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투자 철학] 1. 투자 목적을 분명히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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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은 투자의 첫 번째 규칙은 “돈을 잃지 않는 것”이며, 두 번째 규칙은 “첫 번째 규칙을 절대 잊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나 역시 손실을 피하는 것이 모든 투자자들의 주된 투자 목표여야 한다고 믿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해서 투자자들이 어떤 손실 위험도 절대 감수해선 안 된다는 말은 아니다. 그보다 “돈을 잃지 말라”라는 말의 의미는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상당한 원금 손실이 날 정도의 위험을 오랜 기간 감수해서는 안 된다는 말다.​

손실을 입고 싶은 사람은 없겠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들과 투기자들의 행동을 보면 그렇지 않은 모습이다.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는 투기적 충동은 억누르기 어려울 만큼 강하고, 공짜 점심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은 떨쳐내기 어렵다.​

특히 다른 이들이 이미 공짜 점심을 먹고 있다고 느낄 때는 더욱 그렇다. 다른 이들이 탐욕스럽게 이득에 손을 뻗치고, 증권회사에서 따끈따끈한 “인기” 공모주에 대해 전화로 소개해대는 상황에서, 손실 가능성에만 집중하기란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손실을 피하는 것만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인 것은 분명하다.​

손실 회피 전략은 현재 시장의 지배적인 생각과는 사뭇 다르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주식에 투자해서가 아니라, 투자하지 않기 때문에 위험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사람들의 생각은 더 이어진다. 과거 주식 시장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채권이나 현금 등가물들 보다 좋은 성과를 올렸고, 이런 성과가 미래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이 반영된 것 중 하나가 인덱스 투자다. 그리고 대부분의 기관 투자자들이 항상 완전히 투자하고 있는 경향이 다른 하나다.​

물론 과거부터 주식은 채권과 현금보다 좋은 성과를 보였기 때문에 아주 틀린 생각은 아니다. 주식은 기업의 자본구조에서 채권보다 후순위이고, 채권처럼 약정된 이자를 지급하거나, 만기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주식은 본질적으로 채권보다 더 위험하다.​

예를 들어, 기업의 청산 과정에서, 주식 투자자는 기업의 모든 채무가 이행되고 남은 잔여액을 분배 받게 될 뿐이다. 따라서 투자자들이 보다 안전한 채권보다 주식에 투자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수익률이 더 높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했다.​

뒤에서 더 길게 논의하겠지만, 과거의 자료만으로는 해당 투자 대상의 실질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 측정할 수 없다. 실질 위험은 얼마를 주고 사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주식이 최고의 장기 수익률을 제공한다는 주장을 믿는 투자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만큼 주식에 더 돈을 쏟아부을 테고, 그러면 주가는 계속 상승해 더 이상 말처럼 높은 수익률을 가져다주지 못할 수준에 이르게 된다. 이렇게 더 높은 주가를 지불할수록, 자본 구조 상 주식의 위치에서 비롯된 손실 위험은 점점 더 커진다.​

위험 회피와 투자 성공은 양립할 수 없다는 것이 오늘날의 또 한 가지 일반적인 생각이다. 이 생각은 다시 더 큰 위험을 감수해야 만이 수익률을 얻을 수 있고, 장기적으로 투자의 성패는 위험을 회피해서가 아니라, 위험을 추구하고 참고 견뎌서만 얻어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나는 반대로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위험 회피라고 믿는다.

