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을 제로섬 게임으로 치부하는 정치인들도 있습니다. 한 국가가 무역으로 이익을 본다면, 반드시 상대 국가는 손해를 본다는 식입니다. 그렇다면, 두 국가 모두가 무역으로 이익을 볼 수는 없을까요?
그럴 수 있습니다. 그 이유를 설명해 보겠습니다.
아주 단순한 두 국가의 사례를 들어 보겠습니다. 두 국가은 균형잡힌 식품에 들어가는 두 가지 중요 작물을 생산합니다. 바로 콩과 옥수수 입니다.
두 국가 중 하나는 콩 왕국입니다. 콩 왕국의 환경은 콩을 재배하기에 안성맞춤입니다. 콩 재배에 맞는 토양과 농기구도 잘 갖춰져 있고, 주민들은 콩 수확량을 최대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잘 알고 있습니다. 100명이 콩 농장에서 일하면, 하루 60자루의 콩을 수확할 수 있습니다.
콩 왕국 주민들은 옥수수도 재배할 수 있지만, 익숙하지는 않습니다. 100명이 옥수수 농장에서 일하면, 하루 수확 가능한 옥수수는 40자루 밖에 안됩니다.
옥수수 왕국은 반대입니다. 여러가지 이유로(토양의 질, 농기구, 농업 기술 및 옥수수에 대한 사랑), 100명이 옥수수 농장에서 일하면, 하루 60자루의 옥수수를 수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콩을 재배하면 같은 노동력으로 하루 수확량은 40자루 밖에 안됩니다.
여기까지 보면, 콩 왕국 주민들은 콩을 더 잘 재배하고, 옥수수 왕국 주민들은 옥수수를 더 잘 재배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이 두 국가는 섬으로 동떨어져 있고, 서로 무역은 하지 않는다고 해 봅시다. 두 국가는 옥수수와 콩을 모두 충분히 확보해야, 균형 잡힌 식품인 소일런트를 만들 수 있습니다. 소일런트는 옥수수와 콩을 1:1로 섞어 만든 식품입니다.
콩 왕국 주민 100명은 옥수수와 콩의 수확량을 최적화하기 위해, 이제 60명은 옥수수를 재배해 하루 24자루의 옥수수를 수확하고, 40명은 콩을 재배해 하루 24자루의 콩을 수확합니다.
이를 통해 하루 24자루의 소일런트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콩 왕국 주민들에게는 이렇게 많은 소일런트가 필요없지만, 어쨌든 소일런트의 생산을 극대화할 수 있는 완벽한 조합입니다.
옥수수 왕국도 마찬가지로 24자루의 소일런트를 생산할 수 있지만, 상황은 그 반대입니다. 60명이 콩을 재배하고, 40명은 옥수수 재배해, 하루 24자루의 소일런트를 생산합니다.
따라서 두 섬 국가 모두 소일런트 생산량은 갖고, 총 생산량은 48자루입니다.
만일 이 두 국가가 무역을 하면 어떻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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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 두 국가 간에 서로 무역을 하기로 했습니다. 상황은 크게 바뀌고, 더 좋아질 것입니다. 콩 왕국 주민들은 전부 콩 재배에만 전념해, 하루 60자루의 콩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옥수수 왕국 역시 옥수수만 재배해, 하루 60자루의 옥수수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두 국가가 1:1로 옥수수와 콩을 교환하면, 30자루의 소일런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총 소일런트 생산량은 48자루에서 60자루로 늘었습니다. 생산성이 25%나 증가한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이 두 국가는 자체적으로 소일런트 30자루를 생산할 능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무역을 통해 새로운 부가 가치를 창출한 것입니다.
따라서 이제 두 국가의 주민 20%가 은퇴를 해도, 무역을 통해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아니면 전체 주민이 6시간 30분만 일해도 이전과 동일한 삶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아니면 하루 7시간만 일해도 전보다 더 많은 소일런트를 가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모두가 윈-윈인 시나리오입니다.
