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 시장을 조롱하면서 망하라고 굿을 벌이면서 저주를 퍼붓는 이들이 많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마도 이번 하락장을 지켜보면서, “한강물이 차다”라는 등 이런 현상이 극에 달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들은 왜 그러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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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번 딕셔너리(Urban Dictionary)를 보면 노코이너(nocoiner)라는 신조어가 등장합니다. 비트코인이 없는 사람을 일컫는 말입니다. 하지만 비트코인이 없는 이들 전부가 모두 노코이너는 아닙니다.
보다 정확하게 노코이너란 단순히 투자 포트폴리오에 암호화폐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아니라, 암호화폐에 대해 믿음이 있는 척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지난 12월(이 말이 비트코인 커뮤니티에서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던 시기)에 등재된 어번 딕셔너리의 정의는 계속해서 노코이너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 저점에서 비트코인을 매수할 기회를 놓친 이들… 그리고 기회를 놓친 것을 뼈아파하고 있는 이들. 노코이너는 비트코인이 망할 것이라는 둥, 사기라는 둥, 거품이라는 둥, 아니면 FUD(두려움, 불확실성 그리고 의구심)가 있다는 둥 하는 식으로 비트코인 투자자들에게 자신의 괴로움을 분풀이 한다.”
다른 말로 하면, 노코이너는 철학자들이 말하는 복수심으로 가득 찬 이들입니다. 철학자 라 위크는 이 복수심을 “자기 자신의 열등감/실패로 인한 아픔을 남에게 전가하는 것”이라고 정의합니다.
“@crackbagged”라는 트위터리안은 지난해 6월 포스팅에서 동료 비트코인 투자자들에게 비트코인 가격이 1백만 달러에 이르더라도 비트코인에 투자하지 않은 이들을 고소한 듯 바라보지 말라고 당부한 바 있습니다.
“여러분이 비트코인에 투자하라고 권유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사람들은 여러분에게 등을 돌리고 맹렬한 비난을 쏟아 부을 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여러분을 악마라고 비난하면서, 우물에 던져버릴 지도 모르고, 더 나쁜 일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노코이너(비트코인이 없는 이들)의 마음은 위험하기 그지없기 때문입니다.”
비트코인 초기 시절부터 비트코인 스타트업에 법률적 조언을 해주었으며, 지금은 지갑 제공업체 ‘블록체인’의 대표로 있는 변호사 마르코 산토리는 최근 트윗을 통해 자신은 “노코이너”란 말을 싫어한다면서, “이 말은 우리와 그들을 편 가르기 하면서, 당파적인 파벌을 조장하는 느낌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노코이너들은 비트코이너 이상으로 파벌을 조성하려고 합니다. 노코이너는 단순히 비트코인에 회의적이거나 비관적인 생각을 가진 것 이상입니다. 그들은 비트코인을 아는 체 하면서도 실패할 거라고 저주를 퍼붓는 이들입니다.
노코이너는 단순히 암호화폐의 사용례에 의심을 나타내는데 그치지 않습니다. 뻔히 많은 사용례가 있는데도 아무 쓸모가 없다고 뻔뻔하게 주장합니다. 유사 노코이너도 있는데, 이들은 암호화폐가 범죄적인 목적에 악용될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노코이넌는 비트코인 투자자들의 열망을 조롱하지만, 이들의 신념 또한 종교적 광신 못지않습니다. 그리고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트위터에서 “노코이너”란 말이 처음 나온 것은 2017년 2월로 추정되지만, 이 말은 몇 년 전부터 4chan 포럼에서 사용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노코이너는 사토시의 백서가 나오기 훨씬 이전부터 논란이 있던 말입니다. 아마도 지구상에 인간이 나타난 때부터였을 것입니다.
19세기 후반, 니체가 말한 ‘타란툴라(독거미의 일종)’가 오늘날의 노코이너를 떠올리게 합니다.
“내가 보기에 그대들은 타란툴라이며 몰래 숨어서 복수심을 불태우고 있는 자들이다… 그리고 재판관이 되는 것이 그들에겐 지복인 듯하다.”
1990년대 후반 비트코인이 생겨나기 10년에도 노코이너 같은 이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던 닷컴 기업들의 주가가 놀랍게 상승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거품이니 뭐지 하면서 시장이 붕괴되는 날을 고대하고 있었습니다. 일단 이런 허황된 시장이 끝나면, 건전한 기업들이 흥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닷컴 기업들 중 상당수가 파산하거나 다른 기업에 인수되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은 지금도 경제를 변혁시키고 있으며, 지난 주택 시장의 거품 붕괴는 닷컴 붕괴보다 훨씬 더 파괴적이었습니다.
분명 닷컴 시대의 교훈은 기업가를 존중해야 한다거나, 최신 과학 기술 전문가들의 주장을 전부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열린 마음을 가지고, 기존 시장이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암호화폐가 세상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자문해 봐야 합니다.
아름다운 말(월드 와이드 웹, 비트코인)과 그 주위를 맴도는 파리(Pets.com, 마운트 곡스)를 혼동하지 말아야 합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그들이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에 투자하거나, 그들이 암호화폐를 좋아하라고 까지는 원하지 않습니다. 다만 망하라고 저주를 퍼붓지만 말길 바랍니다.
<참고: Coindesk, “The Real Problem With Nocoin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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