​여러분 수중에 1천 달러가 있다고 가정하고, 앞면이 나오면 두 배로 돌려주고, 뒷면이 나오면 꽝인 동전 던지기 도박이 있다면, 돈을 걸어볼 의향이 있을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그런 도박에 전 재산을 걸어 위험하게 만들 사람은 드물다. 그렇다면 수익과 손실이 30%로 비슷한 도박은 어떤가? 이 또한 많은 이들이 선뜻 나서기 힘들 것이다. 전 재산의 30%가 사라지면 삶이 그만큼 곤궁해질 테지만, 재산이 30% 늘었다고 해서 상대적으로 삶이 나아지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자자들 대부분은 손실 회피를 투자 철학의 초석으로 삼아야 한다.
탐욕스러운 단기 지향 투자자들은 손실 방지가 수학적으로 얼마나 타당한지 그 이유를 망각하고 있다. 비록 얼마 안 되는 수익률이라도 오랜 기간 동안 복리 효과를 누리게 되면, 엄청나지는 않을지 모르지만, 상당한 수익률로 돌아온다. 아래 표 1은 비교적 작은 수익률이라도 복리 효과를 통하면 어떻게 바뀌는지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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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표에서 알 수 있듯이, 소소한 수익률이라도 인내하면서 기다리는 것이 자산을 복리로 불리는데 가장 중요하다. 복리의 엄청난 효과에서 드러나듯이, 역으로 중간에 단 한 번의 큰 손실이라고 발생하면, 다시 회복하기가 아주 힘들게 되고, 말 그대로 오랜 기간 투자 성공으로 쌓아 놓은 모든 효과를 순식간에 파괴해 버릴 수 있다.

달리 말하자면, 투자자라면 변동성을 활용해 상당한 원금 손실 위험을 감수하면서, 때때로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것보다, 손실 위험을 제한하면서 양호한 수익을 지속적으로 올리는 편이 투자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지난 10년 동안 연평균 16%의 수익률을 올린 투자자가, 아마도 놀랍겠지만, 9년 동안 연평균 20%의 수익률을 올리다가, 10년째에 15%의 손실을 기록한 투자자보다 더 많은 돈을 벌게 될 것이다. 하지만 수익이 덜 나긴 했어도 두 번째 투자자가 더 매력을 끄는 세상이다.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어쨌든 두 번째 투자자는 10년 중 9년 동안 더 나은 수익률을 올렸고, 그런 분명히 뛰어난 수익률 때문에 자부심도 상당했을 것이다.

만일 두 투자자 모두가 전문 펀드 매니저였다면, 두 번째 투자자가 고객들에게 더 큰 행복을 가져다주었을 것이고(90%의 기간에서 더 잘했으므로), 더 성공적인 회사를 꾸려나갔을 것이다. 대부분의 기관 투자자들이 위험 회피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반복해서 얘기하지만 미래는 예측할 수 없다. 경기가 침체될지 성장할지(또는 그 정도가 얼마나 빠를지), 인플레율이 얼마가 될지, 금리와 주가가 오를지 아니면 내릴지 누구도 알지 못한다. 결국 손실 회피에 집중하는 투자자 만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살아남아 투자에 성공할 것이다.

물론 불운이 찾아오고, 실수도 저지를 것이다. 강물이 둑을 흘러넘치는 경우가 100년에 한두 번밖에 안 되더라고, 강변에 집을 갖고 있다면 보험에 가입해 매년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대공황이나 시장 붕괴가 100년에 한두 차례 밖에 얼어나지 않고, 미국 경제가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겪을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해도, 사려 깊고 길게 보는 투자자라면 금융 시장이 파탄날 수 있고, 또 난다는 생각으로 포트폴리오를 관리해야 한다.

예상할 수 없고 예기치 않은 역경에 대비해 보험료를 내는 것처럼, 투자자들도 필요하다면 어느 정도의 단기 수익은 기꺼이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

​손실 회피를 택한 것만으로는 아직 완전한 투자 전략을 이룬 것이 아니다. 이것만으로는 무엇을 사고팔지, 어떤 위험은 감수하고 어떤 위험은 감수하면 안 되는지 알 수 없다. 손실 회피 전략이라고 해서 포트폴리오의 전부 또는 절반을 미국 국채로 채우거나, 상당량의 금괴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보다는 세상은 예기치 않게, 그리고 때로는 극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고 있어야 한다는 입장에서 손실 회피에 접근해야 한다. 즉, 미래는 현재나 최근 과거와는 판이하게 다를 수 있다는 알아야 한다. 투자자라면 어떤 만일의 사태에도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

