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락으로 인한 경제/시장의 영향 및 전망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생산을 대폭 늘리겠다고 발표하자, 유가는 20% 이상 급락했다. 1991년 이후 최대 일간 하락폭이었다. 이런 움직임은 최근 몇 주 동안 상당히 하락한 유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OPEC의 감산에 조치에 러시아가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한 이후 나온 것이다.

러시아가 OPEC의 결정에 따르지 않기로 한 동기는 미국의 셰일 원유 업계에 타격을 주려는 목적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셰일 원유 생산이 수지 타산이 맞으려면 유가가 배럴 당 50~60달러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2017년 러시아 원유 1배럴 당 평균 생산원가는 17.20달러로 추정됐지만, 분명히 한계 생산원가는 훨씬 높을 것이고, 유가가 배럴당 40~45달러는 돼야 러시아도 수익성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1배럴당 생산 비용은 30달러 이하일 가능성이 크다.

역사적 맥락

이러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움직임이 전례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 1982년 2월부터 1985년 10월까지 이란-이라크 전쟁 동안, OPEC는 유가 하락을 막기 위해 공급을 통제하려고 노력했다(아래 차트의 회색 음영 지역 참조). 하지만 그 몇 년 동안 일부 OPEC 회원국들은 자국의 할당량보다 더 많은 원유를 비밀리에 생산하고 있었고, 1985년 10월 사우디아라비아가 그들에게 교훈을 심어주기로 결심하고 공급을 대폭 확대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유가는 급락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원유 생산 원가가 세계에서 가장 낮기 때문에, 저유가가 지속되더라도 다른 OPEC 회원국들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다. 그 결과 지금까지 OPEC 회원국들을 통제할 수 있었다. 이 같은 저유가로 몇 년 동안은 통제가 가능했지만, 사우디아라비아가 계속 일인자 자리에 있을 수는 없었고, 다른 국가들이 부상하기까지는 시간문제였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번에도 과거와 같은 방식을 펴려는 모습이다. 지난 주말의 발표로 유가는 러시아 원유 생산 업체들이 이윤을 내지 못할 낮은 수준까지 하락했다. 러시아는 서방의 경제제재로 인해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극심할 정도로 높기 때문에, 러시아 정부가 자국의 소득을 유지하고 동시에 미국 셰일 원유 생산 업체들에게 타격을 주기 위해 OPEC와의 합의에서 탈퇴하는 것이 그럴듯해 보였을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최근 행동으로 그런 계산은 극적으로 바뀌었고, 러시아가 되돌아오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하지만 얼마나 걸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며칠이나 몇 주 안에 일어날 수도 있고,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른다.

실질 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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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ilian, 2009).

경제에 미치는 영향

유가가 낮아지면 휘발유와 다른 소비재 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에 경제에 좋은 경향이 있다. 하지만, 알아야 할 것은 모든 유가 충격이 같은 원인으로 생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킬리안은 유가 충격을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있으며, 투자자들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점이다.

● 첫째가 공급 충격이다. 원유 생산의 예상치 못한 변화에 의해 유발된다. 예를 들어,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가 드론 공격 이후 압카이크 원유 처리 시설의 가동을 중단하자 하룻밤 사이에 세계 원유 생산량이 5% 감소했던 공급 차질은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러한 공급 차질은 사실상 단기적이며, 유가 급등으로 이어지긴 하지만, 경제나 금융 시장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향이 있다.

● 하지만 원유 수입업체들이 지속적인 공급 차질을 예상하고 원유 비축에 나설 경우, 원유 시장에만 존재하는 수요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것이 둘째다. 예를 들어 압카이크의 가동 중단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공급 차질이 빨리 회복될 수 없다는 우려가 일반적이 되었다면, 원유 소비자들은 원유를 비축하기 시작했을 것이고, 전 세계적인 원유 수요가 급증했을 수도 있었다. 마찬가지로 원유 수출 국가에서의 전쟁이나 공개적인 생산 제한(예를 들어, 1970년대 OPEC의 원유 금수 조치)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 이 역시 수요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원유 특이적 수요 충격은 세계 경제의 가장 큰 위험이다. 왜냐하면 여러 연구 결과에서도 나타났듯이, 그 결과는 유가 급등, 주식시장의 하락, 그리고 경제 성장 둔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원유 특이적 수요 충격은 오래 지속될 수 있고, 세계 경제와 금융 시장에 상당한 피해를 줄 수 있다.