(실제 세계에서는 무역 자체(운송 및 물류)에도 자원이 들어가므로, 25%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겠지만, 무역으로 이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무역은 계속 진행될 것입니다.)
무역은 왜 도움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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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핵심은 무역이 왜 이 두 국가에 도움이 되는가 입니다. 무역을 하기 전 두 국가의 경제 전략을 되돌아 보죠. 주민 중 60%가 익숙하지 않은 일에 종사했던 아주 비효율적인 경제였습니다. 하지만 무역을 통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비교 우위라고 부르는 경제학의 중요한 원리입니다. 거의 모든 상황에서 이 두 국가는 비교 우위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무역의 이점을 누릴 수 있습니다. 비교 우위가 있다고 해서 해당 품목을 생산할 때 더 생산성이 높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비례적으로 봤을 때 더 낫다는 의미입니다.
옥수수 왕국이 거의 아무것도 생산할 수 없는 사막의 섬이라 하더라도(즉, 콩 왕국은 하루 콩 60자루와 옥수수 40자루를 수확하는 반면, 옥수수 왕국은 하루 콩 4자루 또는 옥수수 6자루 밖에 수확할 수 없더라도), 무역을 통해 더 나아질 수 있습니다.
옥수수 왕국은 옥수수 재배에만 집중하고(하루 6자루), 콩 왕국 주민들 중 46%는 콩을 재배하고(하루 27.6자루), 54%는 옥수수를 재배하면(하루 21.6자루), 하루 27.6자루의 소일런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두 국가 각각이 생산할 경우(2.4 + 24 = 26.4자루)보다 1.05%의 생산성 향상을 이룰 수 있습니다(현재 세계 경제가 약 100조 달러 상당임을 감안할 때, 약 1조 달러 이상의 부가 가치가 생기는 셈입니다).
이 두 국가에서 무역이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는 콩과 옥수수가 전혀 교환 가치가 없거나, 두 국가 모두 옥수수와 콩 재배에 익숙한 상황뿐입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극히 희박합니다.
무역이 좋지 않을 때는 언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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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무역이 항상 좋기만 한 것일까요? 항상 그렇지는 않습니다.
옥수수 왕국이 무역 상대국인 콩 왕국의 정치 또는 경제 위기 같은 문제에 미리 준비하고 싶어할 경우가 있습니다.
더 부정적인 상황이라면, 콩 왕국이 콩 수출에 보조금을 지급해, 옥수수 왕국 시장에 콩을 덤핑하게 함으로써 옥수수 왕국으로 하여금 계속해서 콩 왕국 산 콩의 의존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를 통해 콩 왕국은 콩 시장을 독과점할 수 있게 되어, 마음대로 콩 가격을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옥수수 왕국은 일정 수준 콩 재배 규모를 유지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일 것입니다. 옥수수 왕국으로서는 식량 안보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자국 콩 시장에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콩 수입에 쿼터 적용 또는 관세 부과를 통해서도 이를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유엔에서는 이와 같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국가의 무역 장벽 설치를 용인하고 있습니다.
무역 장벽이 좋지 않을 때는 언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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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쁜 의도의 무역 장벽도 있습니다. 옥수수 왕국의 콩 재배 주민들이 자국에서 소비되는 콩 대부분이 콩 왕국 산이라는 점에 불만을 표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이것을 국가 안보에 위협이며, 자국 콩 산업에서 잃자리를 빼앗아 가는 것이는 등의 이의를 제기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합리적인 안보 대비책을 넘어 옥수수 왕국 정부가 자국 콩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콩 왕국 산 콩에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는 건전한 경제 정책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비교 우위에 있지 않은 산업에 일자리를 더 늘린다고 해서 국가에 좋은 일은 아닙니다.게다가, 경제가 잘 운영되는 국가라면, 소득 재분배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적게 일하면서도 같거나 더 나은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늘~~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출처: Sid Wroblewski, “Is trade a good thing? Here’s a simple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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