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 가격이 전 세계적으로 붕괴되고 있다. 미국에서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시장에 공급이 넘쳐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일부 수출 국가들이 생산을 줄여야 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으며, 신규 설비 투자를 늘려야 하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북반구가 봄에 접어들면서 천연가스 수요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난방 및 발전소 연료용 생산이 크게 늘어나면서 가격 압박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번 가격 붕괴는 다음 주 상하이에서 열리게 될 세계 최대의 에너지 회사들의 LNG2019 회의를 앞두고 벌어진 일이다. 이번 회의에서는 수십억 달러짜리 대규모 액화 천연가스 수출 프로젝트 물결을 계속 추진할 것인지를 두고 찬반양론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
가격 하락으로 미국의 아시아 지역 천연가스 수출의 경제성은 떨어뜨린 반면, 유럽 시장의 매력을 높이면서, 세계 천연가스 무역은 이미 변하고 있다. 호주, 러시아 및 미국의 신규 LNG 생산 수출로 아시아 지역의 천연가스 가격은 올해 50% 이상 떨어졌다. 기후 변화에 대한 우려로 석탄에서 벗어나 청정 천연가스로 이동하고 있지만, 수요가 공급 과잉을 흡수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증가하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뉴욕의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글로벌 상품 및 파생상품 연구 책임자 프란시스코 블랜치는 따뜻한 날씨가 수요를 떨어뜨리면서 “천연가스 시장이 겨울의 숙취에 시달리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공급이 과잉된 상태이며, 당분간 크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라고 말한다.
아시아의 LNG 벤치마크 “Japan-Korea Marker”는 연초 대비 절반 이상 하락해, 3월 26일 기준 MMBtu(million British thermal units) 당 4.375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금요일 영국 NBP(National Balancing Point) 선물 가격 역시 연초 대비 44% 하락으로 10년 내 최악의 분기 하락률을 기록해 약 4.50달러로 거래되면서, 아시아와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 차이가 거의 드문 상태까지 좁혀졌다. 미국 천연가스 선물 또한 올해 8% 이상 하락해, 2년 만에 최악의 분기 하락에 가까워지고 있다.
<점점 좁혀지고 있는 전 세계 천연가스 가격. 미국(흰색 선), 아시아(보라색 선) 및 유럽(붉은색 선)>
반면 유가는 천연가스 가격 붕괴와 완전히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생산량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OPEC와 회원국들이 감산 조치를 취하면서, 유가는 2002년 이후로 가장 좋은 분기 상승률에 접근하고 있다. 천연가스가 텍사스 서부의 퍼미언 배신에서 원유 시추의 부산물로 생산되고 있기 때문에, 유가상승으로 원유 생산량이 늘게 되는 만큼 천연가스의 공급 과잉을 더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
공급 마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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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에테 제너럴에 따르면,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 역시 미국 대비 하락하고 있으며, 양자의 가격 차이가 더 좁혀진다면, 미국 수출 업체들이 감산 조치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한다. LNG를 해외로 수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건설된 멕시코 만의 터미널들이 속속 가동을 시작하자마나 시장이 붕괴된 것이기 때문에, 미국산 천연가스에 대한 바이어들의 입맛을 진정으로 알아볼 수 있는 첫 번째 시험대가 되고 있다.
앤서니 유엔을 비롯한 씨티 그룹의 애널리스트들이 3월 28일 고객 서한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시장이 공급, 수요 및 운송 측면에서의 마찰을 조정하고 극복해내려면 앞으로 몇 주 또는 어쩌면 올해 중반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며, 그때까지는 가격이 계속 하락해 낮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한다.
블룸버그 NEF의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주 보고서에서, 미국산 LNG의 경제성을 없애고, 올여름까지 공급 과잉을 재조정하는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이 15% 이상 더 하락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4달러 선에서도 충분한 수요가 발생하지 않아 LNG 시장 균형을 맞추지 못하게 될 경우, 미국의 수출 수익성이 사라지고, 수출 업체들의 수출 취소 동기로 작용함으로써 공급이 줄어 수요와 균형을 잡을 때까지 아시아와 유럽의 가격이 더 하락할 것이다.”
<천연가스의 수요(흰색선)와 공급 추세(푸른색 선)>
겨울 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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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지애나에 280억 달러 규모의 천연가스 수출 터미널을 계획 중인 텔루리언의 CEO 메그 젠틀은 북반구의 겨울 난방 수요 증가가 시작될 때까지도 가격이 반등하지 못할 정도로 새로운 물량이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단기적인 고통이 일부 개발업체들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새로운 수출 시설 투자를 발표할 것이라는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현재의 공급 과잉은 내년 초에 가서나 부족으로 돌아설 전망 하에서 지금 신규 프로젝트가 승인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씨티 그룹의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LNG2019를 통해 LNG를 수출 물량을 늘리려는 미국 개발업체들에게 현재 상황에 대한 질문이 쏟아질 수 있다면서, “어쨌든 천연가스 구입 고객사들은 이런 단기적인 역학 이상을 지켜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한다.
국제 에너지기구에 따르면, 향후 5년 동안 전 세계 천연가스 소비량이 1.6% 증가할 것이며, 2022년까지 세계 천연가스 수요 중 3분의 1을 중국이 담당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탄소 배출 저감 정책을 펴고 있는 중국의 천연가스 사용량은 2030년이 되면 석탄을 넘어서 원유 다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텔루리언의 젠틀은 “LNG 생산량을 수용할 수 있을 만큼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확신한다. 전력 생산뿐만 아니라, 가정 및 운송 부문에도 천연가스가 사용될 것으로 본다.”라고 말한다.
자료 출처: Bloomber, “Natural Gas Prices Are Crashing Everywhere as Market Suffers ‘Winter Hang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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