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지, 최초의 세계 언어

이모지(Emoji)는 귀엽다.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않는 10대들의 전유물인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단순한 이모지는 모양, 기능, 역사 그리고 미래 등 보면 볼수록 훨씬 많은 것이 담겨있다.

이모티콘 vs. 이모지



<이모티콘? 이모지?>

이모지, 스마일리, 이모티콘 이란 용어가 종종 혼용되곤 한다. 하지만 의미가 아주 다르다.

웃는 얼굴을 표현한 아래 그림은 이모티콘이다. 이모티콘이란 서로 다른 활자를 조합해 만든 그림 문자다.


:-)

이모티콘은 사용자의 상상력과 제한된 활자 안에서만 만들 수 있다. 이모티콘의 조합은 아주 간단한 것(1982년 학내 게시판에서 스콧 펠만이 처음 사용한 것처럼)에서부터 일본의 카오모지(kaomoji) 같이 복잡하고 장식적인 것(얼굴을 의미하는 ‘카오’와 문자를 의미하는 ‘모지’를 결합한 표정 이모티콘이라는 의미)까지 다양하다.



<이모티콘은 키보드에 있는 문자를 간단하게 조합한 것에서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특수문자를 조합한 것까지 다양하다.>

반대로, 이모지는 유니코드를 기반으로 미리 정한 기호 문자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웃는 얼굴의 경우, :-) 이 이모티콘이라면, 이모지 버전은 😀 이다.

21세기형 다중 상형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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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티콘이나 이모지를 사용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분명한 이유는 문자 자체로는 얻어낼 수 없는 표현과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다.

펠만은 한정된 문자에 의존하는 현대의 여러 대화 방식에서 이런 시각적 표현 방식이 “아마도 더 경제적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SMS는 160자로 제한되어 있다. 하지만 이따금 메시지에 의미를 강조하거나, 긴 문장 대신 약자 또는 그림 문자를 사용하고 싶은 경우가 있다. 물론 스마트폰 데이터를 아낄 수 있는 부차적인 이익도 있다.

결국, 사람들은 문자 자체가 지닌 의미에 이모지와 이모티콘으로 그 의미를 강조하는 방식을 떠올리게 되었다. 따라서 특정한 그림 문자가 21세기형 다중 상형문자가 되었다.



<쿠리타 시게타카가 1999년 만든 최초의 이모지 문자 조합>

이 이모지 문자는 1999년 일본 이동통신사 NTT 도코모의 i-모드 플랫폼(세계 최초의 인터넷 모바일 서비스)에 사용할 수 있게 개발되었다.

쿠리타가 이모지를 만든 의도는 “모든 인간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었다. 그는 다양한 사람, 장소 및 사물을 망라하는 12×12픽셀 크기의 그림 이모지 176개를 디자인했다.

그렇다면 그는 왜 이런 도전을 한 것이었을까?

인간 모든 감정을 포현 하고픈 열망은 문학 작품이나 음악 작품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우리가 PC나 스마트폰으로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경우, 여러 면에서 감정 표현이 제한된다. 사용하는 기술에 따른 제한(트위터나 SMS 같은 서비스에 있는 길이 제한), 한 번에 사용할 수 있는 양에 따른 제한(문자를 통한 대화는 짧아질 수밖에 없고, 임시적임), 그리고 입으로 말하지 않는 것에 따른 제한(바디 랭귀지나 억양을 통해 표현은 비트나 바이트로 표현이 불가능함)이 바로 그렇다.

단순한 말 이상의 언어를 만들고 싶어 한 인류의 열망은 최근의 일은 아니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현실적으로 가능하게 되었다.

그림으로서의 고대 문자



<페니키아에서 소를 표현한 상형문자가 A라는 문자로 발전했고, 다시 소 그림으로 돌아왔다.>

동굴 벽화에서부터 지금의 문자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지난 수천 년 동안 대화 방식을 흔적으로 남겨오고 있다. 고대에는 자신의 생각, 정보 또는 의미를 후대에 전하기 위해 흔적을 남길 필요가 있었다고 하지만, 믿을 수 없을 만큼 현대적인 방식이었다.

