리는 시간이 “악마의 시간”일 뿐만 아니라, 실제 하락장에서도 “악마의 시간”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심각한 일간 급락과 급등은 비슷한 시기(즉, 시장 변동성이 큰 시기)에 일어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래 차트에서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일간 평균 상승률 및 하락률이 어떻게 변하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x축에 변동성을, y축에 일간 상승률/하락률을 넣으면 더 명확한 그림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차트에서 맨 오른쪽이 “악마의 시간” 입니다. 이 악마의 시간에 우리는 심리적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여기서 트라우마를 겪게 되면, 이 기억이 계속해서 우리를 괴롭히고, 점점 더 시장에서 멀어지게 만듭니다.
과장같이 들리겠지만, 2008년 이후 얼마나 많은 투자자들이 다시 시장으로 돌아 오지 않았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그들은 트라우마에 빠져 있기 때문에, 시장이 안전해 질때까지 여전히 관망하고 있습니다. 금융 시장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는 것은 평생을 둔 싸움이지만,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금융 시장의 트라우마에 대한 통계와 이야기들은 종종 과장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1929년 시장 붕괴 이후 월스트리트 투자자들이 투자 손실로 자살하는 사례가 급증했다는 소리를 들어봤을지 모르겠지만, 이런 이야기는 대부분 신화입니다. 실제, 금융 위기의 결과로 자살률이 증가했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금융 시장의 트라우마로 인해 극단적 행동을 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 아니라 예외적인 일입니다.
그렇다면 금융 시장의 트라우마로 불안, 회의 또는 불면증 증상이 나타날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시 상황에 대한 평가를 객관적으로 재정립해야 합니다. 시장에서 자신의 무력감을 없앨 수는 없지만(어쨌든 시장은 통제하지 못하므로), 당시 상황에 대한 생각은 바꿀 수 있습니다. 버논 램버그 같이 스스로 패배자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시장 변동성은 투자 과정의 일부이며, 시장 붕괴는 앞으로도 수시로 일어날 것이라는 식으로 마음을 다잡을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시장이란 바로 그런 곳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2008년 또는 2000년 또는 어떤 다른 상황 때문에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면, 기억하십시오. 삶은 지속되기 마련이며, 대부분의 시장은 하락 후 제자리로 돌아올 뿐만 아니라 계속 우상향하게 마련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이런 생각으로 악마의 시간이 버텨내길 바랍니다.
늘~~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출처: Of Dollars & Data, “The Evil Hou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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