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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이 하락장에서 꿋꿋이 손실을 견뎌내려고 해도, 어디에 살고, 또 누구를 주로 만나는가에 따라 그 의지가 달라질 수 있다.
인정해야 할 일이다.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가 800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고 하면 엄청나 보이지만, 단 3% 하락에 불과한 수준이다. 어쨌든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특히 이번 주처럼, 장 중에 두 번이나 연속해서 그런 상황이 빚어질 때는 더 그렇다.
투자자라면 이런 상황에서 뭔가 조치를 취해야 된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아니면 적어도 친구와 얘기를 나눠보든가.
여기서 들려줄 이야기가 하나 있다.
만나본 투자자들 가장 기이한 이들 중 하나가 윌리엄 “잭” 허스트란 인물이다. 허스트는 2014년 세상을 떠났는데, 격동하는 시장을 대가의 경지로 차분하게 다룰 줄 알던 사람이었다. 2005년 만났을 당시, 허스트는 근위축성 측삭 경색증 이란 병으로 거의 완전 마비 상태에 있었다. 얼굴 근육 몇 개만 움직일 수 있을 지경이었다.
허스트는 거의 무한한 신체적, 심리적 인내심을 갖고 있었다. 뇌에 연결된 컴퓨터 시스템을 만들어 놓고, 얼굴 근육을 씰룩거려 이 시스템 움직였다. 허스트는 1999년과 2000년에 일어난 인터넷 주식 광풍 시대의 군중 심리에 영향을 받지 않고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모니터링했다. 그리고 기술주 거품이 붕괴된 후 닷컴 주식 몇 종목을 헐값에 사들였다.
허스트가 주식 매매에 나서는 경우는 일 년에 몇 차례뿐이었다. 매매에 나설 때면, 시장 정서와 반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려고 꾸준히 노력했다.
허스트는 거의 항상 집에 틀어박혀서, 친한 친구와 가족들만 만났다. 온라인 투자 카페 같은 곳은 멀리했다. 텔레비전에 금융 프로그램이 나오면, 음소거 상태로 시청했기 때문에, 단기 상황을 전하는 뉴스에 흔들려 매매에 나서는 경우는 절대 없었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가 허스트를 모범으로 삼아야 할 이유는 뭘까?
많은 연구 결과에서, 하락장에서 손실을 견디려는 투자자들의 의지는 주로 어디에 사는지, 그리고 누구를 자주 만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어떤 투자자라도 외딴 존재일 수는 없다.
이에 대한 가장 최근의 증거는 리스칼리이즈(Riskalyze)가 지난 금요일 발표한 데이터에 담겨있다. 이 회사는 투자 자문업체를 이용하는 투자자들의 위험 감수 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이 회사는 약 22,000곳의 투자 자문업체의 고객 458,000명 이상의 응답을 통해 이들의 위험 감수 의지를 분석한 다음, 지역별 패턴을 살펴봤다. 그리고 투자자들의 위험 감수 의지를 최저 20점에서 최대 90점으로 평가했다.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뉴욕에 거주하는 이들이 85점으로 거의 최고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1등은 네브래스카로, 90점 만점을 받아 위험 감수 의지가 가장 높았다. 알래스카, 노스다코타, 메릴랜드에 거주하는 이들도 크게 뒤지지 않았다.
뉴저지, 플로리다, 뉴멕시코, 아칸소, 웨스트버지니아에 거주하는 이들이 37점 아래로 점수표 하단을 차지했다. 점수가 가장 낮은 지역은 버몬트였는데, 조사에 참여한 투자자가 200인 이하로 표본 수가 너무 적은 관계로 유의미하게 처리할 수 없었다.
이런 지역별 위험 감수 의지의 차이가 말해주는 것은 투자자들의 위험 감수 의지는 이웃에 따라 달라지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즉, 주변의 위험 감수 의지가 강할수록, 그에 따라 투자자들의 위험 감수 의지도 강해지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는 의미다.
리스칼라이즈의 CEO 애런 클라인은 이렇게 말한다.
이번 결과는 감정 전염이 어느 정도 현실화될 수 있는지 잘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우리가 친구, 가족, 이웃 및 동료들이 생각하고 느끼는 것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지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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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미시건 주립대학의 조란 이코비치 교수와 일리노이 대학의 스콧 위즈벤너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이 특정 산업에 속한 종목을, 반경 50마일 이내에 사는 다른 투자자들이 매수하는 경우, 따라서 매수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고 한다.
근처에서 같이 일하는 전문 펀드 매니저들 사이에서도 서로 같은 곳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이 나중에 밝혀지기도 한다.
컬럼비아 대학의 해리슨 홍 교수, 시러큐스 대학의 제프리 큐빅 교수 및 하버드 대학의 제레미 스타인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같은 도시에 소재한 뮤추얼 펀드 회사들의 펀드 매니저들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서로 비슷한 경향이 있다고 한다.
만일 특정 도시의 한 펀드 매니저가 어떤 주식의 비중을 1% 높일 때마다, 몇 달 안에 그곳의 다른 펀드 매니저들도 해당 주식의 비중을 약 0.13%씩 높인다고 한다.
1990년대 덴버에서 이와 유사한 상황이 벌어졌다. 버거, 파운더스 및 야누스(현재 야누스 헨더슨 그룹 PLC의 일부가 됨) 같은 이 지역 뮤추얼 펀드 회사들이 여러 인기 종목들을 비싼 주가에도 불구하고 똑같이 매수해 나가던 일이 있었다.
소문, 뉴스, 신념 같은 것들은 주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퍼져나가기 마련이다. 때문에 투자자들도 주변 이웃처럼 행동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이다.
예일 대학의 로버트 실러 교수와 하버드 대학의 존 파운드 교수가 1989년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 3명 중 1명이 친구나, 또는 투자 전문가 이외의 다른 이들과 대화를 나눠본 후에 주식 매수를 결정했다고 한다. 펀드 매니저들의 10% 또한 같은 응답을 했다.
주변 사람들이 매수한 주식의 수익률이 높을 경우, 개인 투자자 중 50%, 전문 투자자 중 30%가 해당 주식을 따라서 샀다고 한다.
워런 버핏의 멘토이자, “현명한 투자자”를 쓴 벤저민 그레이엄이 고대 스토아 철학자들이 말한 “아타락시아”, 다른 말로 냉정함이란 자질을 키우려고 애썼던 것도 놀랄 일은 아니며, 다 위와 같은 연유에서였다.
그레이엄은 자신이 시장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주변 사람들에 대해 냉정하고 침착하게 반응했다고 회고하면서, 가족이 자신을 “사람이되, 사람 냄새가 않나는 사람”이라고 말할 때가 더 좋았다고 한다.
시장이 요동칠수록, 흔들리지 않은 냉정함이 점점 더 중요해진다. 시장 변동성에 마음이 어지럽다면, 주식에 집착하지 않거나, 주식을 모르는 친지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려 하기 바란다. 그러면 아마 더 행복해질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시간이 흐르면 더 부자가 되어 있을 것이다.
자료 출처: Jason Zweig, “When Your Neighbors Move In to Your Investment Portfol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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