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제 봉쇄는 계속해서 여러 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지난 4주 동안 미국에서 신규 실업수당을 청구한 사람이 2,200만 명을 돌파하는 전례 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불과 며칠 후, 또 다른 시장에서 또 하나의 전례 없는 일이 나타났다. 트레이더들이 미국의 기준 유가인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 가격이 역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영역에 진입하는 황당한 일을 접한 것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 그리고 유가 폭락이 코로나19와 어떤 관련이 있을까?
지정학적 단계 설정
원유는 지정학적 게임이고, 큰 가격 변동은 항상 바닥에 지정학적 흐름을 동반한다.
이 특별한 이야기는 코로나19 확산이 원유 수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OPEC+ 산유국들이 감산 협상을 시도했던 2월부터 차츰 속도를 냈다. 러시아는 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나갔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유가를 배럴당 6~8달러 인하하는 조치로 대응했다.
세계 경제는 봉쇄에 들어갔고, 에너지 수요는 사라졌으며, 산유국들은 마음대로 원유를 뽑아냈다. 이후 코로나19 확산이 팬데믹으로 선포되고 거의 한 달이 지난 4월 9일,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는 마침내 이견을 해결했다.
하지만, 이 합의는 너무 늦었다. 유가는 이미 2월 최고치에 비해 60% 정도 떨어졌다.
마이너스(-)로 떨어진 유가
최근까지, 유가 하락은 꽤 평범했다. 하지만 그 후, 4월 20일 5월물 WTI 원유 선물 가격이 -37.63달러에 마감되는 등, 유가가 갑자기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역사상 처음으로, 원유 생산자들은 원유를 가져가는 조건으로 트레이더들에게 기꺼이 돈을 지급하려고 했다. 이런 특이한 상황은 부분적으로 선물 계약의 특수성에서 기인한다.
◾ 구매자 구함(현상금 있음!)
선물 계약은 보통 별일 없이 다음 달로 롤링되지만, 이번 경우 트레이더들은 5월물 계약을 ‘뜨거운 감자’로 봤다. 세계에 원유가 넘쳐나고 국가 경제가 봉쇄된 상황에서 누구도 원유를 인도받고 싶어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 시기와 장소
원유 선물 계약에는 인도 시기와 장소가 명시된다. WTI 원유의 경우, 인도 장소는 오클라호마주 쿠싱이다. 대부분의 저장 시설이 이미 예약되어 있는 상황에서, 많은 트레이더들에게 현물을 인도받기가 거의 불가능했다.
다시 말해서, 판매자들이 구매자들보다 엄청나게 더 많았다는 것이. 그리고 원유는 실물 상품이기 때문에, 누군가는 궁극적으로 계약을 인수해야 한다.
이 글을 쓰는 지금, 5월물 선물 계약과 현물 가격은 약 10달러로 “재조정”되었다. 6월물 계약은 13달러로 약간 상승했다.
(원유 시장은 여전히 선물 가격이 현물 가격보다 높은 콘탱고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원유 업계가 이렇게까지 물류 능력을 시험받은 적은 없었다.” – 국제 에너지 기구(IEA), 4월 원유 시장 보고서
공급 과잉 극복
원유가 사실상 공짜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능한 한 많이 가져다가 저장해 두었다가, 이후 어느 시점에 더 비싸게 팔 수 있기를 바랄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모든 사람들은 이와 똑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고, 그 결과 전 세계 내륙과 바다의 모든 저장 용량이 채워지고 있고, 역사적인 공급 과잉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3월 기준 전 세계 가용 원유 저장 용량의 76%가 이미 가득 찬 것으로 추산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1.6억 배럴이라는 기록적인 양의 원유를 싫은 유조선들이 바다에 떠 있다고 한다.
초대형 유조선을 빌리는 데 드는 비용 역시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리스타드 에너지에 따르면, 기존 일간 2만 달러에서 20~30만 달러로 급등했다.
코로나19 이후의 세계에서 운송 산업이 얼마나 빨리 회복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현재로서는 모든 산유국들의 전망은 암울하다. 계속되는 여파는 원유 시장뿐만 아니라 예산 균형을 원유 수출에 의존하는 국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주요 산유국의 재정 균형 유가)
자료 출처: Visual Capitalist, “How Oil Prices Went Subzero: Explaining the COVID-19 Oil Crash”
전체 차트는 아래 링크 참조
https://www.visualcapitalist.com/subzero-oil-price-crash-covid-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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