​많은 투자자들이 “몇% 수익률 달성” 같이 잘못된 투자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유감이지만, 목표를 세운다고 해서, 그런 수익률을 얻어지는 게 아니다. 실제 목표가 무엇이든 간에 이루지 못할 수 있다.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마련해야지, 연간 15% 수익률을 올리는 것이 목표다라고만 하면 안 된다. 얼마나 오래 또 열심히 일하건, 혹은 얼마를 벌고 싶건 간에, 그에 따라 투자 수익률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일반 노동자라면야 1시간 야근을 더하고 돈을 더 벌 수 있고, 품삯일을 하는 사람은 일을 많이 하면 할수록, 더 많은 돈을 번다. 하지만 투자자는 더 골똘히 생각하거나, 야근을 한다고 해서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아니다. 투자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수익이 찾아올 때까지, 원칙적이고 엄격한 접근 방식을 일관되게 따르는 것밖에 없다.

투자자가 투자 수익 만을 목표로 하다 보면, 손실 위험보다는 수익 가능성에만 초점을 맞추게 된다. 예를 들어, 투자자가 미리 투자 수익률 목표를 정해 놓았다고 하자. 운 좋게 저렴한 주식을 찾아내면, 이 목표치를 달성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목표치 달성을 위해 무리하게 위험한 주식에 손을 댈 수밖에 없다.

​또한 만일 금리가 6%인 단기 국채가 있다면, 보유해도 수익을 더 낼 게 별로 없을 수 있다. 금리 8%의 30년 만기 국채라면, 얼마 동안은 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 가격 상승으로 연간 15%의 수익률을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 국채를 만기까지 보유하면, 수익률은 결국 8%가 될 것이다.

주식에는 투자 등급 채권의 이자처럼 미리 약정으로 보장된 확실한 수치적 안전장치가 없다. 예를 들어, 주식에는 만기일이나 정해진 가격이 없다. 게다가, 주식의 가치는 결국 해당 기업의 실적에 달려 있지만, 주식 투자로 얼마나 수익을 올릴 수 있을지는 훨씬 더 모호하다.

특히, 주식을 갖고 있다고 해서, 해당 기업이 이자를 주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주식 투자에는 투자한 기업이 좋은 실적을 보이면, 시장이 그 실적을 주가에 반영할 것이고, 그러면 주가 상승으로 수익을 올린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그래서인지 투자자들은 미래의 주가를 예측해, 주식 투자 수익률을 예측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주가란 예측 가능한 모습으로 상승하지 않고, 시간에 따라 불규칙하게 변동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온갖 수익률 예측을 할 수 있고, 또 정당화시킬 수 있다. 그렇게 미래 주가의 예상치를 이리저리 굴려서 원하는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고 예상해 버린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주가 역시, 채권보다는 다소 느슨하긴 하지만, 해당 기업의 실적을 따라간다. 현재의 주가가 기업의 내재 가치보다 훨씬 높다면, 언젠간 결국 하락할 것이다. 지나치게 낙관적인 가정이 반영된 주가에 주식을 산 사람들은 손실을 입을 것이다.

대단히 합리적이더라도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것보다, 위험을 목표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거의 무위험 자산이 근접한 것이 미국 재무부 단기 국채다. 이 국채의 금리가 무위험 금리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투자자가 언제라도 투자 자금을 이 단기 국채로 돌려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는다. 때문에, 단기 국채보다 더 위험이 큰 곳에 투자하려거든, 이보다 상당히 높은 수익률이 확실히 보장되는 경우 말고는 해서는 안된다.

그렇다고 단기 국채에 주력하라는 말은 아니다. 반대로 더 훌륭한 대안이 있다면 당연히 그곳에 완전히 투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대안에 어느 정도 위험이 수반되어 있을 것이므로, 그 위험을 완전히 보상하고 남을 만큼의 수익률이 보장되는 경우에만 대안을 찾아야 한다.

대부분의 투자 방법은 손실 회피나, 투자 대상의 수익률 대비 실질 위험 평가에는 관심이 없다. 내가 아는 유일한 투자 방법은 가치 투자뿐이다.

​자료 출처: 세스 클라만의 안전마진 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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