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서 팔고 나오는 데는 언제나 그럴 만한 이유가 다 있다.
지난 3월 주식시장은 마치 도살장 같은 모습이었다. 투자자들은 팔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주가가 더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제 주식시장은 거의 제자리까지 반등했다. 투자자들은 팔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주가가 너무 많이 그것도 너무 빨리 올랐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실제로 몇 달 전 약세장 바닥 근처에서 팔아버린 사람들이 지금 팔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힘든 입장에 처해 있을 테지만, 포트폴리오에서 주식을 대대적으로 처분하려고 할 경우, 언제나 그 결정은 힘들기 마련이다.
또한 은퇴했거나 은퇴에 가까워졌을 때 주식을 대대적으로 팔게 되면, 규모가 훨씬 크기 때문에 양도 소득세 부담이 그만큼 더 커진다(우리나라도 이제 주식에 양도 소득세를 부과한다고 한다). 이 단계에서는 일해서 벌어들이는 소득이 줄어들어 있기 때문에, 젊은 투자자들만큼 고통스러운 약세장을 견뎌내기 어렵게 된다.
피델리티와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이번 약세장에서는 젊은 투자자보다 나이 든 투자자들이 더 많이 매도에 나섰다고 한다.
피델리티의 데이터에 따르면, 자사 고객들 중 2월에서 5월 사이에 보유 주식 전부를 처분한 투자자는 18%였던 반면, 65세 이상 투자자 중에서는 3분의 1로 더 많았다고 한다.
3월에 많은 투자자들이 주식을 파는 것에 대해 심사숙고했다. 많은 은퇴한 투자자들은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 은퇴 계획에 미칠 영향을 걱정했다.
나이 든 투자자들이 더 많이 매도 방아쇠를 당겼는지 충분히 이해된다. 미국 주식시장은 2020년까지 11년 중 10개 연도에서 상승해 너무 많이 올랐고, 이번 위기는 대공황 2.0으로 바뀔 수 있을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서운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무서운 공황의 시대라고 해서 결코 주식을 전부 팔아치울 좋은(?) 이유가 아니다. 팔고 나서 먼지가 가라앉은 후 다시 들어갈 때를 기다리는 것 역시 끔찍한 계획이다. 지난 20~30년 동안 순전히 펀더멘털을 바탕으로 투자해 온 투자자라면 증명할 수 있는 것처럼, 주식시장의 타이밍 지표로서 주가 수준은 거의 무용지물에 가까웠다.
약세장은 포트폴리오를 점검하기에 최악의 시기 중 하나다. 감정에 휩쓸려 의사결정 능력이 흐려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주식의 일부 또는 전부를 팔아야 할 때는 언제일까?
1.포트폴리오의 비중을 조정할 필요가 있을 때.
투자라는 게임에서 “올 인(100% 몰빵)”와 “올 아웃(100% 현금)”만큼 위험한 플레이는 없다. 물론, 한두 차례 정도 운이 좋을 수도 있지만, 결국 행운의 여신이 고개를 돌리게 되면, 큰 상승세가 일어나기 직전에 다 팔아버리거나, 대규모 약세장이 시작되기 직전에 올인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지옥에서나 천국에서나 원칙을 정해 놓고 그에 의거해서 움직이지 않고, 몰빵식 투자를 하게 되면 최악의 시기에 엄청난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가장 단순한 매도 방법은 포트폴리오에서 각 자산의 비중을 정해놓고, 정기적으로 그에 맞춰 비중을 조절해 포트폴리오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가가 30% 이상 상승한 2019년에 주식 중 일부를 팔아, 채권, 현금, 기타 자산의 비중을 늘리는 것이다. 그리고 올해 봄 주가가 30% 이상 하락하고, 채권이 다각화된 포트폴리오에서 균형추 역할을 해준 이후, 채권의 일부를 팔아 주식을 더 사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주가가 40% 오른 상황을 그려보라.
