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전쟁에 지쳤다. 하지만 군주는 자기만의 제도와 체제하에서 사회 질서를 공고히 할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1차 전쟁 상황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정치적 논란은 계속되었지만, 군주는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았다. 따라서 국민의 의지를 무시하고, 다른 전쟁을 위해 군대를 키우려고 했다.
하지만 병사들에게 지불할 급료가 부족했다. 강제로 국채 떠안기고 금을 몰수하다시피 할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국채가 상환되긴 했지만, 일반 상인들은 나라의 “시스템”에 질려버렸고, 자기 돈(금)을 믿을 만한 금세공인에게 맡기기로 했다. 금을 맡기고 영수증을 받았다. 이후 이 영수증 자체가 시장에서 교환 수단으로 바뀌었다…
영국에서 있었던 1, 2차 주교 전쟁 이야기였다. 그리고 영국 내전의 시작이었다. 또한 “지폐”(영수증)와 “부분 지급 준비제”(보유한 영수증보다 많이 돈을 빌려주고, 그중 일정 비율을 (당시에는 금으로) 준비해 놓는 제도)의 이야기였다. 오늘날과 평행이론 같은 흥미로운 이야기다. 하지만 흥미 이상의 이야기다. 역사를 잊은 사람은 그 역사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무서운 이야기다.
경제, 신뢰 그리고 컴퓨터
암호화폐부터 시작해 보자. 금융 위기의 한 가운데서 비트코인이 나타났다. 무너져가던 신뢰에 대한 반동이었다. 경제 전체에서 금융 시스템이 신뢰를 잃게 되면 대공황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 앞으로 10년 후에도 다시 이 말을 듣게 된다면, 우리의 믿음에 의심을 가져봐야 한다.
우리가 “전문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오늘날 경제에서 컴퓨터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초보적인 이해조차 부족하다. 예측 분석과 공급망 관리에서부터 신뢰를 기반으로 한 블록체인에 이르기까지, 현대의 컴퓨터는 우리 조상들(대공황을 살았던 분들)이 결코 상상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경제를 변화시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공황 시대에 머물러 있다. 노벨상 수상에 빛나는 이들 “전문가”들은 대공황에 관한 서로의 책과 논문을 돌려보고 있을 뿐이다.
우리가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금융 시스템이 신뢰를 잃지 않았다면, 아마겟돈 같은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블록체인을 비롯해 전혀 새로운 형태의 화폐, 금융 시스템 및 신용 같은 것은 생겨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재미있는 점은 오래전에도 이 같은 일이 있었다는 것이다. 블록체인이 중앙 규제 기관을 무용하게 만들지만, 실용적 관점에서 볼 때, 암호화폐를 사고파는 거래소는 어느 정도까지 신뢰해야 한다. 1, 2차 주교 전쟁과 찰스 1세가 조폐국의 금의 몰수하면서 강제로 떠넘긴 국채를 상환한 후 벌어졌던 일을 좀 더 살펴보면, 암호화폐 거래소의 탄생하게 된 이유가 영국 상인들이 지역 금 세공인을 선택한 이유와 똑같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회 질서를 위한 아프고 힘든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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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교회의 질서”가 곧 “사회의 질서”였다는 사실을 이해하기란 아주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 찰스 1세는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및 아일랜드의 사회 질서를 공고히 하고 싶었다. 특히 스코틀랜드 교회의 주교를 자신이 임명함으로써 말이다.
스코틀랜드의 생각은 달랐다. 스코틀랜드인들도 잉글랜드인들도 진정으로 싸우고자 하는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1차 주교 전쟁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찰스 1세는 의회를 소집해 도움을 얻으려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찰스 1세는 의회 해산으로 대응했고, 2차 주교 전쟁을 위해 군대를 소집하려고 했다. 하지만 돈이 문제였다. 조폐국의 금을 몰수하는 대신 강제로 국채를 떠안겼다.
여기서 다시 최근으로 돌아와 보자. 거의 25년 전, 소련 붕괴에 대응해 미국은 세계 초강대국으로 홀로 남을 수 있는 외교 정책을 시작했다. 다른 나라들이 이합집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 세계적으로 자국의 이익을 지키려면 “세계 권력”을 유지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합집산을 노리는 다른 나라들의 노력을 확실하게 누르는데 필요한 세계 권력과 자국의 이익을 취하는데 필요한 권력은 아주 다르다. 미국은 세계 권력을 유지해 자국의 이익을 취하기보다, 이를 통해 “세계 헤게모니”를 확립하고 유지하려고 했다.
부채 증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해질 때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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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후, 미국의 공적 부채가 4.4조 달러에서 21조 달러에 달하게 되었고, 더 이상 세계 헤게모니를 유지할 수 없는 수준이 되었다. 다른 곳에 쓰일 수도 있던 돈이었다. 세계 헤게모니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쟁이 불가피하다. 아무런 문화적 그리고 역사적 고려도 없이 그저 정치적인 전쟁 말이다.
그리고 이어, 국민들에게 “수익률이 보장된” “보수적인 투자 상품”으로 부풀려진 “의무 은퇴 계좌 “에 들라고 강권했다. 사회 보장 위기가 다가오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이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두 가지 질문을 해보자. 1) “수익률이 보장된” “보수적인 투자 상품”이란 정확히 무얼까? 그리고 2) 여기에 투자된 자본은 어디에 사용될까? (힌트, 분명 사회 보장은 아니다.)