처음 인간은 표의 문자와 상형 문자를 사용했으며, 이것이 하나의 소리를 표현하는 문자와 표식으로 발전했다. 이모지가 등장하면서, 인간은 다시 문자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시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현재 사용 중인 10개의 인기 앱 중 6개가 메신저 앱이며, 모바일 및 웹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문자 대화에서 긴 문장을 이모지로 대신하는 모습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기술을 통해 더 개방적이고 더 쉽게 서로 연결할 수 있게 되었으면서, 서로를 바르게 이해하기가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 이모지는 서로의 연결을 완성시키고, 공간, 시간, 문체 그리고 언어 자체의 한계를 메꿔주는 수단이 되었다. 예를 들어, 글로벌 랭귀지 모니터에 따르면, 2014년 가장 인기 있던 단어는 글자가 아니라 바로 ❤️(심장을 의미하는 이모지)였다고 한다.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서 선정한 2015년 올해의 단어도 글자가 아니라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얼굴을 의미하는 이모지)였다. 이 사전의 대표 캐스퍼 그래톨은 이 이모지를 선정한 이유로 “문자 대화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글자가 아니라 이모지 문화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옥스퍼드 영어 사전이 언론의 관심을 받으려고 이모지를 선정한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모지는 현대 문화에서 우리의 소통 모습을 가장 정확하게 반영한다.

문화적, 시각적으로 발전하는 언어



유감스럽게도, 온갖 형태의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에 제한과 검열이 뒤따르고 있다. 이미 이모지에도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2015년 인스타그램은 사용자들이 이모지를 태그와 검색에 사용할 수 있게 했지만, 가지 이모지인 🍆의 검색은 즉시 중단시켰다. 가지가 페니스를 의미하는 곳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의 조치가 순수했었는지는 의문이다. 총, 칼, 마약, 해골, 폭탄 및 담배를 의미하는 🔫🔪💊💀💣🚬 이모지는 여전히 사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모지 문화를 널리 퍼뜨린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바로 애플이 아이폰의 iOS 5에 이모지 키보드를 추가했을 때였다. 원래 일본 시장용으로만 제작된 것이었지만, 다른 나라 사용자들도 OS를 우회하면 키보드를 추가할 수 있음이 알려지자, 애플은 공식적으로 모든 아이폰에 이를 추가했다.

이모지의 인기는 태어난 곳 일본에서의 원래 의미를 전 세계에서 보편적으로 이해되고 있다. 아니면 적어도 문자 대화 쌍방의 생각을 개략적으로 더 쉽게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위 그림은 하이파이브를 의미할까요? 아니면 기도하는 모습을 의미할까요? 원래 의미는 후자였다. 하지만 최근 나온 유니코드에서는 “손을 잡은 모습”으로 업데이트되었다. 디자인 자체도 이에 맞춰 바뀌었으며, 후광을 없애고, 두 손을 더 밀착시켰다. 하지만 맥락적인 면에서 여러 의미로 사용될 수도 있다. 사상과 언어의 표현 수단으로서 이모지의 아름다운 면 중 하나다.

이모지의 폭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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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에서 이모지가 폭증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이런 표의 문자 및 기호가 더 널리 퍼지고 이해되면서, 주류 문화를 바꾸고, 동화시키고, 재구성하고 있다.

어떤 이모지가 어디에서 나온 것인 확인하기 어렵다면, 여러 플랫폼의 이모지 용어집인 이모지피디아(Emojipedia)에 들어가면 된다. 또한 “Emojitracker.com”은 트위터에서 사용되는 이모지의 형태와 숫자를 실시간 알려준다. 이모지날리시스(Emojinalysis)에서는 사용자가 최근 사용한 이모지를 전송하면, 분석가들이 이를 분석해 생활에서 잘못된 점을 말해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또한 이모지는 타이포그래피 문자로 진화하고 있다. 때론 영화 줄거리와 노래 가사를 따라 화면에 이모지를 나타내 보이기도 한다. 앞으로의 도전은 더 길고 복잡한 주제, 생각 및 단어들을 이모지 조합으로 대체해 읽을 수 있는 문장으로 만드는 것이다.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Moby Dick)이 (크라우드 소싱을 통해) 이모지로 재탄생된 바 있다. 이모지 딕(Emoji Dick) 🐳 의 인쇄 및 제작 또한 크라우드 펀딩으로 진행되었다. 이러한 노력에 박수를 보냈지만, 모비딕에서 멜빌이 쓴 첫 문장 ‘(Call me Ishmael; 내 이름을 이스마엘이라고 해두자)’를 더 이상 어떻게 짧게 만든단 말인가? 이 책은 2013년 미 의회 도서관에 등록되었다.



<이모지로 나타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2015년 연두 교서>

장문의 글을 이모지로 바꿔 보려는 시도 중 하나가 위에 있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2015년 연두 교서의 첫 문장을 이모지로 바꾼 것이다. 보기에는 재미있지만, 이해하기는 어렵다. 이모지 세상에는 “어휘”라는 것이 없기 때문에, 이모지마다 여러 가지 의미로 사용될 수 있고, 여러 이모지를 하나로 합해도 문장이 되지 않는 인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렇다면 이모지가 앞으로도 계속 사용되고 발전할 수 있을까?

