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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은 투자할 기업을 고를 때마다, 어떤 해자(moat)를 갖추고 있는지 이해하려고 한다. 해당 기업이 어떤 경쟁 우위를 지니고 있는지, 경영진이 그 경쟁 우위를 잘 활용하고 있는지 알고 싶은 것이다.
버핏이 세계 최고의 투자자라는 점에서, 그가 사용하는 해자 전략은 분명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나머지 우리가 이 전략을 따라 할 수 있느냐이다.
버핏이 해자에서 정확히 어떤 점을 집중해서 보는지 밝힌 바가 없기 때문에, 구체적인 투자 방식을 되짚어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CFA 협회의 최근 논문 중 일부에서 해자 투자의 개념과 투자 수익률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밝히려고 시도했다. (논문 전체는 아래 링크 참조)
이 논문에서는 모닝스타에서 발표하는 소위 “해자 등급(moat ratings)”을 척도로 사용했다. 이 등급은 모닝스타가 “기업의 네트워크 효과, 무형 자산, 비용 우위, 전환 비용 및 효율 규모 등 (경쟁을 물리칠 수 있는 해자로서)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를 나타내는 다양한 요소들”을 사용해 집계한 것이다. 기업들의 이용 가능한 모든 정보를 고려한 다음, 1) 해자가 넓은 기업군, 2) 해자 좁은 기업군 및 3) 해자가 없는 기업군으로 분류한다. 서는 해자가 넓다는 것은 “거의 모든 투자자들이 좋다고 동의할만한 특징”이기 때문에, 해당 기업의 인기를 높여주는 요인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해자가 넓은 주식의 수익률이 시장보다 높았을까?
논문의 결과는 대단히 놀라웠다. 연구진은 2002년부터 모닝스타의 해자 등급을 살펴봤다. 2002년 7월 해자 등급을 받은 종목수는 427개였고, 2007년~2008년 강세장에서 최고치인 1,611종목이었으며, 전체 기간 동안 평균은 1,039개 종목이었다.
해자가 넓은 기업은 장기적으로 경쟁 우위가 있어야 하며,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장기적으로 경쟁 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기업들보다 추가 이윤을 창출할 수 있고, 그에 따라 투자자들에 자본을 돌려줄 수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둘째, 투자자들은 펀더멘탈의 관점에서나 인기 관점에서나 해자가 넓은 기업의 주식을 기꺼이 더 높은 주가를 지급하고 매수하는 것이 맞다. 논문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투자자들이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가 있는 기업을 더 선호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해자가 넓은 기업들이 가장 인기 있는 주식이고, 해자가 없는 주식이 인기가 가장 없는 주식이어야 한다.”
연구 결과는 기대했던 것과 달랐다. 해자가 없는 기업이나 해자가 넓은 기업이나 장기적은 수익률 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논문에서는 “상승장에서는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가 낮은(해자가 좁은) 기업일수록, 수익률이 더 높았다. 하지만 2008년 금융 위기 및 2011년과 2015년 같은 단기 약세장 동안의 경우에는,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가 높은(해자가 넓은) 기업일수록, 하락률이 더 낮았다.”
해자가 넓은 기업이 약세장에서 성과가 더 나았다고 해도, 장기적인 수익률을 향상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의 계산에 따르면, 연구에 사용한 기간 동안, 세 가지 기업군 각각을 동일 가중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1달러를 투자했을 경우, 해자가 없는 기업군은 약 10달러로 증가한 반면, 해자가 좁은 기업군과 해자가 넓은 기업군은 6~7달러로 증가했을 것이라고 한다. 연평균 알파는 해자가 없는 기업군이 -1.59%였고, 해자가 넓은 기업군이 0.95%였다. 어느 기업군도 5% 수준 이상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알파값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 결과가 흥미로운 이유는 해자가 넓은 기업이라고 해서 장기적으로 반드시 더 좋은 투자 대상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즉,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를 보여주는 기업이라고 해서 반드시 좋은 수익률을 올리라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투자자들이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가 있는 기업을 더 선호한다.”라는 생각은 틀린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시장의 비효율적인 모습이 곧 기회이며, 버핏을 세계 최고의 투자자로 만들어준 원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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