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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 동안, 중국에서 중산층 증가와 그들의 내수 진작이 세계 경제의 원동력 역할을 해왔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미국과 중국의 역할이 바뀔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미국은 저축을 늘리고, 소비를 덜 할 것이고, 중국은 그 반대일 거라는 주장이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대체로 내 주장대로 진행됐다.
하지만 더 이상은 아닐지도 모른다.
지난주 애플은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아이폰, 맥, 아이패드 판매량에 점점 더 중요한 시장이 되고 있는 중국의 경기 둔화를 언급하면서, 2019년 1분기 예상 매출을 조정했다. 비록 기술 산업 애널리스트들이 이 변화가 애플 내부의 역학 때문일 수도 있다고 논쟁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새로운 가이던스는 중국의 내수가 둔화되고 있다는 사실에 증거를 하나 더 얹어 줄 뿐이다.
지속된 중국 내수 감소는 현재의 미-중 무역 분쟁보다 훨씬 더 우려스러운 일일 수 있다. 미국의 무역 정책과 기타 대외적 영향이 중국 내수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중국 경제 모델에 안에 더 뿌리 깊은 문제가 박혀 있을지도 모른다.
중국이 어떤 위기에 처해 있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난 10년 동안 바뀐 모든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 중국의 공식 자료에 따르면, 2010년 말 중국 GDP에서 내수 비중은 35.6%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는 미국뿐만 아니라 내수가 GDP에서 거의 70%를 차지하고 있던 대부분의 다른 국가들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었다. 명목 달러 기준으로, 중국의 내수 규모는 약 2.2조 달러로, 미국(10.5조 달러) 보다 거의 5배나 낮았다.
그럼에도 중국의 전반적으로 높은 성장률은 중국 소비자들이 애플, BMW, 버버리, 포드 등과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들에게 장기적인 혜택을 주면서, 잠재적으로 훨씬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의미했다.
2017년 기준으로, 중국의 GDP에서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39.1%로 증가했고, 명목 달러 기준으로 5조 달러를 약간 넘어섰다. 7년 만에 거의 3조 달러나 증가한 것이다. 중국의 국내 소비는 미국(13.5조 달러)에 크게 못 미쳤지만, 그 격차는 좁혀졌다.
만일 중국의 명목 GDP 성장률과 내수가 이와 같은 추세로 계속 진행된다면, 내수 규모는 추가로 2조 달러 더 증가해 미국의 절반 수준에 도달할 것이다. 그러면 미국을 제외하고 다른 어떤 나라보다 중국 소비자들이 세계 경제에 더 밀접하게 연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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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2030년 기간을 전망해보면, 중국 내수는 연평균 8%씩 증가해(지난 10년 동안은 10%), GDP의 50% 수준이 될 것이며, 2030년이 되면 중국 소비자들이 연간 18.4조 달러를 소비하게 될 것이다. 이 시나리오대로 라면 중국의 내수가 달러 기준으로 미국의 내수 규모를 넘어서게 된다.
2019년 초반에 벌써 이 시나리오가 삐걱거리게 된다면,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의문으로 떠오른다. 만일 애플의 최근 가이던스가 계속된 중국 내수 침체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앞으로 10년 동안 세계 경제의 유일한 엔진 역할은 미국 소비자들 뿐이게 될 것인가? 아니면 이 역할을 부분적으로라도 담당할 만한 다른 나라가 있을까?
지난 40년 동안 나는 절대 미국을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배워왔다. 앞으로도 계속 미국 소비자들은 어떤 식으로든 역할을 해나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미국의 내수는 인플레이션,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비용 증가, 그리고 저축을 늘리라는 압박 등 많은 요인들에 취약한 상황이다. 게다가, 미국 소비자들에게 너무 크게 의존하는 데 따른 위험성은 지금까지 잘 알려져 왔다. 2008년 경험했던 것처럼, 미국이 재채기만 해도 세계의 나머지 나라들은 감기에 걸린다.
적어도 향후 10년 이내에 다른 나라가 소비를 진작시킬 가능성은 매우 낮다. 대형 선진국들 모두가 성장 둔화를 겪고 있고, 그들 나라의 내수는 어쨌든 다른 나라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해왔다.
지금부터 20년 후에나 인도,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 같은 신흥 경제들이 미국이나 중국의 내수 감소를 확실하게 상쇄해 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물론이거니와 향후 10년 후에도 중국의 내수 성장을 따라갈 만한 곳이 없다. 이 점에서 인도의 명목 GDP는 2020년이 되면 3조 달러를 넘어서, 세계 5위권 경제로 올라설 것이다. 하지만 인도 소비자들이 중국 소비자들의 소비력과 맞먹기까지는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릴 터이다.
중국 소비자를 부활시킬 수 있을까? 조심스럽지만, 낙관적이라고 생각한다. 중국 정부가 더 많은 직접적인 재정 지원 정책을 실시해야 할 것이고, 특히 정부가 국민들의 거주지 이전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만든 후커우 제도의 개혁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경제적 안정을 더 높여야만, 나라 인구의 중요 부분을 차지하는 농촌 인구가 더 많이 소비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분명 중국 지도부는 이러한 정책적 전환 요구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들 없이는, 전 세계 모두가 더 불행해질 가능성이 높다.
※ 필자 짐 오닐(Jim O’Neill)은 골드만 삭스 에셋 매니지먼트의 전 회장이자, 전 영국 재무장관이었으며, 현재는 채텀 하우스 회장으로 있다.
자료 출처: Project Syndicate, “Jim O’Neill: Can the Chinese consumer be resurr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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