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런 버핏이 말한 “해자”로 보호받는 기업을 찾기란 말만큼 쉽지 않다.
1965년 워런 버핏은 뉴잉글랜드 소재 섬유 회사 버크셔 해서웨이를 투자 파트너십으로 인수했다. 버핏이 주식 매수를 시작했던 1962년, 버크셔의 운전 자본은 주당 16달러의 가치가 있었던 반면, 주가는 8달러에 불과했다. 따라서 버핏은 버크셔의 자산을 거저 인수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버핏과 파트너들이 이전 10년 동안 해오던 일종의 “가치 투자”였다.
이후 버크셔는 지주회사로서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5월 4일 미국 네브래스카 오마하에서 열릴 버크셔 주주총회에는 버핏의 소박한 지혜를 듣기 위해 40,000명의 주주들이 모여들 것이다. 버크셔는 꾸준히 투자 활동을 벌여왔고, 이번 주에도 애너다코의 인수 협상을 벌이고 있는 옥시덴탈에 1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버핏 자신은 버크셔 주식을 샀던 걸 후회했다. 버크셔에는 독특한 경쟁 우위나 제품이 없었기 때문에 투자 자본 수익률도 좋지 않았다. 섬유는 필수품이다. 양복을 맞추면서 꼭 집어 버크셔의 옷감을 써달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버크셔는 그 나름대로 귀중한 교훈이 되었다. 버핏이 투자 전략이 바꾸게 해준 것이다. 그는 “적당한 기업을 훌륭한 가격에 매수하는 방식” 대신 “훌륭한 기업을 적당한 가격에 매수하는 방식”으로 투자 전략을 바꿨다. 해당 기업이 이 기준에 맞으려면 먼저 시장에서 수익성 있는 입지를 다져놓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더 필요한 것이 있다. 진정 훌륭한 투자 대상이 되려면 “해자”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해자란 다른 말로 영구적인 경쟁 우위(기업가 및 투자자에게 현자의 돌)를 말한다. 해자를 갖추고 있으면, 다른 기업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없기 때문에, 수익성이 보장된다. 이런 종류의 우위는 성을 둘러싸고 있는 해자 같은 역할을 함으로써, 경쟁 기업이 쳐들어오지 못하게 보호해 준다. 그리고 만일 이 성에 성대한 연회를 열거나 멋진 문장을 두른 기사보다는 해자를 넓힐 수 있는 기사가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해자다.
돌아보면, 버핏은 두 종류의 해자가 있는 기업에 투자해왔다. 첫 번째 종류는 오로지 수익성 있는 한 기업만 살아남을 수 있는 시장에서 영업하고 있는 기업이다. 1970년대 버핏의 선택은 지역 광고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신문사였다. 2009년 완전히 버크셔의 품에 안긴 미국 최대 화물 철도 회사 BNSF는 보다 최근의 사례다. 두 번째 종류는 해자의 외형이라고 할 수 있지만, 꼭 집어 그렇다고는 하기 어렵다.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기업이라도 계속 좋은 품질을 유지하는 유명한 제품을 바탕으로 고객과 꾸준한 유대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강력한 브랜드를 갖추고 있다면, 가격을 올리더라도 소비자들의 충성도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버핏이 이런 소비자 독점권을 갖춘 기업에 처음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사례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였다. 버크셔는 1964년 자본금의 4분의 1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 투자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신용카드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후 다른 독점권 있는 기업들이 차곡차곡 투자 대상이 되었다. 예쁜 초콜릿 제조업체 시즈 캔디, 질레트(현재는 P&G의 자회사), 웰스 파고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애플. 이 전략의 정점에는 1980년대 열정적으로 주식을 사들였던 코카콜라가 자리잡고 있다. 버핏은 코카콜라가 새로운 시장을 점령할 때마다 수익성이 배가될 것으로 봤다.
코카콜라, 질레트 등이 확실한 승자인 건 분명하다. 다만 지금이니까 그렇게 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버크셔가 확실히 건너기 어려운 해자를 갖춘 것으로 생각해 투자한 기업 중에도 실패한 경우가 있는 것을 보면, 투자에서 선견지명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보여준다. 한 가지 사례가 영국 식료품 체인 테스코다. 테스코는 버핏의 투자 전략에 딱 맞는 독점권 있는 선도 기업이었다. 하지만 여러 차례 수익에 경고등이 들어온 후, 2014년 버크셔는 큰 손실을 보고 테스코 투자를 정리했다. 새는 곳이 생기기 시작한 다른 해자도 있다. 버크셔와 사모펀드 3G가 공동으로 진행한 하인즈와 크래프트의 합병이 곤경에 처해 있는 것이 바로 그렇다. 소셜 미디어와 온라인 판매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브랜드들이 기존 질서에 도전하고 있다.
지난해 테슬라의 일런 머스크는 “해자는 절름발이”라고 비아냥댔다. 그는 기업의 경쟁 우위는 혁신의 속도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실제,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같은 기술 기업들에 대해 투자자들이 열망을 보인 것도 이들이 깊은 해자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버핏은 기술주를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인정한 바 있다.) 어떤 경우에도 혁신이 수익성을 보장한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아이디어를 찾아낸 기업이 경쟁자들보다 앞서가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해자를 갖춘 기업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그런 기업을 찾았다고 해서 적당한 가격에 투자하기란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 웰스 파고같이 버핏의 대표적인 주식들 대부분이 투자 당시에는 바겐세일 기간이었다. 해자를 갖춘 기업에 투자하는 전략은 듣기에는 쉬워 보여도, 실행에 옮기기에는 결코 쉽지 않다. 그럴 수 있기 위해서는 기술, 배짱 및 절제력이 필요하다. 만일 쉬웠다면, 누구나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자료 출처: The Economist, “The quest to find companies that have a lasting competitive edge”
This page is synchronized from the post: ‘영구적인 경쟁 우위를 갖춘 기업을 찾아서’