1)의 답은 미국 재무부 국채다. 정부가 국민들로부터 돈을 빌리는 수단이다. 2)로 넘어가기 전에 또 다른 질문을 하나 더 해보자. “무위험 채권”이란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수익률이 보장된”의 다른 표현 방법일 뿐이다.) 잠시 생각해보자. 언젠가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게 될 때, 돈을 되돌려 받지 못할 위험을 어느 정도 감안하는 것이 당연한 일 아닐까? 미국 정부에 돈을 빌려준다고 달라지는 것이 있을까? 만일 다르다고 생각하면 왜 다르다고 생각하는가? 2 + 2는 4라는 단순한 사실을 거스르는 정치 또는 경제 이론은 없다. 어느 시점이 되면, 부채 증가의 단순한 수학이 ‘부채 증가는 중요하지 않다’라는 환상을 깨는 날이 올 것이다.
부채 증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해질 때까지는. 그리고 미국 국채는 무위험 채권이다. 위험하게 될 때까지는.
이제 질문 2)를 보자. 은퇴 저축은 어떻게 사용되게 될까? 어쨌든 저축/투자 수단이어야 한다. 자본을 생산적이고 수익성 있는 곳에 투자해, 배당금이라는 과실을 서로 공유하기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
한편, 헤게모니가 정말로 필요한 것일까? 세계를 보는 미국의 시각이 과연 이것일까? 부와 명예 그리고 목숨을 걸고 나라를 세웠던 건국의 아버지들의 시각이 과연 이랬을까?
미국의 세계 헤게모니 - 사회 질서를 통제하기 위한 싸움. 이 헤게모니를 유지하기 위해, 강제 국채처럼 은퇴 저축을 빼앗아간 다음, 이 자금을 토대로 용납할 수 없는 희생이 수반되는 다음 전쟁을 준비함.
가장 우아한 돈 세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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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암호화폐가 범죄 조직의 돈 세탁 창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그들이 알아야 할 게 있다. 주식 시장에서 눈을 떼고, 실제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채권 시장을 들여다보게 되면, 정부가 화폐 공급을 통해 아주 간단하게 돈을 세탁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재무부는 미국이 세계 어디서 전쟁을 벌이고 있는지 그리고 미국 내 정부의 서비스가 어떤 수준인지 정치권의 거짓말을 덮어주는 돈 찍어내는 기계로 전락했다. 월스트리트도 당분간 헛소리를 그치지 않을 것이다. 미국 재무부에서 “국채 전문 딜러”로 공인한 금융 기관은 23곳이 있다. 이들 기관은 미국 재무부 국채 “경매”에 “입찰”하고, 채권 시장의 나머지로 구성되는 “2차 시장”에 매입한 국채를 판다. 연기금들이 이 2차 시장에서 국채를 (완곡한 표현으로) “보수적 투자 상품”으로 둔갑시킨다.
각각의 국채 거래 과정에서 관련 금융 기관들은 각종 수수료를 거둬간다. 이 2차 시장에서 거둬들이는 각종 수수료가 바로 정치권의 선거 자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흘러간 자금은 소위 “공공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부패한 정치인들이 사용하게 된다. 이렇게 하나의 고리가 만들어진다. 이 정치인들은 미국의 세계 헤게모니를 “국가 안보”로 둔갑, 분식시키고, 정부의 거짓 약속을 다른 거짓 약속으로 덮는다. 그리고 기쁜 마음으로, 자신들의 거짓말을 덮기 위해 더 많은 “돈”을 발행하도록 승인하는데 투표한다.
암호화폐: “소위 자유 시장이라는 성전”에서의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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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개혁 기간 중, 세례가 아기를 위한 것이 아니라 성인 개종자를 위한 것이라는 스위스 개혁파 전통에서 출발한 기독교인들이 있었다. 그들은 기독교인은 자유로운 선택으로 되는 것이지, 유아 세례를 받아서 되는 것이 아니라고 가르쳤다. 가톨릭, 개신교 그리고 영국 성공회 같은 다른 교단에서 볼 때는 그저 “한심스러운 집단”이었다. 잉글랜드에서는 그들을 “불복 교단”이라고 불렀다. 그들이 “기득권” 교단에서 벗어났고, 마찬가지로 기득권 교단이 지배하던 사회 질서에서 빠져나왔기 때문이다.
그들은 폴리머스 록에 도착했고, 이후 청교도가 된다.
종교적 자유에 대한 그들의 생각은 (유감스럽게도) 거의 나중에 덧붙여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군주의 권위에 복종하고 그 밑에서 세금을 내고 있으면, 군주는 사회 질서를 유지한다는 명목으로 계속해서 전쟁을 일으키고, 그러면 언젠가 파산할 위험을 안게 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런 부조리를 자기 눈으로 보았고, 어떤 일이 있더라도 거기서 벗어나고자 한 것이다. 때문에 미국에는 군주가 없는 이유다.
미국에는 “(소위) 자유 시장이라는 성전의 주교들”(일명 연방 준비 제도 이사회의 공개 시장 위원회)이 있으며, 미국의 정치는 결국 누가 이들 주교를 임명하느냐, 또는 누가 화폐 공급을 통제해서 사회 질서를 유지하느냐에 관한 것이다.
우리가 지갑 속의 돈을 암호화폐로 바꾸는 것은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암호화폐는 중앙은행이라는 가면을 쓰고 “정부”가 지배하는 경제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정부”는 그 이름과는 달리 전쟁 선동과 투기적 과잉에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있음이 명명백백해졌기 때문이다.
자료 출처: John Horst, “The Link Between the English Civil Wars and Cryp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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