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인들은 군수 혁신으로 유명했는데, 이를 통해 로마와 그 주변 지역에서 지중해 전역으로, 그리고 사실상 유라시아 서부 전체로 영토를 확장해 로마 제국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군대는 목마름을 해결하지 못하면 싸움에서 이길 수 없습니다.
여기서 포스카(posca)가 등장합니다. 식초와 물을 섞은 (때로는 여기에 소금, 허브 및 기타 여러 가지를 넣은) 포스카는 로마 군의 게토레이였으며, 음료 역사상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포스카의 기원은 그리스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 산호세 주립 대학 역사학과 조나단 로스 교수의 책 “The Logistics of the Roman Army at War”에 따르면, “아주 날카로운”이란 의미의 그리스어 에폭소스(epoxos)라는 단어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음료는 엄청난 효율성을 가졌던 로마 군에게 작지만 필수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못해도 로마 공화정 시대 중반(기원전 509-27년), 로마 군은 장병 보급품으로 곡물과 아주 가끔 고기 및 치즈와 더불어 포스카를 지급했습니다. 이 정책은 수 세기 동안 로마 제국에서 계속되었습니다.
물론 로마 병사들은 물도 마셨습니다. 하지만 역사 기록을 보면, 물을 즐겨 마시지는 않았습니다. 2차 포에니 전쟁(기원전 218-202년)에 장교로 참전한 대 카토(Cato the Elder)가 갈증을 해결한 방법을 묘사한 플루타크의 글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전쟁 동안 그는 갈증이 심해지면, 식초를 마셨고, 힘이 달릴 때는 거기에 와인 조금을 섞었다. 그 밖에 물은 가끔씩 마셨을 뿐이다.
캐나다 칼턴 대학 역사학과 로드 필립스 교수의 책 “Wine: A Social and Cultural History of the Drink That Changed Our Lives”에 묘사된 것처럼, 카토와 마찬가지로 로만인들은 건강을 위해 와인을 즐겨 마셨다고 합니다. 따라서 (상한 와인으로 만든 식초를 넣은) 포스카가 물 보다 더 큰 인기를 끌게 된 것입니다.
당시에도 많은 와인이 생산되었습니다. 로마 부유층들은 엄청난 양의 와인을 비축해 놓고 있었습니다. 로마 제국의 영토가 유럽 전역에 뻗어 나감에 따라, 포도 재배 면적도 그만큼 넓어졌습니다. 따라서 거의 모든 곳에 포도주 창고가 있었기 때문에 군대가 어디에서나 와인을 마실 수 있었습니다.
군인들에게 와인은 싼값에 많은 열량을 보충할 수 있는 수단이었습니다. 게다가 와인에 물을 섞어 포스카를 만들면, 순식간에 와인 배급량을 배로 늘려주었습니다.
로마인들에게 포스카는 건강에 좋다는 믿음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음료에 산도가 가미되고 약간의 알코올이 포함되면, 세균을 없애주고 물만 마시는 것보다 더 안전합니다. 당시 알려진 대로 오염된 물을 마시면 군대의 전투력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포스카는 아주 효과적인 음료였습니다.
또한 역사상 군대의 큰 골칫거리 중 하나였던 괴혈병을 막는데 도움이 된다고 여겨졌습니다. 이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습니다만, 식초가 괴혈병을 막아준다고 믿었던 것은 고대 로마인들만이 아니었습니다. 적어도 1800년대 중반, 멕시코 전쟁 중에 미군은 미국 남서부에 주둔 중이던 군대에 사과 식초를 배급했다고 합니다.
로마 시대 요리법을 소개하고 있는 블로거 “파스 더 가룸”에 따르면, 로마의 군 지도자들과 다른 엘리트들은 일반적으로 포스카를 마시지 않았고, 일반 서민들의 음료였다고 합니다. 로마 황제 하드리아누스가 군인들과 함께 마셨다는 음료도 아마 포스카였을 것입니다.