비중 조절 타이밍이 결코 완벽할 수 없겠지만, 자신의 위험 감수 성향, 의지, 능력 및 필요에 따라 구체적으로 자산별 비중을 정해놓으면, 직감에 따라 몰빵했다가 전부 팔고 싶은 유혹을 없애지고, 정해진 계획에 근거해 팔 수 있게 해준다.
2.포트폴리오를 더 다각화하려고 할 때.
은퇴한 후에도 채권 비중 없이 포트폴리오를 전부 주식으로 가져가고 있는 투자자들이 많이 있다. 이 전략은 배짱이 없는 심약한 투자자들에게는 바람직하지 않고, 오로지 단기적인 손실의 고통을 참을 수 있고 주식을 팔지 않아도 생활할 수 있는 이들에게 적합하다.
일단 축적의 단계를 끝내고, 은퇴 후 분배 단계가 시작되면, 투자 계획을 새롭게 바꿀 필요가 있다. 이 시기에는 포트폴리오로 생활비를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고약한 약세장 와중에 주식을 팔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지 않기 위해서는 미리 포트폴리오 비중 조절, 즉 다각화를 통해 일부를 채권이나 현금으로 가져가야 한다.
포트폴리오를 다각화는 데 약세장의 한 가운데는 끔찍한 시기지만, 주식이 상당한 상승을 이룬 후라면 다각화하기에 좋은 시기다.
3.처음 투자한 이유가 틀렸거나, 바뀌었을 때.
한 종목 또는 틈새 ETF를 상당 비중으로 가져가는 집중 투자에서 의미가 있다. 집중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미리 실패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하고, 살펴본 후, 사전에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을 미리 파악하고 대비해 놓아야 한다. 그러고 나서 그런 문제가 실제 나타나면 지체하지 말고 플러그를 빼고 빠져나와야 한다.
하지만 말은 쉽지만 실행해 옮기기는 어려울 수 있다. 왜냐하면 손실이 생기면 매수 평단가까지 반등하길 기다리고 싶고, 또 “내가 팔고 나서 상승하면 어쩌나?”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에서 분명 떠오를 수 있는 생각이다. 하지만 투자할 종목은 많다. 또 버스는 다시 온다.
4.게임에서 이겼을 때.
만약 운이 좋아서 은퇴 후 예상되는 생활비의 20배 내지 25배의 돈을 모으고, 소비 습관을 제대로 관리하고 있다면, 어느 시점에서 “이제 투자를 그만둘 때도 됐지?”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실제로 채권 금리가 높아서 충분한 이자를 받을 수 있었던 시기에는 그래도 됐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더 이상 해변에서 채권에서 나오는 이자로 생활할 수 있는 시절은 끝났을지 모른다.
하지만 만일 충분한 재산을 만들어 놓았고, 물가 상승에도 충분한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다면, 포트폴리오에 주식을 가져가면서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고 느낄 수도 있다.
뼈를 깎는 주식시장 변동성을 피하는 대신, 그 대가로 잠재적인 미래 수익을 포기해도 상관없는 형편이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전략이다.
투자자의 위험 감수 성향은 시간 지평이나 상황에 따라 변한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 움직임이 시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의해서만 좌지우지된다고 생각한다.
CAPE 배수, 금리, 토빈의 Q 공식, 등락주선, 강세-약세 심리 수치, 1, 3, 5 및 10년 성과 수치 등이 포함된다.
그리고 물론, 시장에 대한 과거와 현재를 이해하는 것이 미래를 예상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포트폴리오 결정을 시장의 펀더멘탈에 따라 내릴 필요는 없다.
또한 현재 상황이 위험 감수 성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도 고려해야 한다. 때때로 기대했던 것보다 포트폴리오의 성과가 더 나아졌다면 위험을 줄일 필요가 있다. 어쩌면 뜻밖의 횡재를 했거나, 예상보다 많이 쓰지 않아서 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애당초에 투자해야 할 이유와 목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주식시장의 상황이 중요하긴 하지만, 자신의 포트폴리오가 어디쯤에 있고, 또 어디에 있었으면 하는지 생각해 본 다음, 매도 결정 여부를 판단하기 시작해야 한다.
자료 출처: A Wealth of Common Sense, “When Should You Sell Your Stoc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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