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1년 넘게 진행해 온 무역 협상을 마침내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백악관이 한국과의 협정 체결을 발표함으로써, 트럼프가 “일자리 킬러”라고 부르던 2012년 자유 무역 협정을 갱신한 것입니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협정으로 한국 내 자동차 수출 제한 물량을 늘림으로써 미국 자동차 업체들이 한국에서도 경쟁할 수 있는 “공평한 경쟁의 장”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트럼프가 자유 무역 협정에서 얻어낸 가장 큰 성과는 무역 장벽 구축입니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미국 자동차 업체들이 픽업트럭을 가격을 더 높일 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디트로이트의 수익 기계: 픽업트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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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한미 간 무역 협정에서도 소위 “치킨세(Chicken Tax)”라는 25%의 관세 부과를 통해 이미 미국 산 픽업트럭은 한국 경쟁업체들로부터 보호받고 있었습니다. 기존 협정에 따르면 이 관세는 2021년부터 단계적으로 폐지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협정을 통해 폐지 시한이 2041년으로 연장된 것입니다.
이번 연장이 중요한 이유는 미국인들 특유의 트럭 사랑으로 이 부문이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크고 가장 수익성이 높은 부문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내에서 2017년 판매 된 1,720만 대의 자동차 및 트럭 중 픽업트럭의 비중은 약 15%를 차지했습니다. 전체 차종 중 상위 3가지 베스트셀러 차량은 포드의 F- 시리즈, 쉐보레 실버라도 및 RAM으로 모두 픽업트럭입니다. 평균적으로, 포드는 시간 당 102대의 F-시리즈 트럭을 팔고 있습니다. 1분에 2대 꼴로 팔리는 것입니다.
이것이 새로운 경향은 아니며, 포드의 F-시리즈는 지난 36년 연속 최고의 자리를 지켜 왔습니다.
포드 픽업트럭은 결코 싸지 않습니다. 포드는 2017년 9월 F- 시리즈 가격을 45,400달러로 올렸는데, 실질적으로 전년 대비 3% 인상한 것입니다. 이를 통해 포드의 북아메리카 매출은 업계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나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포드의 F-시리즈만큼 역사상 엄청난 수익을 안겨준 수익 기계도 없을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는 말합니다.
거대한 차량에 대한 식을 줄 모르는 미국인들의 취향이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업계가 수익을 보전 받는데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수익을 단순히 트럭 마니아들 때문은 아닙니다. 미국 정부가 외국 경쟁업체들을 막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미국 트럭 시장 진입을 차단당하고 있는 곳은 비단 한국뿐만이 아닙니다. 25%의 관세는 모든 수입 픽업 차량에 적용되며, 향후 수십 년 동안 유지될 것입니다(일반 자동차의 경우 2.5%).
그리고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역사가 있습니다.
“치킨세”와 그 극적인 역사
미국 자동차 업계는 독일에 픽업트럭을 상당한 마진으로 판 덕택에 그리고 소위 “치킨 전쟁”으로 더 잘 알려진 대서양 간 무역 전쟁으로 큰 혜택을 입었습니다.
이야기는 1960년대 초반 시작됩니다. 당시 닭은 귀하고 비싼 고급 음식이었습니다. 1962년 타임지에서 보도한 바와 같이, “유럽 노동자들은 몸이 아플 때나 키우던 닭이 병들었을 경우에만 그 닭을 잡아먹었습니다.” 또한 유럽 농민들 닭을 그리 많이 기르지 않았습니다.
미국 농민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닭을 점점 더 싸게 공급했기 때문입니다. 전후 복구 과정에서 서독에 호황이 찾아오자, 서독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이들이 닭고기를 먹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농민들은 이 기회로 잡은 닭을 냉동시켜 대서양 너머로 들여왔습니다. 1962년이 되자, 미국은 서독의 가금류 수입 물량 중 거의 25%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비교하자면, 1956년의 경우 1%에 불과했습니다.
미국산 닭고기가 쏟아 들어오자, 유럽 농민들의 타격은 컸습니다. 1962년 유럽 경제 공동체(EEC)는 서독에 수입되는 닭고기에 대한 관세를 크게 높였습니다.
미국 정치인들이라고 무기가 없었던 아닙니다. 아칸소 주 출신의 윌리엄 풀브라이트 상원 의원은 나토에서 미군을 철수할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했습니다. 독일 총리 콘라드 아데나워와 미국 대통령 존 F. 케네디 간에 오간 외교 서신 중 “거의 절반”이 닭고기에 관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협상은 아무런 진전을 보이지 못했습니다. 1963년 후반, 거의 유럽에서만 독점적으로 수입해 오던 4가지 품목인 감자 전분, 브랜디, 덱스트린 및 경트럭에 25%의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트럭 관세의 원래 목표는 폭스바겐의 버스였습니다. 폭스바겐을 상징이던 넓적한 앞면의 버스는 히피족과 교외 주민들이 선호했으며, 만화 ‘스쿠비-두’에서 미스터리 주식회사 식구들이 타고 다니는 미스터리 머신이 바로 이 버스였습니다.
횡재를 한 디트로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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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세 가지 품목에 대한 제재는 결국 폐지되었지만, “치킨 세”는 오늘날까지 외국 경쟁업체들로부터 미국 트럭 업체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보호 조치는 미국 자동차 업체들이 고용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반면, 무역 장벽으로 미국 소비자들은 자기 맘에 드는 트럭을 저렴하게 매입할 수 있는 선택권을 제한받았습니다. 이로써 미국 자동차 업체들은 해외와 경쟁 없이 트럭 가격을 쉽게 올릴 수 있었습니다. 미국산 트럭이 기름을 더 많이 잡아먹는 건 덤이었습니다.
물론 관세 정책은 미국 특유의 자동차 문화를 가져다주었고, 미국을 고속도로의 나라고 만들어 준 동시에, 무분별한 도로 건설과 연료비 불안을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로버트 로렌스 교수는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업계가 이렇게 손쉽게 수익을 얻어냄에 따라, 양질의 자동차 생산을 도외시하는 나쁜 습관을 가지게 되었고, 외국 자동차 업체와 이들의 연비 좋은 자동차들 대비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 왔다.”라고 말합니다. 결국 미국 빅 3 업체(제네럴 모터스, 포드 및 크라이슬러)는 파산 직전까지 몰려, 국민의 세금으로 구제해야 했습니다.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업계는 미국 트럭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감안할 때, 보호할 필요가 분명 없습니다. 하지만 트럼프와 한국의 협상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미국 자동차 업체들은 앞으로도 수십 년 동안 치킨세를 계속 지불하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기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출처: Quartz, “Trump’s South Korea trade deal preserves the 55-year-old “chicken tax” US automakers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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