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10년 전인 2008년 봄, 폭스바겐을 둘러싸고 다소 이상한 상황이 빚어지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마찬가지지만, (의결권 있는) 보통주와 (의결권 없는) 우선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당시 포르쉐 SE가 마치 폭스바겐을 인수하려는 듯이 보통주를 사들이고 있었고, 그래서인지 보통주 주가가 우선주를 넘어서는 기이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는 그 만큼 보통주보다 높게 거래되며, 배당금도 더 높은 경향이 있습니다.)
8월 말이 되자, 폭시 바겐의 우선주는 주당 100유로에 거래되고 있었지만, 보통주의 주가는 그 두 배인 200유로로 뛰었습니다. 그 결과, 거의 모든 이들이 보통주는 매도 포지션을, 우선주는 매수 포지션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런 위험이 없는 포지션 구성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공매도를 하지 않는 측이 없던 건 아니었습니다. 그들의 눈에는 마치 상황이 짜인 듯 보였고, 포르쉐가 시장(그리고 시장 참여자들)을 조종하는데 능숙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불과 3주 후 다시 보통주의 프리미엄이 3배를 넘어섰습니다 (우선주가 90유로, 보통주가 270유로). 9월이 되자 폭스바겐의 보통주 공매도 규모는 더 많아졌습니다.
한편, 당시는 2008년 9월이었고, 시장은 전반적으로 붕괴되고 있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모든 것이 극단적인 변동성을 겪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폭스바겐의 보통주에 비할 바는 아니었습니다. 10월 중순이 되자, 시장은 고꾸라지고 있었지만, 폭스바겐 보통주 주가는 400달러까지 치솟았고, 우선주 대비 프리미엄이 4배 이상으로 높아졌습니다. 당연히 공매도 규모 또한 많아졌습니다.
이윽고 보통주 주가가 미끄러지기 시작했고, 고작 일주일 후, 보통주와 우선주 간의 주가 격차는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보통주의 주가는 반 토막(200유로) 났고, 우선주는 85유로에 머물렀습니다. 그래도 아직은 보통주의 프리미엄은 높았습니다. 그리고 금요일(10월 24일) 드디어 광기가 사라지고, 정상으로 돌아갈 것 같았습니다.
이어 주말, 포르셰 SE가 폭탄을 떨어뜨렸습니다.
이미 보유하고 있던 42.6% 지분 이외에, 옵션 포지션을 통해 31.5%의 지분을 추가해 폭스바겐의 지배권을 확보했다는 보도 자료를 발표한 것입니다. 약 75%의 지분으로 포르쉐가 폭스바겐을 소유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20%의 지분은 이미 니더작센 주와 다른 장기 주주들이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공매도 규모가 많았던 폭스바겐의 유통 주식이 거의 사라졌다는 의미였습니다.
(포스쉐 SE의 회장 페르디난트 피에히)
당시 포르쉐 SE 회장이자, 헤지 펀드를 혐오하기로 유명했던 페르디난트 피에히(Ferdinand Piëch)는 공매도 세력의 불행에 쾌재를 부르듯, 10월 26일 일요일 보도자료에서 이 사실을 공표했습니다.
포르쉐에서는 지금까지 시장에는 예상보다 많은 폭스바겐 주식의 공매도 물량이 쌓여있는 점을 감안해 이번 발표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발표로 공매도 세력(폭스바겐의 주가 하락에 배팅했던, 또는 아직도 베팅하고 있는 금융 기관들을 의미함)이 서두르지 않고, 심각한 위험 없이도 관련 포지션을 해소할 기회가 되길 희망한다.
그랬다. 그는 공매도 세력에게 기꺼이 “서두르지 않고, 심각한 위험 없이도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입니다.
즉, 월요일 아침 장이 시작되자, 폭스바겐 주식의 매수 열풍이 불었습니다. 가히 “광란”이라는 표현으로도 충분치 않았습니다. 세상은 본격적인 금융 위기에 들어섰지만, 폭스바겐의 주가는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또 한 차례 공매도 세력의 곡소리가 들리기 직전이었습니다.
(2008년 폭스바겐의 주가)
월요일 폭스바겐의 주가는 519유로에 마감했습니다. 이튿날 화요일이 되자, 주가는 이틀 전에 비해 385% 상승해 1,000유로를 넘어섰습니다. 그 순간 폭스바겐은 시가총액 4,200억 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큰 회사가 되었고, 엑손보다도 더 커졌습니다. 당기 애플의 시가총액은 750억 달러, 구글은 1,100억 달러, 아마존은 300억 달러에 불과했습니다. 그렇습니다. 10년 전 그 순간, 폭스바겐은 아마존보다 14 배 더 컸었던 시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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