● 마지막으로 종합 수요 충격으로, 일반적인 원유 수요 증가 또는 감소로 촉발된다. 이 충격은 본질상 글로벌 경기 사이클을 반영한다. 이 충격 역시 유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가장 좋은 충격이라고 할 수 있고, 투자자들은 이런 유가 상승을 경제 성장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이해하고, 그에 따라 주식 시장도 상승한다.

지금은 분명 공급 충격 상황이며, 따라서 오랜 기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완강하게 버틴다면, 현재의 공급 충격은 6개월 내지 12개월 동안 지속되고, 유가는 장기간 하락할 수 있다. 이 경우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유가 충격이 GDP 성장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을 살펴봐야 한다. 아래 표는 2000년 이후 유가 충격이 GDP에 미친 영향을 조사한 149개의 연구에서 도출한 것이다. 이 표는 유가 상승을 10%로 일반화한 것이므로, 20% 유가 하락이 GDP에 미칠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앞에 붙은 +/- 기호를 반대로 바꾸고, 수치에 2로 곱해야 한다.

현재의 유가 충격의 가장 유력한 결과로 단기적인 전망치를 본다면, 우리는 미국의 GDP 성장률에 0.2% 내지 0.4%, 영국의 경우 0.3% 내지 0.6%, 유로존의 경우 0.2% 내지 0.3%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코로나19가 GDP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탈리아의 봉쇄가 예상했던 것보다 경제에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될 유로존의 경우는 더 그렇다. 여기다 대중국 수출 의존도에 따른 독일 경제의 약세를 고려할 때, 저유가로 인한 경기 부양을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둔화가 압도해 버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영국과 미국의 경우 역시 저유가로 인한 긍정적 영향이 코로나19로 인한 부정적 영향에 의해 상쇄될 것으로 보인다.

10% 유가 하락이 GDP 성장률이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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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Oladosu et al. (2018). 주: ST = 1년 상승, MT = 1 내지 3년 상승, LT = 3년 이상 상승)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

일반적으로 공급 충격에 의한 유가 하락은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경향이 있다. 왜냐하면 공급 충격은 일반적으로 수요가 안정된 상황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는 코로나19가 그 배경인 상황에서, 잠재적인 수요 감소와 공급 증가를 목격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급 증가가 잠재적인 수요 감소보다 훨씬 더 큰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번 공급 충격이 시장 반응을 지배할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주식시장(에너지 부문 제외)에 도움이 되어야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유가 충격에 대한 주식시장의 반응이 예측할 수 없었다는 점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유가 충격에 대한 주식시장의 예측할 수 없는 반응이 최근 몇 년 동안 관심의 중심에 있었다. 레보레도와 우골리니의 연구(2016년)에서는 코폴라 접근법을 이용해 원유 시장이 주식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고, 그 결과 유가 충격이 클수록 주식 시장이 더 크게 반응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아래 차트는 선진국 주식시장 주간 수익률의 VaR(value at risk)을 보여준다. 푸른색 막대는 이들 주식시장 VaR의 절대적 상승 및 하락폭을 보여주고, 하늘색 막대는 유가 충격이 상위 5% 또는 하위 5% 수준이었을 경우 VaR의 상승 및 하락폭을 보여준다.

이 수치를 보면 주식시장은 좋은 소식보다 나쁜 소식에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1주일 동안 미국 주식시장의 VaR(Value at Risk)는 95%의 확률로 평균 -4.1%였다. 하지만 유가가 급락했을 경우, VaR는 -8.3%로 두 배 이상 하락폭이 컸다. 유가 급등에 대해서는 VaR가 3.6%에서 4.6%로 높아졌을 뿐이다.

유가 충격에 대한 주식시장의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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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Reboredo and Ugolini, 2016).

요약

코로나19와 이로 인해 현재 금융 시장에 야기된 공포를 고려할 때, 시장에 미칠 단기적 영향을 평가하기란 아주 어렵다. 하지만 이러한 단기적인 불확실성 이후를 본다면,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공급 충격은 사실상 단기적일 것이다. 러시아는 결국 OPEC 쿼터에 따라 감산 조치를 취할 것이며, 그 시점에서 유가는 지난주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다. 한편, 코로나19 가 선진국 경제 성장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저유가가 완화시켜주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주식시장의 경우,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다시 감산에 합의할 때까지 침체 상태에 있을 수 있는 에너지 주식을 제외하고는, 유가 충격으로 인한 하락은 단기에 그칠 것이다. 반면 유가 충격으로 가장 혜택을 입을 곳은 소비재 주식이며, 특히 자동차에서 항공사에 이르기까지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는 소비재 생산 업체들일 것이다.

자료 출처: Klement on Investing, “Assessing the oil sh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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