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2020년이라고 상상해보죠. 몇 명의 천재 과학자가 컴퓨터 전문가와 함께 완벽한 예측이 가능한 완벽한 알고리즘을 개발했습니다.
이들은 이 알고리즘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예측을 보여줍니다. 넉넉한 착수금을 챙긴 그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내년 미국에서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해 줍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떻게 반응할까요?
아마도 즉시 세금을 내리고, 시민들에게 수십억 달러의 지원금을 지원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혁명이 일어날 때를 대비해 비밀경찰 병력을 강화하겠죠.
이러한 선제 조치가 효과가 있었습니다! 올해가 가고 내년이 왔는데도 혁명은 일어나지 않은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알고리즘 개발자들에게 착수금을 돌려달라고 합니다. “아무 쓸모도 없는 알고리즘이더군. 그 멍청한 예측에 준 돈이면 맨션 몇 채는 더 지을 수 있었을 거야.”라고 소리치면서 말이죠.
과학자들은 소극적으로 이렇게 말합니다. “하지만 대통령님, 혁명이 일어나지 않은 이유는 우리가 예측을 내놓았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어나지 않을 일을 예언하는 예언자라고?”라면서 경호원을 시켜 그들을 붙잡으라고 합니다. “월스트리트에 가면 그런 놈들을 수십 명이나 거저 데려올 수 있어.”
카오스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쥬라기 공원을 기억해 보십시오.
수학자 이안 말콤 박사는 앨리 새틀러 박사에게 티라노사우루스 같은 공룡들이 섬에서 뛰어논다는 게 왜 말이 안 되는 얘긴지 설명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쥬라기 공원의 주인 존 해몬드는 완벽한 예방 조치를 취해놨기 때문에 잘못될 일이 없고 손님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고 약속합니다.
말콤 박사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는 “생명체는 방법을 찾아냅니다. 진화의 역사를 보면, 생명체는 모든 장벽을 뛰어넘습니다. 생명체는 자유를 바랍니다. 생명체는 새로운 지역으로 영토를 확장합니다. 아주 고통스럽고 위험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생명체는 방법을 찾아냅니다.”라고 말합니다.
자연은 아주 복잡하고, 유일하게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자연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자연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카오스 이론이 지향하는 바입니다.
여기서 카오스 이론을 공부하자는 말이 아닙니다. 다만, 자연은 지루하고 불투명한 존재가 아니라 놀랍고도 신비롭다는 것을 기억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런 예측할 수 없고 혼란스러운 특징이야말로 자연을 신비롭게 만드는 것입니다.
카오스는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납니다. 유발 하라리가 ‘사피엔스’에 대해 설명한 것처럼, 1단계 카오스는 그에 대한 예측에 반응하지 않는 카오스입니다. 날씨가 그것입니다. 날씨는 기상 통보관이 예측한다고 해서 반응을 보이지 않습니다. 하라리는 이렇게 말합니다.
날씨는 무수히 많은 요인에 영향을 받지만, 우리는 점점 더 많은 요인들을 고려해 컴퓨터 모델을 만들고, 이를 통해 점점 더 나은 날씨 예보를 내놓고 있다.
반면, 2단계 카오스는 예측 모델에 의해 만들어지는 카오스입니다. 이 카오스는 예측 과정에서 사건의 진행이 바뀌기 때문에 그 예측 모델은 무너집니다. 앞서 말한 트럼프 대통령과 과학자들의 이야기가 정확히 그렇습니다. 혁명은 예측된 것이기 때문에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주식 시장 또한 2단계 카오스 시스템입니다.
내일의 주가를 100%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있다고 해보죠. 어떤 주식을 이 프로그램으로 돌렸더니, 현재 27,000원이던 주가가 내일 32,500원으로 상승한다고 나왔습니다.
수많은 투자자들이 이 프로그램의 정확한 예측을 알고 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이들은 전부 이 주식을 사려고 달려들 것입니다. 그 결과 이 주식의 주가는 내일이 아니라 오늘 32,500원으로 상승할 것입니다.
그러면 내일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위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에서처럼, 일부 투자자들은 “내일” 주가가 32,500원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이 틀렸다면서 악담을 퍼부을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예측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바로 주식 시장 예측 사업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사람들은 (때로는 10년 동안의 순이익 예측치를 기준으로) 앞으로 1년 동안의 주가를 예측하고, 많은 다른 이들이 그런 예측이 시장을 상승시킬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예측은 3개월 또는 6개월 만에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이어서 더 높은 예측이 나오게 됩니다(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입니다.).
바로 자가 충족 예언입니다. 믿음과 행동 사이의 긍정적 피드백으로 인해,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스스로 사실이 되게 하는 예측 말입니다.
따라서 이것이 바로 투자자라면 주식 시장과 주가의 미래에 대한 예측을 찾아다니거나 예측을 믿는 대신, 시장의 역사를 연구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왜 그럴까요?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다음같이 말합니다.
역사는 물리학이나 화학과는 달리, 정확한 예측을 내리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우리가 역사를 연구하는 이유는 미래를 알고자 함이 아니라, 우리의 시야를 넓히고, 우리의 현재 상황이 자연스럽지도 않고 피할 수 없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가능성이 앞에 놓여 있음을 이해하기 위한 것이다.
현명한 투자자에게 역사는 가치 있는 도구이자 좋은 위대한 친구입니다. (틀린 예측처럼) 누군가가 앞서 저지른 실수를 통해 배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조금 더 깊게 파고들면, 투자 아이디어와 통찰력의 금광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사람은 바뀔지 모르지만, 경기장은 바뀌지 않는 법입니다.
<출처: SAFAL NIVESHAK, “A Guide to Getting Good at Dealing with Stock Market Cha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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