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브라운(Harry Browne)이란 이름을 들어보지 않았다고 해서 이상한 것은 아니다. 두 차례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로 나섰지만, 1% 이상의 득표율을 올리지 못했다. 백악관 재정 자문으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사람은 브라운이 유일했다.
자유주의자였던 브라운이 제안한 경제 정책 중 일부는 소득세 폐지 등과 같이 극단적인 것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아이디어 중 시간의 시험을 견뎌낸 것이 있으니, 1981년 펴낸 책 “ Inflation-Proofing Your Investments”에서 제시한 “영구 포트폴리오(permanent portfolio)”란 개념이다.
브라운의 영구 포트폴리오는 다음과 같은 4가지 극한 상황을 견딜 수 있는 “보호막”을 마련하도록 설계되었다.
- 제1차 세계대전 후 독일이 경험했던 하이퍼인플레이션.
- 지난 15년 동안 일본이 겪었던 일련의 디플레이션.
- 베네수엘라에서 볼 수 있었던 자산 몰수.
- 전쟁과 자연재해를 포함한 재앙.
영구 포트폴리오는 이러한 4가지 극한의 상황 모두를 어떻게 동시에 보호할 수 있을까? 브라운의 접근 방식은 각 재앙에서 살아남을 자산을 하나 이상 선별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현금이 최고의 자산 역할을 한다. 물가 상승률이 높아질 때는 주식이 좋다.
브라운은 이 논리를 바탕으로 손실이 발생하긴 하지만, 최소한 다른 접근 방식보다 손실이 훨씬 덜 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었다. 따라서 주식, 장기 국채, 금 및 현금을 동일 비중으로 구성한 영구 포트폴리오가 탄생했다.
영구 포트폴리오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떤 성과를 기록했을까? 물론 시점에 따라 다르다. 성과만 놓고 볼 때는 저조했다. 2001년 이후 영구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은 총 170%인 반면, 미국 주식시장은 278%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브라운의 주된 관심사였던 위험을 무시한 것이다. 위험 감소를 고려하면, 영구 포트폴리오는 투자자가 가장 필요할 때 최고의 성과를 냈다. 2008년 미국 주식시장이 37% 하락했을 때, 영구 포트폴리오는 1% 미만으로 하락하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브라운의 영구 포트폴리오를 뒤따른 투자자들이 있었다. 특히 헤지 펀드 매니저 레이 달리오는 “전천후 포트폴리오(all-weather portfolio)”를 대중화했다. 포트폴리오는 브라운을 따라 한 것이지만, 사실, 그 개념은 브라운보다 훨씬 앞선 것이다. 2천 년 전 바빌로니아 탈무드는 이렇게 권고했다. “모든 사람이 자산을 세 부분으로 나누고, 땅에 1/3, 사업에 1/3, 준비금에 1/3을 투자하라.” 솔로몬 왕, 셰익스피어 등의 글에서도 비슷한 생각을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영구 포트폴리오가 최선의 투자 방법일까? 미국 주식시장이 연이어 사상 최고치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묻는 질문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답은 “때에 따라 다르다.”다. 위험 없이 강력한 수익률을 제공하는 완벽한 포트폴리오 같은 것은 없다. 모든 포트폴리오에서 위험과 보상은 비례 관계에 있다. 그리고 어쨌든, 모든 경우에 적용되는 투자 방법은 없다. 모든 포트폴리오는 다 다르다. 자기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포트폴리오를 선택하려면 다음 5가지 질문에 답해봐야 한다.
얼마나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가? 브라운의 주요 관심사가 이것이었다. 이미 직장에서 퇴직했고, 포트폴리오에서 각종 고지서 납부 금액을 꺼내 써야 할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위험은 감수할 수 있을지 몰라도 전부를 날릴 위험을 감수해서는 안 된다. 간단한 수학적 질문이며, 얼마까지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느냐에 따라 포트폴리오 구성이 달라져야 한다.
얼마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가?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으면, 투자 자금을 불리는데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이미 퇴직과 기타 목적에 대비해 충분한 자금을 마련해 두었다면, 더 이상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을 수 있다. 그래도 위험 감수를 선택할 수 있지만, 위험이 감수할 시기와 피해야 시기를 아는 지가 중요하다.
얼마나 위험을 감수할 의지가 있는가? 시장의 상승과 하락이 자신에게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 해리 브라운을 잠 못 들게 만든 극단적인 위험이 얼마나 걱정되는가?
시장에 대해 얼마나 자주 관심을 두고 있는가? 다우나 S&P 500 지수를 얼마나 자주 듣는가? 이 수치는 매일 언론에서 수없이 떠들어대기 때문에,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을 비교해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기에 문제가 있다.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놓을수록, 수익률은 일반적으로 인용되는 이러한 지수의 수익률과 많이 달라지며, 여기에는 심리적 비용을 수반된다. 때로는 다우나 S&P보다 나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 하지만 포트폴리오를 훌륭하게 다각화해 놓으면 생기는 마음의 평화를 정량화할 방법은 없기 때문에,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을 주요 지수와 비교해서는 안 된다.
- 절대 액수를 달성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투자의 기본 목표가 포트폴리오의 액수를 늘리는 것이라면, 해리 브라운의 목표와는 아주 다르다. 물론 전적으로 올바른 목표이긴 하지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브라운의 포트폴리오와는 전혀 달라야 하고, 그 와중에 엄청난 흔들림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
자료 출처: Humble Dollar, “Imagining the Wor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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