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리라는 8월 16일 35% 하락해, 인플레이션뿐만 아니라, 부채가 많은 기업 및 은행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지난 한 주 동안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다른 신흥 시장 국가들과 터키와 관련된 유럽 은행들로까지 퍼져갔다. 하지만 전염 현상이 지금보다 더 확대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최근의 혼란의 영향과 터키의 근본적인 문제들이 있긴 하지만,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나 유럽 금융 위기가 전 세계로 번졌던 것 같이, 이번 터키 사태가 신흥 시장 붕괴로 이어질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터키의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거나, 일부 글로벌 투자자들이 신흥 시장에서 자금을 더 이상 빼내가지 않을 것이라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터키의 상황은 대부분 터키만의 문제 때문에 벌어진 것이며, 다른 신흥 시장에는 여전히 가치 있는 기회가 있다. 실제, 이번 투매 사태로 어떤 자산은 더 매력적인 진입 시점이 되었을 수 있다.
하지만 급변하는 시장에서 선택과 집중에 나설 좋은 때가 있었다면, 바로 지금이다.
터키 같은 국가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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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 시장 국가 한 곳이 문제에 빠지게 될 때, 소심한 투자자들은 다른 신흥 국가에도 비슷한 문제가 없는지 찾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터키 문제의 규모와 복잡성은 독특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중 하나로, 터키는 GDP 대비 53%에 달하는 외화 부채를 부담하고 있고, 개발도상국들 중 외화 부채 부담이 가장 큰 국가 중 하나다. 그리고 지난 10년 동안 선진국의 양적완화 조치와 기업의 은행 대출을 정부에서 보장하는 프로그램에 힘입어, 터키의 기업들도 엄청난 자금을 빌려왔다.
또한 터키의 2018년 1분기 경상 수지 적자는 7.1%로 신흥 시장 국가들 중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한편, 외화 보유고는 다가오는 부채 상환 금액 중 약 75%만 충당할 수 있을 만큼, 대다수의 신흥 시장 국가들보다 낮은 수준이다.
터키 경제 조직의 신뢰도는 물론, 정치 상황 또한 문제 해결과는 동떨어져 있다. 2018년 6월 재선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Recep Tayyip Erdogan) 대통령은 그동안 재정과 통화 문제 해결에 힘써온 각료들을 사임시키고, 대표적으로 사위를 재무 장관에 임명했다.
금리 인상에 적극 반대해 온 에르도안 대통령은 중앙은행의 독립성도 흔들었다. 터키 중앙은행은 2018년 7월, 전달 인플레이션이 15.4%로 4년 내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에도 금리를 기존 수준으로 계속 유지하기로 결정하면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투자자들과 여러 주요 터키 기업 협회들이 금리 인상을 통해 리라를 지켜야 한다고 요구하는 상황에서도, 중앙은행은 그 대신 보다 온건한 수단을 시행해 왔다.
마지막으로, 테러 혐의로 기소된 노스캐롤라이나의 목사를 놓고, 터키와 미국의 충돌이 있었다. 미국은 이 문제로 두 명의 터키 관리에게 제재를 가했고, 이후 양국은 서로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했다. 어느 쪽도 주장을 굽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터키 문제 해결을 위한 두 가지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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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에게는 위기를 즉시 종식시킬 수 있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하나는 상당한 규모의 금리 인상, 재정 긴축 및 신뢰할 수 있는 경제 조직 개편을 비롯한 중기적인 거시경제 계획을 발표하는 것이다. 아니면, 국제 통화 기금(IMF) 같은 기관에 지원 요청을 고려해 볼 수도 있는데, 이 경우에도 비슷한 경제 개혁이 필요할 것이다. (카타르가 150억 달러의 개발 기금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선택지 모두 외국 투자자들을 안심시킬 수 있겠지만, 재정 및 통화 긴축은 단기적으로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정치권이 받아들이기 곤란할 것이다. 아마도 상황이 더 악화되어야만, 정치권의 셈법이 바뀔 수 있을 것이다.
터키가 그냥 손 놓고 있는다면? 신흥 시장에서 자금을 빼내 달아날 기회일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신흥 시장이 매력적인 여러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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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세계에서, 선진국들 보다 신흥 시장 국가들의 성장이 더 빠르게 확대되고 있으며, 견실한 실적 성장을 이루고 있다. 터키의 문제는 제쳐두고, 신흥 시장 국가들의 외국 자본 의존도는 2013년보다 크게 낮아졌다.
또한 주가 수준으로 신흥 시장 국가들의 기회를 판단해 볼 수 있다. 신흥 시장 주식은 선진 시장 대비 25% 낮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국채 가격은 미국의 하이일드와 비슷하지만, 신용도는 더 높다. 실제, 최근의 투매 현상으로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 국가들의 국채에 좋은 기회가 생기기도 했다. 이 두 지역 모두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혜택을 볼 수 있다. 중미와 카리브해 지역에서도 기회가 생겨났다. 이들 지역은 미국의 무역 전쟁에 상대적으로 면역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일부 신흥 시장 통화 역시 매력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터키 자산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투매 현상이 계속되면 일부 터키 자산에도 기회가 생기겠지만, 기회의 대가를 연구조사가 필요하고, 밸류 트랩에 걸리지 않도록 잠재적 위험과 보상에 대해 신중한 고려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터키의 위험이 전염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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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위험이 다른 지역으로 전염될 가능성이 어느 정도 존재한다. 2016년, 2017년 및 2018년 1분기에 목격했던 것처럼, 투자자들이 공황에 빠지면, 신흥 시장 주식 및 채권에 유입되던 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갈 수도 있다.
G3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 축소, 달러 강세, 선진 시장 금리 인상 또는 이 세 가지 요소의 결합으로 인해 재정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세계에서, 투자자들이 가장 취약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국가들, 예를 들어, 경상수지 적자가 높은 국가들은 계속해서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유럽은 어떨까? 상당한 터키 자산을 보유 중인 몇몇 은행들의 주가가 급락한 바 있다. 하지만 그 정도 수준을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고 본다. 게다가 유럽 금융 시스템은 불과 몇 년 전보다 더 강해졌고 상호 연결성도 줄어들었다. 해당 은행의 부실 채권 수준이 상승하면 신용 대출 증가가 빠듯하게 둔화될 수 있지만, 이런 영향이 금융 부문을 통해 확산되거나, 전반적인 경제 성장을 저해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간단히 말해서, 투자자들이 투자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위험 균형을 맞춰야 할 시기는 맞지만, 터키의 이야기는 대부분 터키에만 국한되어 있다. 신흥 시장에는 계속 머무르면서 기회가 생길 때마다 선택적으로 비중을 추가해도 좋을 만큼, 여전히 좋은 일이 많이 생기고 있다.
<출처: Alliance Bernstein, “How Contagious Is Turk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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