고대 역사가 수에토니우스는 로마 제국 초기에 거리에서 포스카를 팔았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Food in the Ancient World from A to Z”에서 그리스와 로마 시대의 요리법의 역사를 소개하고 있는 앤드류 달비에 따르면, 군인과 서민들 모두 중세 시대까지 계속 포스카를 즐겨 마셨다고 합니다.
포스카는 로마인의 갈증을 해소시켜준 것 이외에도, 성경에 깜짝 등장하면서 널리 알려진 계기가 되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마태오 복음 27장 48절에 보면,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고통을 겪고 계시던 당시(또는 그 직전 골고다에서), 로마 군인들이 해면에 신 포도주를 적셔 갈대에 꽂아 드렸다고 합니다. 로마 군인들이 예수님의 고통을 줄여드리려고 그리했다는 해석도 있고, 오히려 고통을 더 크게 하려고 그랬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예수님은 포스카를 맛본 후 마시기를 거부하셨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포스카는 어떤 맛이었을까요? 말하기가 좀 어렵습니다. 로마 문학을 보면, 와인으로 만든 식초와 물을 일정 비율로 섞은 것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맛은 없었을까요? 로마 시대의 포스카 만드는 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자세히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비잔틴 시대 의학 서적에 나와 있는 내용을 보면, 완전히 기록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달비의 책 “Tastes of Byzantium: The Cuisine of a Legendary Empire”을 보면 6세기와 7세기 비잔틴 시대 그리스 의사였던 “Aëtius of Amida”와 “Paul of Aegina”가 커민, 회향 씨, 셀러리 씨, 아니스, 백리향 및 소금으로 만든 “맛있고 완하 작용이 있는” 음료라고 포스카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포스카에 허브와 향료를 추가하면 스위첼, 세칸자빈 및 슈럽 같은 식초를 기초로 만든 예전 음료와 비슷한 맛이 납니다. 여기에 소금을 넣어 탄수화물과 나트륨이 조화를 이루게 되면, 운동 후(아니면 단순히 땀을 많이 흘린 후) 소진된 수분과 염분을 보충하는데 도움이 되는 현대의 게토레이와 기타 스포츠 음료와 비슷한 음료가 됩니다. 이 음료가 의미가 있는 이유는 갑옷과 짐을 지닌 채 안장에 올라 유럽과 아시아 지역을 돌아다니던 로마 군은 분명 땀을 많이 흘렸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되면 편의점에서 파는 스포츠 음료 대신 고대의 게토레이를 직접 만들어 마실 수 있습니다. 고대 필경사들이 남긴 기록은 이제 거의 사라졌지만, 음식 블로거들과 로마 역사를 사랑하는 이들은 탐구를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이들 덕분에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레시피가 마련되었습니다. 반드시 증류 식초가 아닌 양조 식초를 사용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와인 식초, 발사믹 식초 또는 사과 식초 같은 것 말입니다.
달달한 포스카를 만들고 싶다면 꿀을 첨가하면 됩니다.
- 와인 식초 2 큰 술
- 물 250ml
- 꿀 1 큰 술
여기서 꿀은 먼저 약 20초 동안 전자레인지에서 녹인 다름 물과 잘 섞습니다. 그다음 식초를 첨가합니다.
조금 더 “쏘는 맛”을 원한다면, 식초의 양을 더 늘리고, 고수 씨를 넣으면 됩니다.
- 와인 식초 1.5컵
- 꿀 0.5컵
- 고수 씨 1 큰 술
- 물 4컵
먼저 꿀을 끓여서 식힌 다음 넣어야 합니다. 또한, 마시는 전에 고수 씨를 걸러내는 것이 좋습니다.
와인 식초가 없다면, 사과 식초를 사용해도 됩니다. 또한 꿀 대신 올리고당이나 메이플 시럽을 사용해도 됩니다. 그리고 소금을 조금 넣어도 좋고, 얼음을 넣어도 좋습니다. 무더웠던 여름은 지났지만 시원한 음료가 마시고 싶다면 한 만들어 보는 것이 어떨까요?
<참고: Quartz, “MY FAVORITE BEVERAGE IS A 2,000-YEAR-OLD ENERGY DRINK FROM ANCIENT R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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