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의 "퇴폐" 작품과 투자



여러분이 보고 계신 그림들은 광기, 뻔뻔한 그리고 재능 부족이 합쳐져 불구가 된 작품입니다. - 아돌프 치글러 (“퇴폐 미술 전시회” 큐레이터)

어떤 위대한 일도 다 끝이 있고, 아무리 오랜 상승장이라도 끝이 있는 법입니다. 그리고 상승장의 끝 무렵이 되면, 투자자들은 행동 편향에 가장 빠지기 쉽습니다. 지난 수백 년 동안 그래 왔기 때문입니다.

지난 금융 위기 이후, 잘 나가는 주식이 계속 잘 나갔고, 못 나가는 주식은 계속 못 나가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또 잘 나가는 주식이 수익률이 좋을수록, 그 뒤에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붙기 마련입니다. 특히 금융 시장 관련 뉴스난에 그런 “이야기”가 매일 반복될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IT 분야를 비롯해 잘 나가는 분야에 속한 주식은 급등했지만, 그에 비해 소비재나 유틸리티 관련 분야의 소위 “지루한” 주식은 저조한 상황에 머물렀습니다. 하지만, 이런 못 나가는 주식에 대한 시장의 입장이 그렇다고 해서, 해당 기업의 가치도 그렇다는 뜻은 아닙니다. 사실 이런 주식이 못 나가는 이유는, 사업이 부진해서가 아니라, 전적으로 인간이 “지루함”을 잘 견디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투자와 미술은 아주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두 분야 모두 인내, 원칙 그리고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또한 투자나 미술품에 대한 얘기 중 가격에 대한 얘기가 주를 이루기도 합니다. 하지만 과거 그런 가격 평가가 부정확했음을 보여주는 수많은 사례가 있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여기서 돈 벌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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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 대전 중, 나치 정권은 유럽 미술품 중 거의 20%를 약탈했습니다. 히틀러의 오른팔 헤르만 괴링 또한 전쟁 동안 1,800점의 회화와 조각품을 손에 넣었습니다. 아돌프 히틀러는 화가가 되고 싶었지만, 두 차례나 비엔나 미술 학교 입학에 실패한 사실은 다들 아실 겁니다.



<약탈한 작품을 보고 있는 히틀러와 괴링>

그래서인지 히틀러는 마음속 미술에 대한 집념이 자신을 거부했던 미술계 엘리트들에 대한 반감과 합해져, 제3 제국에서 소위 “퇴폐” 작품을 일소하기로 결정합니다. “퇴폐”로 분류된 작품은, 그 내용 때문이 아니라, 주로 유대인 예술가, 자유주의 사상가 및 나치 철학을 거부한 작가들의 작품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퇴폐” 작품에는 반 고흐, 마티스, 모네, 피카소 같은 유명한 작가의 작품도 들어 있었습니다.

당시나 지금이나 피카소와 반 고흐의 작품이 “퇴폐적”이라는 말은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입니다. 21세기에만 해도, 피카소의 작품 2점이 각각 1억 410만 달러와 1억 650만 달러에 팔렸습니다. 하지만 히틀러가 붙인 “퇴폐” 딱지는 그들 작품이 제3 제국에서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였고, 수집가들에게는 엄청난 가치의 작품을 헐값에 모아들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투자에도 똑같은 원칙이 적용됩니다. 언론 보도에 단기적 과민 반응에 의해서든, ‘고리타분한’ 기업이라고 무시당해서든, 아니면 대중의 편향 때문이든, 투자자들은 반복해서 우량 기업을 과소평가하고 거들떠보지도 않아 왔습니다. 그 결과, 오히려 그런 우량 기업 주식을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는 기회가 생겼던 것입니다.

어떤 기업에 대한 투자자의 의견이 기업의 내재 가치가 바꿔놓지는 못합니다. 오히려 기업의 내재 가치가 변하면, 투자자의 의견도 바뀐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누군가가 반 고흐의 작품을 끔찍하게 생각한다고 해서, 미술 시장에서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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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가 “퇴폐”라고 딱지 붙인 작품들은 눈썰미 좋은 수집가들에게 엄청난 기회를 가져다줬습니다. 1938년 루체른 경매에서, 반 고흐, 피카소, 클레, 마티스, 브라크의 작품이 단 돈 100달러에 팔렸던 모습을 보면, 얼마나 엄청난 기회였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히틀러가 나치 컬렉션을 처분하기 위해 고용한 4명의 중개상 중 한 명이 힐데브란트 구를리트였습니다. 그는 당시의 상황을 십분 활용했습니다. 구를리트는 수백 점의 이 “퇴폐” 작품을 거저나 다름없이 손에 넣었고, 나중에 팔아 엄청난 이익을 남겼습니다. 그중 하나가 아돌프 멘젤의 작품으로, 당시 시장 가격에도 훨씬 못 미치는 125라이히마르크에 샀습니다. 2017년 1월, 비슷한 멘젤의 작품이 크리스티 경매에서 18만 7천 달러에 팔린 바 있습니다.



<히틀러에게 작품을 보여주고 있는 힐데브란트 구를리트>

역사가 킴 오스터링크는 나치 치하의 프랑스에서 “퇴폐” 작품과 “정상” 작품의 가격을 집계했습니다. 흥미롭게도, 1939~1943년 기간 동안 “퇴폐” 딱지가 붙었던 작품들이 매입가 대비 최고의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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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폐”라는 말은 주식에 붙이기에는 너무 심할지 모른다. 하지만 맥락적으로 적용할 수는 있습니다. 미술 작품과 투자 모두에서, 가격은, 그 안에 내재된 가치보다는, 인간의 생각과 편향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아 왔습니다.

투자자들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주식에 담긴 “이야기”에 너무 의존합니다.

다양한 요인들로 “퇴폐”와 “정상”을 결정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런 분류는 거기에 내재된 가치나 품질과는 거의 상관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상 피우스의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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