현재 시간과 공간에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 문장에서 간간이 짧지만 의미를 강조하고 싶을 때 이모지가 가장 훌륭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대통령 연설문처럼 중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글에서는 이모지가 할 수 있는 역할은 거의 없다.

이모지 IRL 💃 🏢



예술가들도 이모지를 사용하고 있다. 뉴욕의 이모지 아트 페어(Emoji Art Fair)는 인쇄물, 텍스타일 및 체험형 전시를 통해 이모지가 대중문화에 어떻게 확산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위의 리즈 넬슨의 작품 “Emoji IRL(실생활의 이모지)”이 대표적이다.

보다 최근, 아트 바젤 (Art Basel)에서도 이모지가 작품으로 전시된 바 있고, 하고 뉴욕의 현대 미술관(Museum of Modern Art) 컬렉션에 원본 이모티콘 디자인이 추가되었다. 아래 사진처럼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인근의 바도르스트에 있는 한 건물 외관이 이모지로 장식되어 있기도 하다.



실생활에 이모지가 적용되는 경우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단순한 반짝 인기가 아니라,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생각의 일부가 된 것처럼 보인다. 앞으로 최소한 수십 년 동안은 이 네덜란드 건물 옆에 이모지가 살아남아 있을 것이다.

타이포그래피 문자로서 이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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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관심 분야 중 하나가 표준화다. 이모지는 유니코드 기반이기 때문에, 시스템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따뜻하고 친절한 금빛 심장 모습이 안드로이드 OS 사용자에게는 더럽고 털이 많은 심장으로 나타날 수 있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모두 자사 플랫폼의 이모지가 타사 플랫폼에서는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이 문제를 유니코드 컨소시엄의 전체 회원 투표를 통해 해결하려 하고 있다. 이모지는 대형 사업이다. IT 업체들은 이모지가 사용자를 끌어들이고 유지하는데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에서 서로 각기 다르게 나타나는 이모지>

하지만 이모지가 원래와는 다른 뜻으로 전달되면 재미로만 그치지 않는다. 이모지를 타이포그래피 문자로 본다면, 각각에 대한 표준이 있어야 한다. 서체가 어떻든 소문자 “a”는 소문자 “a”여야 한다. 수천 년에 걸쳐 이해와 인쇄가 쉽게 다듬어져 온 것이다.

하지만 각 주요 플랫폼마다 유니코드 문자 표준 방식에 뚜렷한 차이가 있다. 이모지가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같은 이모지를 다른 형태로 사용해서 별도의 의미의 부여할 수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최근 애플은 “eye in speech bubble(말풍선 속의 눈)”이라는 이모지를 만들어, 이 이모지가 애플이 개발 중인 새로운 앱이나 메신저 시스템의 로고가 아니냐는 궁금증을 불러일으렸다. 하지만 애플이 “I Am A Watitness(내가 목격자다.)”라는 왕따 방지 운동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이모지인 것으로 밝혀졌다.



기존 눈 모양의 이모지와 말풍선 이모지를 합성한 이 이모지는 공식 유니코드 승인 절차를 거쳐 새롭고 독특한 이모지로 태어난 것이다. 2015년 공식적으로 유니코드 표준 이모지 2.0에 추가되었으며, 다른 OS에서 사용할 수 있다.



디자이너, 타이포그래퍼 등이 이 새로운 의사소통 기술, 표현 방법 및 수단을 받아들이는 최전선에 서 있다. 유니코드의 지속적인 발전이 이모지의 보급 및 사용 증가에 필수적이다. 유니코드 8에는 1,620개의 이모티콘이 올라있다. 이모티콘에 대한 지속된 관심 중 하나가 오픈 포럼을 통해 이모지를 서서히 계속 발표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이모지 세계가 “유행”을 지속할 수 있고, 진부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지금 우리가 서체를 비교하는 것처럼, 앞으로는 이모지의 다양한 표시 방식을 비교하게 될 것이다. 또한 다양한 크기의 이모지도 나오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종이 신문의 제목에 사용할 수 있는 큰 이모지 같이 말이다.

이모지는 포스트 디지털 문화와 타이포그래피가 발전하고 있다는 표시이며, 최초로 진정한 세계 언어가 되고 있다. 우린 참 매력적인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다.

✌😘️

<출처: Marcus Awan, “Emoji: The World’s First Global Langu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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