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시장 변동성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나무늘보의 교훈

이번 주에 시장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요? 시장을 얼마나 자주 들여다 보느냐에 따라 체감 다를 것입니다. 월요일은 잔인했습니다. S&P 500이 하루에만 4% 이상 하락한 것입니다. 시장에서 6년여 만에 일어난 최악의 하루였습니다.

다음 화요일도 여진은 계속되었습니다. 적어도 장 초반 까지는 그랬습니다.

하지만 출근길에 잠시 멈춰 여유롭게 커피 한 잔을 마신 후 오전 9시 25분쯤 사무실에 들어선 이들은 S&P 500 지수가 2% 상승한 모습을 보았을 것입니다. 화요일 장은 그렇게 다양한 굴곡끝에 1년여 만에 최고의 하루로 마감했습니다.

알고리즘을 통해 초단타 매매가 이루지는 시장에서 25분 동안 커피 한 잔을 즐기는 시간은 영고의 시간이나 마찬가지입니다. 1만 분의 1초에 한 번씩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눈 한 번 깜빡하면 지나버리는 의미 없는 시간입니다.

몇 달 전, 아내가 친정 가족 자금을 좀 투자하려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물은 적이 있었습니다. 주식 시장이 비싸 보이니 지금은 조심해야 할 때라고 말해주었죠. 이번 주 그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 진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6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자금을 묵혀 놓은 것도 그 만큼 손실이기도 했습니다.

개인 투자자 대부분에게 커피 한 잔 마시는 것이 영원처럼 느껴지는 세상에서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6개월 이란 시간 단위로 투자하는 것이 더 좋을지도 모릅니다.

투자를 빠르게 하느냐 아니면 느리게 하느냐를 선택해야 할 경우, 느리게 하는 편이 더 좋다는 말입니다.

이런 방법이 분별력을 유지하는데도 좋습니다.

“손실 혐오”라는 개념은 행동 경제학의 태두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가 만든 것입니다. 이들의 실험에 따르면, 우리는 이익과 손실이 같은 양일 때, 이익의 기쁨보다 손실을 약 2배 정도 더 아프게 느끼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10파운드의 이익을 얻었을 때 기쁨에 비해 10파운드를 잃었을 때의 아픔이 2배 더 크다는 말입니다.)

매일 시장을 확인하다 보면, 상승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큼 하락하는 모습도 보게 될 터이고, 하락의 아픔이 상승의 기쁨을 압도해 버릴 것입니다.

하지만 시장을 확인하는 빈도를 줄이면, 웃을 이유가 더 많아질 것입니다. 왜냐하면 일간이 아니라 연간을 놓고 볼 때, 상승하는 해가 하락하는 해보다 3배나 더 많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느리게 투자하는 것이 더 좋은 이유입니다.

1만분의 1초 단위로 경쟁할 능력이 없는 우리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느리게 투자하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카너먼, 트버스키, 앨런 슈월츠 그리고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리처드 탈러가 공동으로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참여자들에게 각각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몇 주에 한 번씩 실제 시장 결과를 바탕으로 200 “회”에 걸쳐 구성을 바꿔보라고 했습니다.

일부에게는 매번 시장 상황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재조정 할 수 있게 했습니다. 다른 이들에게는 8회 내지 40회 정도를 기다리게 하고, 그 동안의 누적 수익률을 보고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할 지 결정하게 했습니다.

시간을 두고 느리게 평가와 결정을 하도록 한 이들은 손실을 체감할 가능성이 적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단기 시장 변동성에 굴복하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다소 보수적인 주식을 선택했고, 더 나은 수익률을 올렸습니다.

실제 투자자의 행동을 연구했을 때도 비슷한 결론을 얻었습니다.

브래드 바버와 테렌스 오딘은 상승장이 벌어지던 1990년대 초반 65,000명의 일반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그 결과 매매를 적게 한 개인 투자자일수록, 전반적인 시장에 근접한 수익률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적극적으로 매매에 나섰던 투자자는 거래 비용으로 인해 연간 6% 더 저조한 수익률을 올렸습니다. 게으른 투자자가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린 것이죠.

여기서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때때로 우리는 세상에서 뒤로 물러나 있을 때 세상을 더 분명하게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1965년에 노르웨이의 사회학자 요한 갈퉁과 마리 루게는 뉴스의 사이클 속도가 빠를수록 뉴스를 받아들이는데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1분마다 한 사람씩 죽어나가는 전장에서 죽인 사람 하나하나를 뽑아내 보도하는 것은 아무 의미도 없습니다.”

50년마다 한 번 씩 발행하는 신문이 있다고 합시다(옥스퍼드 대학의 경제학자 맥스 로저가 제안한 아이디어입니다.) 이 신문은 일간지보다 1968년 이래 벌어진 일들에 대해 나타난 관점 중 무엇이 옳았고, 무엇이 그릇됐었는지 더 명백하게 보여줄 수 있을 것입니다.

최신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세계 인구 증가율은 1968년 대비 약 절반으로 줄었고, 계속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1968년 당시 유아 5명 중 1명꼴로 5살 생일을 맞이하기 전 세상을 떠났습니다. 현재 이 비율은 20분의 1보다 낮습니다.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거의 3 배가 되었습니다. 한편 S&P 500 지수는 지난 50년 간 연평균 6% 내외로 총 17배나 상승했습니다.

어쩌면 느리게 투자하는 투자자들은 나무늘보를 표본으로 삼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나무에 거꾸로 매달린 채 1분에 몇 미터씩만 움직이는 나무늘보의 생활은 좀처럼 매매에 나서지 않는 것과 아주 비슷합니다. 뭔가를 할 때, 그것도 자주 할 때마다 발생되는 비용을 절감시켜 주기 때문입니다.

나무늘보는 먹은 것을 완전히 소화시키기까지 거의 2개월이 걸린다고 합니다. 이들이 약한 독성이 있는 잎을 먹고 살기 때문에 먹은 것이 너무 빨리 흡수되면 독성이 작용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투자자들이 기억해야 할 것은 금융 시장에는 빠르게 부자로 만들어 준다는 상품으로 넘쳐나고 있지만, 또한 여기에는 독도 많이 담겨 있다는 사실입니다. 때문에 시장에 느리게 접근하는 것이 시장의 변동성이라는 독을 더 잘 소화시켜 줄 것입니다.

<출처: Financial Times, “A sloth’s guide to surviving a week of market volatility”> (유료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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